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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걱정 마세요 

원경희 혜인 회장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1970년대부터 비상발전기 공급 … 전력대란 안전장치로 주목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혜인 주요 제품 모형과 함께 촬영에 응한 원경희 혜인 회장.



불볕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장치 사용이 급증했다. 휴가 시즌이 끝나면서 기업의 전력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공장 가동률이 다시 높아지자 전력거래소에 비상이 걸렸다. 2011년 9월 발생한 순환 단전 사태를 다시 겪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자(民資)발전사의 주가가 오르며 디젤·가스 발전 시스템을 수입공급하는 혜인이 주목 받는다. 원경희 혜인 회장은 “우리는 비상전력용 발전기 세트와 발전실 설계·설치, 품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전력난으로 블랙아웃(대정전) 가능성이 커지자 발전기 설비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혜인은 1960년 그의 부친 고 원용석 회장이 창업했다. 건설 중장비와 산업용 엔진, 발전기 세트를 수입공급한다. 서울~부산간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 건설 공사에 캐터필라 사의 장비 222대를 납품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호남고속도로나 영동고속도로 같은 대형 토목공사와 건설 공사에 참여했다. 건설업계에서 ‘중장비는 혜인’으로 꼽힐 정도로 지명도가 높다.

혜인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3년 산업용·해상용 엔진과 비상 발전기 사업에 진출했다. 전국에 산업단지가 건설되며 비상 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용 엔진의 수요가 늘었다. 혜인은 KBS에 비상발전 시설을 납품하며 이 분야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76년 KBS는 전국에 지방 방송국과 기지국을 설립했다. 지상파 방송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수다. 자연 재해나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정전 사고에 대비해 방송국마다 비상발전 시설을 갖춰야 한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제품은 미국 캐터필라 사에서 만들었다. 캐터필라는 혜인과 긴밀한 관계였다. 경부고속도로 공사 당시 캐터필라는 혜인을 통해 장비를 한국에 공급했다. 혜인의 투명경영과 신뢰가 두 회사의 관계를 공고하게 했다.

경부고속도로·KBS 기지국 건설 참여

혜인이 비상 발전용 디젤엔진 공급을 요청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시 혜인이 KBS에 설치한 발전기 20여대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돌아간다. 이후 지금까지 혜인은 공공기관과 언론사, 주요 병원과 대기업 공단에 비상용발전기를 공급했다. 원 회장은 “장비를 설치한 다음 문제가 생기면 밤을 새워가며 수리에 매달렸다”며 “오랜 동안 신뢰를 쌓아온 덕에 시장에서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혜인은 지난해 19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충남 천안공장 증축 및 지점 확충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 진출과 엔진·발전기 부문의 매출이 늘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전체 매출에서 엔진과 발전기 사업부문 비중은 약 35%다.

원 회장은 “엔진·발전기 사업이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기여해왔다”고 설명했다. 혜인이 공급하는 선박용 엔진·발전기는 어선·여객선·요트 등에 장착된다. 육상용은 건물 비상용 발전기로 주로 사용된다. 산업용 엔진은 트랙터 등에 활용된다.

그는 엔진·발전기 분야의 미래를 밝게 본다. 2011년 병원과 방송국 등 주요시설 비상 발전기 설치가 법제화됐다. 전력 공급 문제도 당분간 해결이 어렵다. 폭염으로 민간 전기사용량이 해마다 늘었다. 여기에 원전 비리 문제로 가동을 중단한 원전까지 생겼다. 발전소를 새로 지으려면 5~10년은 걸린다. 그래서 비상용발전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원 회장은 “전력 수급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없고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혜인은 지난해와 올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와 신한금융그룹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삼성전자 경기 기흥 부품연구센터와 KT 서울 목동 IDC센터 등에 비상용 발전기를 공급했다. 원 회장은 “신도시 개발과 고층 빌딩 건설이 늘어나는 추세라 당분간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산업과 빌딩 구조에 가장 적합한 발전기 설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혜인이 공급하는 제품은 세계 최대 중장비 기업인 캐터필라에서 제작한다. 캐터필라는 1904년 트랙타입 농기구 개발 후 약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건설 중장비, 농업용 장비 등의 분야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이 회사의 발전기와 엔진은 세계적 품질을 자랑한다. 출력 4000kW를 뽑아내는 고속 디젤엔진을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혜인은 캐터필라의 공식 딜러로 중장비와 엔진, 발전기 세트를 국내외 육상·해상을 망라한 다양한 산업현장에 공급한다.

원 회장은 “캐터필라 외에도 물류장비 제조기업인 융하인리히를 비롯해 세계 1위 컴프레서 제조기업 아트라스 콥코, 건설 및 광산장비 브랜드 메쪼, 그리고 미국의 포드자동차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혜인은 글로벌 대표 건설기계 브랜드와 공식 딜러십 계약을 하고 굴착기·휠로더·불도저·트럭과 도로 포장장비 등 각종 건설장비와 육상·선박용 엔진 및 발전기, 그리고 광산장비와 자동차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했다.

혜인의 주력 분야는 건설장비다. 국내 주요 토목공사는 물론 1980년대 중동 건설에도 참여했다. 당시 한국 건설사들은 혜인을 통해 장비를 공급 받았다. 이라크나 사우디에 진출한 캐터필라의 현지 업체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가격도 같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혜인을 선택해왔다. 공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고장이 발생하면 기계가 다시 작동할 때까지 책임지고 수리했다. 이때 쌓은 신뢰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캐터필라와 40년 인연

최근 중동에서 건설공사를 수주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혜인을 통해 중장비를 공급 받는다. 원 회장은 “충남 천안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리 공장을 운영하며 경험을 쌓았다”며 “혜인의 강점은 판매 이후 장비를 안전하게 운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까지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혜인의 목표는 매출 3200억원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흑자전환이다.

“고객과의 믿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를 지킬 수 있으면 100년 가는 기업 될 수 있습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100년 기업도 하루 아침에 무너집니다. 글로벌 대표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모든 산업 분야에서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과 솔루션을 제공하겠습니다.”

1201호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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