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2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은 4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온스(31.1g)당 136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두 달 뒤 결제하는 선물가격 기준이다. 이틀 만에 200달러나 하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2011년 7월1일 이후 최저치다. 이번 금 가격 하락은 최근 키프로스가 빚을 줄이려고 보유한 금을 10t 가량 내다팔 계획이라는 소식으로 촉발됐다.일본은행(BOJ)이 대규모 양적 완화를 발표하면서 금 시장의 자금이 증시로 이탈한 것도 큰 원인이었다.금 펀드 수익률 주식형 펀드 압도금값은 올 들어 내림세다. 지난해 말 온스당 1674.8달러였던 국제 금값은 올 들어 10.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지수가 13.4% 오른 것과 대비된다. 금값은 주가와 거꾸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가라앉거나 불투명할 때 투자가 몰려 금값이 오르게 마련이다.
온스당 1400달러 밑돌면 투자할 만HSB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공급으로 장기적으로 금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금 수요가 늘어나면 금값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관측이다.세계 1위 금 소비시장인 인도에서 최대 성수기인 4~6월 결혼 시즌이 시작되는 점도 금값 상승론에 힘을 실어준다. 4월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2캐럿 귀고리 가격이 하루 사이 1만 루피에서 1만800루피로 올랐다.전문가들은 현재 금값 수준이라면 저가 매수에 나설 만하다고 말한다. 아시아 주식 전문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그루버는 “금값이 고점에서 27~32% 떨어진 온스당 1300~1400달러에 머물 것”이라며 “1400달러 아래일 때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값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홍콩·싱가포르 등지의 중국계 투자자 사이에서는 ‘골드 러시’ 현상이 벌어졌다.세계 최대 귀금속 업체인 홍콩 초우타이푹(周大福)은 최근 백금 값이 급락하면서 고객이 20%씩 느는 날도 있었다. 중국도 금 사재기 열풍이 분다. 중국 매체 둥팡자오바오(東方早報)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의 금 구입이 늘었다. 중국 최대의 금 생산업체인 중국황금집단공사 상하이 매장에선 4월 12~14일 매출이 2000만 위안을 넘어서면서 1주 전보다 30% 증가했다.신한은행 이관석 자산관리솔루션부 맞춤솔루션팀장은 “단기적으로 금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안전자산의 특성이 다시 부각되면 중장기적으로 지금 시세보다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 펀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총 10개 금 펀드의 4월 16일 기준 3년 수익률은 평균 12.4%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9.7%), 해외 주식형 펀드(마이너스 5.5%) 수익률보다 앞선다.‘KB스타골드특별자산투자신탁(금-파생형)A’(35.8%)·‘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자투자신탁(금-재간접형)종류C-e’(32.9%)·‘이스트스프링골드리치특별자산투자신탁(금-파생형)클래스A’(32.9%) 등은 30%가 넘는 수익률을 냈다. 에프앤가이드 이승현 연구원은 “올 들어 9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산 투자 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은 수익률 금보다 높아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금 관련 투자수단으로 파생연계증권(DLS)도 꼽는다. DLS는 ‘만기까지 금값이 얼마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일정 수익을 준다’는 구조의 상품이다. 금값이 생산 원가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적은 요즘 같은 때 유망 투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최근 나온 금 DLS의 제시수익률은 연 6~10% 정도다.국제 금값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금통장에도 돈이 몰린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4829억원에서 3월 말 510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관석 팀장은 “6000만~7000만원에 이르는 골드바(1㎏)는 거액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라며 “이들처럼 장기·거액 투자자가 아닌 소액 투자자라면 골드바 같은 실물을 직접 사들이는 것보다 금 관련 지수·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금값이 하락하면서 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한 투자 대상인 은이 인기다. 금보다 싸면서 친숙한 실물 투자 수단이라서다. 국제금거래소에 따르면 실버바 1kg 가격은 120만원 대다. 최근 하루 평균 거래량은 30∼40kg에 이른다. 실버바는 많게는 하루 150kg까지 팔린다. 이곳에서 은을 산 이들의 70%는 개인투자자다.한 번에 수천만원어치의 실버바를 사는 고액 자산가도 있지만 상당수는 1000만원 이하의 소액 투자자다. 국제금거래소 김다진 경영전략팀장은 “골드바 1개 살 돈(6000만원대)으로 실버바는 50개나 살 수 있어 실버바를 찾는 이가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금거래소에서도 하루 평균 50kg의 실버바가 팔린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주부에서 회사원까지 수요층이 넓어졌다”며 “금과 은은 구입할 때 10%의 부가가치세만 내면 가격이 올라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양도나 상속·증여가 쉬워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최근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도 은은 금을 압도한다. 국제 금 시세 정보 사이트인 킷코(Kitco)에 따르면 2010년 4월 16일 온스당 17달러던 은 가격은 현재 24달러로 3년 동안 31.8% 올랐다. 같은 기간 금 가격은 온스당 1136달러에서 1379달러로 21% 가량 올랐다. 은의 투자수익률이 더 높다. 은이 금보다 2011년 4월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도 투자 대상으로의 매력을 더한다.골드바는 현재 2011년 고점 대비 13% 가량 가격이 떨어졌지만 실버바는 40% 가까이 떨어졌다. 그만큼 값이 오를 여지가 금보다 클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많다.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많아진 것도 은 투자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이관석 팀장은 “은은 귀금속이지만 전체 생산량 가운데 53%가 산업용 원재료여서 경기 반등 기대감이 커지면 가격도 오른다”며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늘면서 은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