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 되면 ‘도대체 명절을 누가 만든 거야’라고 원망하면서도 자식으로서 의무감에 고향을 찾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고향에서 유례없이 긴 휴가를 보내고 왔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고향집에 머물러 있다. 어머니께서 차려주셨던 밥맛이 자꾸 생각나서인가 보다.
팔순 노인인 어머니는 지금도 작은 가마솥에 밥을 지으신다. 볏짚에 불을 붙이고 풍구를 살살 돌리면서 왕겨를 한 주먹씩 던져 넣으면 벌건 불빛에 익어가는 밥 냄새가 코끝에 닿는다. 밥 짓기 2회전인 뜸들이기에 들어가면 왕겨 위에 바싹 마른 콩깍지를 얹고 불이 사그라질 무렵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만들어 얹는다. 밥은 밥대로 찌개는 찌개대로 맛내기에 들어간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에 존 듯한 된장찌개를 한 술 올려 비벼 먹으면 지상 최고의 맛. 그 어떤 산해진미가 이에 비할까?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