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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지음 『한국을 버려라』… 기업문화·노조 비판서 

“한국 임원 능력 국제적으로 하위권” 

외부기고자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yhsphd@hanmail.net
한국을 버려라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이 쓴 한국에 대한 비판서는 많다. 그중에서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한국인 비판』같은 책은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대부분 한국의 문화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눈에 이상하게 비치는 현상들을 분석한 것이다. 이에 비해 이성용 베인& 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쓴 『한국을 버려라』(청림출판, 2004년)는 ‘경제적 시각’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한 책이다. 경제적 시각이라고는 하지만 이성용 대표는 경제학자나 전문가는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온 경영컨설턴트다. 이성용 대표는 수많은 한국 기업을 분석하면서 왜 그들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지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 원인을 찾고 처방을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0여 년 전 그가 미국 컨설팅 회사인 A. T. 커니의 한국 대표로 부임했을 때 업무상 그를 자주 만났는데 당시 그는 한국의 기업문화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한국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한 듯하다. 이 책은 논리로 독자를 설득하기보다 풍부한 사례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한국 기업 내부의 조직·인사·계약관행 등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판만 하지는 않는다. 설득력 있는 대안을 반드시 내놓고 있다. 이성용 대표가 지적하는 것 중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은 역시 사람·인물 등 인적자본의 중요성에 관한 것들이다. 그는 한국인이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해 성공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사람이 사소한 공적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고 수많은 영웅을 만드는 데 반해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유명해진 사람도 비판만 하는 일이 많다. 그러니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김구나 히딩크가 상위에 오르는 것이다. 5000년 역사를 자랑한다면서 영웅들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사람이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사장들을 만나보면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고 조직이나 프로세스를 바꾸지만 정작 문제는 사장 본인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성용 대표의 지적이다. 기업들은 사람을 뽑을 때 엄청난 기준을 제시한다. 미국 MBA에, 공인회계사에, 토익이 900점은 돼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그렇게 뽑은 인재들이 3∼4년만 지나면 개성은 없어지고 조직문화에 묻혀 눈치만 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똑똑한 개인과 무능한 집단’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미국 기업 GE와는 정반대다. GE에서는 과거 경험이나 자격증보다 기업 내에서의 실적과 성과를 더 많이 따진다. 반면 한국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능력을 키워 주지는 않고 방관만 하다 불황이라도 닥치면 나이순으로 해고한다. 해고 이유는 성과 부진이 아니라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 임원쯤 되면 같은 업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이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행세하고 대접받는다. 그러나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한국 임원들의 지식과 능력은 너무나 뒤떨어져 있다는 게 이성용 대표의 판단이다. 재무나 기획 쪽에서 일했다고 재무통이니 기획통이니 하는 말을 듣지만 사실 능력 개발을 위한 훈련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일을 최우선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 이성용 대표가 본 한국 문화는 정말 독특하다. 선진국과 달리 최대의 이벤트는 퍼레이드나 음악회 등 문화행사가 아니라 노조나 무슨 단체의 시위다. 시위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도 신기하다. 나이 많다고 해고하는 이상한 나라한국 사람은 일해야 하는 낮 시간은 적당히 때우고 밤이 되면 많은 활동을 한다. 활동이라고 하지만 음주가무가 대부분이다. 세계 22개국을 돌아보았다는 이 대표는 해운대를 가보고 조밀한 지역에 그토록 많은 술집이 들어선 것에 너무 놀랐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너무 많은데도 정작 한국 사람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지식을 얻기 위한 활동도 대개 졸업한다. 외국에서 유학한 사람이 그리 많은데 세계의 여론을 주도하는 미국 CNN 방송에 나가 우리 입장을 영어로 조리 있게 대변할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그래도 과거에는 열심히 일해 이만큼 먹고살게 됐는데 최근에는 평등·균형·분배에 관한 욕구가 높아져 생산성을 낮추고 있다. 한국은 생존하기 위해 계속 수출해야 하고 그러자면 연구개발(R&D)에 더 많이 돈을 들여야 한다. 벌써 나눠 먹기를 해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없다. 한때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매년 성장률이 1% 정도씩 차이가 나더니 결국 아르헨티나는 세계경제의 문제아가 되고 말았다. 이제 좀 먹고살 만하다고 성장률이 2%가 되건 3%가 되건 생산성보다 분배나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외치면 어느 나라든 아르헨티나 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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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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