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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냐, 성공과 품격을 입다 

 

정소나 기자
우아하면서도 남성적인 이탈리안 디자인과 전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최상급 소재, 몸에 착 감기는 완벽한 피팅. 1910년 이탈리아 트리베로에서 탄생해 114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제냐의 슈트는 그 자체로 성공한 남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원단 공장으로 시작해 세계 최고의 남성복 브랜드로 성장한 제냐만의 특별함을 들여다봤다.

▎제냐의 최고급 캐시미어인 오아시 캐시미어 컬렉션. 오아시 캐시미어는 농장에서부터 공장까지, 모든 단계에서 믿을 수 있는 원료 도달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최고의 원단 브랜드이자 남성복 브랜드의 탄생

설립자의 이름을 딴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1910년 이탈리아 북부 산간 지방의 작은 마을 트리베로(Trivero)에서 아버지가 경영하던 작은 원단 사업을 이어받으며 시작된 브랜드다.

낡은 프랑스식 기계를 최신 영국식 설비로 바꾸고 품질과 기술혁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호주, 몽골, 남아프리카 등에서 최상급 양모를 수입해 프리미엄 원단을 생산하며 이름을 알렸다.

1930년부터는 납품되는 원단의 가장자리에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로고를 새겨 넣었는데, 이때부터 그의 이름은 최고 품질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가 되었다.

3년 뒤에는 방직, 방적, 염색, 마무리 공정 라인을 갖추며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완벽한 원단 생산 시스템을 완성했다.

1938년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 원단을 수출하며 고급 원단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1960년대에는 고급 원단을 기반으로 남성 맞춤복 시장에 진출했는데, 이때부터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시작되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세상을 떠난 후 원단 공장을 맡아 운영하던 두 아들 안젤로 제냐와 알도 제냐가 회사 경영을 맡게 되었다. 이들은 1968년 이탈리아 노베라 지역에 의류 공장을 설립해 고급 원단을 사용한 기성복 시장에 진출했고, 해외시장으로 본격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는 제냐의 4대 회장으로 안젤로의 아들 질도 제냐가 회장 겸 CEO로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제냐 가문의 네 번째 세대가 경영하면서 제냐는 세계 유수의 남성복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들은 뛰어난 이탈리아의 장인정신, 소재에 대한 전문성,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옷을 만드는 선구적인 접근법으로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집념

‘제냐’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소재’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제냐의 정체성은 원단에서 시작한다. 최고의 원재료로 탄생한 원단은 한 세기가 넘도록 제냐를 지탱하는 주축이었다.

제냐는 2014년 호주 아미데일에 있는 아킬(Archill) 농장을 인수해 최고급 메리노 울 원단을 생산하고 있다. 몽골산 캐시미어, 아프리카산 모헤어, 인도산 파시미나 캐시미어, 페루산 비쿠나, 중국산 실크 원사 등 전 세계에 있는 최상급 천연 원재료만 사용한다. 또 양털 농장뿐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탈리아의 크고 작은 방직공장을 인수해왔다.

2021년에는 프라다와 함께 이탈리아 캐시미어 생산기업을 공동 인수하기도 했다. 이렇게 제냐는 세계 최고 퀄리티의 천연섬유와 원료를 사용해 품격 있는 원단과 최고급 의류를 생산하고자 최근까지도 공급망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냐는 매년 선정하는 최고급 울과 트리베로 지방 특유의 좋은 수질을 결합해 최고급 원단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매 시즌 500~600가지 다른 실을 사용해 800여 종에 이르는 직물을 생산한다. 메리노 양모 1㎏에서 방직사 12m를 뽑아 직조한 센토벤티밀라(Centoventimila) 원단, 구김이 가지 않고 통풍성이 뛰어난 하이 퍼포먼스(High Performance), 탄력이 좋은 캐시미어 원단인 스트레치 캐시미어(Stretch Cashmere), 호주산 최고급 메리노 울 중에서도 17μ(1μ은 1/1000㎜)의 섬도를 지닌 원사로 만들어 부드러운 만큼 강한 탄성도 지닌 트로페오 등은 제냐의 혁신적인 기술력이 담긴 최고급 신소재이다.

사람의 모발 두께가 일반적으로 50~60μ임을 감안할 때, 13μ(울트라 파인 퀄리티)에서 17μ(엑스트라 파인 퀄리티)에 이르는 제냐의 울 방적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제냐 최고급 원사로 손꼽히는 벨루스 오리움 셀렉션(Vellus Aureum Selection)과 호주와 뉴질랜드 지역 최고의 메리노 양모를 선정해 매년 극소량만 한정 생산하는 벨루스 오리움 트로피 셀렉션(Vellus Aureum Trophy Selection) 등은 평균 섬도가 11.5μ에 불과해 제냐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럭셔리 맞춤 서비스의 정수, 수 미주라(Su Misura)


▎제냐의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Alessandro Sartori)가 진두지휘한 제냐 2024 SS 컬렉션. 풍부한 양감을 표현하는 크림 컬러 리넨 소재를 필두로 노르망디에 있는 파트너 농장에서 독점적으로 공수해오는 제냐의 오아시 리넨(Oasi Linen) 소재를 메인으로 사용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원버튼 재킷, 칠부 소매 점프슈트, 와이드 팬츠 등의 아이템이 크림, 카키, 민트, 피치, 브라운, 그레이, 블랙 등으로 채색되어 은은한 멋을 발산한다.
제냐는 슈트를 만드는 데도 아낌없이 정성을 쏟아붓는다. 그중에서도 개인의 체형과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럭셔리 맞춤 서비스 수 미주라(su misura)는 오더 메이드 슈트의 정수다. ‘su misura’는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신체 사이즈는 물론, 다양한 패브릭과 디자인,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오직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다.

제냐는 전통 테일러링과 현대적인 시스템이 조화된 브랜드 고유의 맞춤 제작 시스템을 갖춰 모든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컴퓨터에 저장·관리한다. 그 덕분에 고객이 원하는 원단과 스타일만 고르면 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주문이 가능하다.

수 미주라의 제작 과정은 숙련된 테일러의 손놀림으로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다음으로 담당 직원과 면밀한 상담을 거쳐 450여 가지 패브릭, 100여 가지 모델과 디테일(안감, 버튼, 버튼홀, 라펠, 커프스 등)의 소재와 디자인을 구상하고 선택해 작성된 오더 시트는 이탈리아의 수 미주라 아틀리에에 접수된다.

주문된 옷은 이탈리아 본사 스타비오 공장에서 마스터 테일러 10여 명을 비롯해 고도로 숙련된 테일러 130여 명이 제작한다. 이 공장에서는 하루에 200벌가량만 한정 제작한다.

재킷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140여 개 원단 조각을 사용하고 200여 번에 이르는 재봉·가공 과정, 25번의 다림질, 10번의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쳐 수 미주라 슈트가 탄생한다. 옷 안쪽에는 태글리오 익스클루시보(Taglio Exclusivo·한 사람만을 위한 커팅)라는 라벨과 함께 고객의 이름이 새겨진다. 꼼꼼하게 제작된 옷은 진공 상태에서 마지막 다림질이 이뤄진다. 24시간 동안 습기와 온도에 대한 적응력 테스트를 거쳐 세계 각국 고객들에게 보내진다. 맞춤 슈트를 받기까지는 약 6주가 걸리며, 월드 와이드 시스템을 적용해 주문 장소에 상관없이 제냐 매장이 있는 어느 도시에서나 완성품을 받을 수 있다.

한 번 주문한 고객은 세계 모든 매장에서 재주문할 수 있다. 패브릭과 모델만 다시 선택하면 된다. 슈트뿐 아니라 셔츠, 타이, 코트, 재킷, 팬츠, 세리머니얼 슈트, 테일 코트까지 모두 스페셜 오더가 가능하다.

맞춤 슈트의 결과물을 궁금해하는 고객들을 위해 완성될 슈트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버추얼 피팅 서비스(virtual fitting service)가 제공된다. 애플리케이션에서 360도 로테이션이 가능한 3D 시뮬레이션과 확대 기능을 지원해 선택한 슈트의 뒷모습과 디테일까지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제냐가 그리는 미래, 오아시 캐시미어

제냐 가문은 대대로 아름다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지 못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믿어왔고, 이런 모토는 그들이 기업을 운영하는 바탕이 되었다. 창시자인 제냐의 고향인 이탈리아 트리베로 지역에 기업 차원에서 마을회관, 도서관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지어 지역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하고 있으며 ‘파노라미카 제냐’라는 이름의 도로 개통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환경에도 특히 신경 쓰고 있어 회사 공장을 둘러싼 산비탈 주변 9917만㎡(약 3000만 평) 부지에 여러 해에 걸쳐 50만 그루가 넘는 나무와 진달래, 수국 등을 심고 지속적으로 가꾸었다. 그렇게 오늘날 뉴욕 센트럴파크의 30배가 되는 오아시 제냐((Oasi Zegna)로 알려진 다양한 생물이 번성하는 자연보호구역 내 공원이 조성되었다.

지역사회를 위해 이익을 환원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시작된 오아시 제냐는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속성을 추구하고, 브랜드의 근원을 되새기는 일련의 가치이다.

오아시 제냐의 비전을 이어받은 ‘오아시 캐시미어’는 자연과의 조화를 유지하며 책임감 있는 원료 생산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 ‘최고의 옷은 최고의 천연자원으로 만들 수 있고, 따라서 최고의 천연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내일을 위한 옷’을 제작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가 담긴 오아시 캐시미어는 이태리산 고품질 천연 원료만 사용하며, 2024년까지 캐시미어 농장에서 생산한 원단부터 컬렉션을 판매하는 스토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확인할 수 있는 완벽한 추적 인증 제도를 목표로 삼았다.

오아시 캐시미어는 다음 세대의 웰빙, 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사회에 환원하고 자연을 보존하려는 아름다운 가치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원단을 제작하고,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촉각적으로도 아름다운 제품들을 만들고, 이러한 가치들을 또다시 세상에 내놓는 캐시미어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농장에서부터 이탈리아의 혁신적인 공장까지, 모든 단계에서 믿을 수 있는 원료 도달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제냐의 오아시 캐시미어는 브랜드의 책임감을 상징한다.

브랜드의 새로운 상징,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


▎2021년 12월, 모던해진 로고와 심플해진 브랜드 네이밍과 함께 젊고 신선하고, 현대적 느낌으로 변모한 제냐의 컬렉션.
제냐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슈트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제냐의 실적을 견인한 중요한 카테고리는 니트, 스포츠웨어, XXX 라인의 슈즈다. 그중에서도 제냐의 혁신적인 소재를 무기 삼은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 슈즈는 제냐를 슈즈 명가에 이름 올리게 한 브랜드의 또 다른 아이코닉 아이템이다.

글러브 가죽을 소재로 사용한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시작된 이 슈즈는 세컨드 스킨이라는 이름처럼 최고급 뉴질랜드 송아지 가죽과 양의 태닝 기술을 결합한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져 발에 착 감기는 것이 특징이다.

0.8㎜에 불과한 얇고 가벼운 가죽은 신발을 신지 않은 듯 편안함을 선사하고, 부드럽고 유연한 밑창, 신고 벗기 편리한 슬립온(Slip-on) 디자인으로 여행이나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에게 제격이다.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 슈즈 한 켤레를 만들기 위해 12개월 동안 훈련받은 제냐의 장인 13명이 68개 디테일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섬세하게 공을 들인다. 이렇게 완성된 슈즈이기에 ‘최상의 편안함을 주는 명품’이자 ‘젯셋족의 신발’이라는 수식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뉴 ‘제냐’의 시대의 서막


▎얇고 가벼운 가죽, 부드럽고 유연한 밑창, 신고 벗기 편리한 디자인으로 ‘젯셋족의 신발’로 불리는 트리플 스티치 세컨드 스킨의 2024 SS 광고 캠페인.
2021년 12월 제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동시에 100년이 넘도록 유지해온 브랜드를 새롭게 네이밍하고 로고의 리브랜딩으로 큰 변화를 주었다. 먼저 새로운 시작과 함께 모던해진 로고를 선보였다. 로고 글씨체가 더 감각적으로 바뀌고 글자 위에 도로 그림을 추가한 것. 이 도로는 브랜드 창립자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110년 전 이탈리아 피에몬테(Piedmont) 지역의 불모지에 건설한 SP232 도로에서 영감을 받았다.

브랜드명도 변경했다. 기존 브랜드명에서 창업자의 이름 에르메네질도를 빼고 성만 남긴 제냐로 변경했다. ‘제냐’라는 심플해진 브랜드명으로 제냐 패밀리의 유산을 기념하며 더욱 세련된 아름다움과 애티튜드를 담아냈다.

젊고 신선하며,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로고와 함께 매장 네트워크와 디지털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고객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또 제냐가 이루어온 모든 것과 앞으로 이룰 것들을 상징하는 제냐의 길을 그래픽화한 비큐나 컬러의 더블 스트라이프 ‘시그니파이어’도 함께 소개했다. 지난 2021년 12월에 선보인 스페셜 캡슐 컬렉션을 통해 새로운 로고와 시그니파이어를 적용한 컬렉션이 공개됐다. 젊고 신선한 ‘뉴 제냐’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 시그니파이어는 앞으로 출시되는 제냐의 모든 컬렉션에 적용될 예정이다.

제냐의 오늘 그리고 내일

작은 양모 공장에서 시작된 남성복 브랜드 제냐는 2021년 12월 20일 뉴욕월스트리트에 상장된 최초의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그룹의 일원으로 고급 남성복을 앞세운 제냐, 젊은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서브 브랜드 지 제냐(ZZEGNA), 럭셔리와 스트리트 캐주얼을 결합한 제냐 XXX 등으로 컬렉션을 다양화했다. 2018년 인수한 톰 브라운(Thom Browne) 브랜드하에 남성복뿐만 아니라 여성·키즈 라인도 출시했다. 제냐 그룹의 브랜드들은 전 세계 500개 넘는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제냐는 이제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스위스의 스키·보드 브랜드 자이(Zai), 스위스의 물병 지그(SIGG), 이탈리아의 헬멧 브랜드 카스크(Kask), 스포츠 기능성 슈즈 브랜드 라 스포르티바와 협업해 ‘Beond boundaries’라는 아웃도어 캡슐 컬렉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114년 역사를 지닌 제냐 그룹은 이탈리안 브랜드 특유의 진정성과 가치, 장인정신으로 묵묵히 만들어가는 헤리티지는 물론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창립자의 숭고한 정신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원재료 수급부터 제품 생산과정을 브랜드 내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수직 통합 체계를 철저히 고수해온 덕분에 지역사회와의 관계,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는 제냐의 또 하나의 유산이 되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에는 D2C, 디지털 등 판매 채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혁신에 힘쓰며 원단 기획과 제조 플랫폼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다.

이렇듯 대를 이어 전수해온 최상의 퀄리티와 장인정신,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100년이 훌쩍 넘도록 제냐가 최고의 럭셔리 남성복 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제공 제냐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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