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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riculture - 블루베리 블루스(Blues) 

美 동부 블루베리 수확 비상 

제시 엘리슨 뉴스위크 기자
세계 최대 산지 美 메인주 일손 부족으로 수확 차질 우려



메인주의 워싱턴 카운티는 미국의 동쪽 끝이다. 메인주 사람들은 미국의 어느 주보다 해가 먼저 떠오르는 그곳을 ‘다운이스트(Down East)’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더 유명한 것이 블루베리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야생 블루베리의 85%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생산량은 4만t에 이르렀다.

수확은 신속하고 맹렬하게 이뤄진다. 매년 8월 1일이면 수백 명(몇 년 전에는 수천 명이었다)이 야생 블루베리를 수확하려고 체리필드·밀브리지·데블로이스로 몰려든다. 그들은 블루베리를 수확하는 데 필요한 특수 갈퀴를 휴대한다. 두 개의 손잡이와 얇고 기다란 날을 가진 알루미늄 연장으로 덤불에서 블루베리를 훑어 딴다.

최대 농장은 재스퍼 와이먼 앤 선이다. 미국 야생 블루베리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메인주 워싱턴 카운티,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와 뉴 브런즈윅주를 포함해 약 400에이커의 농장을 운영한다. 메인주에서 이주근로자 약 250명을 수용하는 옅은 푸른색 임시 오두막집들도 그들 소유다. 축구장과 타코 트럭을 에워싼 그 오두막집들은 8월만 되면 한 달 남짓 활기를 띤다.

그러나 올해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8월 1일 수확이 시작됐을 때 재스퍼 와이먼에는 일꾼이 예전보다 60명이나 줄었다. 일꾼 팀도 4개로 줄었다. 몇 년 전에는 14개나 됐다. 재스퍼 와이먼 농장의 일꾼 팀장 랜디 페리가 말했다.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메인주 노동부의 줄리 라비노위츠 대변인에 따르면 그런 농장이 재스퍼 와이먼만이 아니다.

대개 현지 청소년들이 학비를 벌려고 블루베리 수확 일꾼으로 일하지만 최근 몇 십 년 동안 그 수가 계속 줄어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비디오게임이나 하려고 한다고 어른들은 푸념한다. 일당이 20년 전과 똑같다는 사실도 문제다. 그러나 일꾼들이 그곳을 외면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계 수확에서 비롯된다. 일꾼들이 스스로 쓸모없다고 느낀다.

재스퍼 와이먼 농장은 1999년 거대한 트랙터 같은 수확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재스퍼 와이먼의 에드 플래너건 대표는 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민과 노동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된 때문이다. “이제 기계의 가치가 입증됐기 때문에 예전으로 되돌아갈 생각은 없다.” 지금은 전체 수확의 70%를 기계로 한다.

그러나 지반이 평평하지 않은 밭에는 아직도 일꾼이 필요하다. 올해의 작황은 근래 들어 최고 기록을 세울 듯하다. 그러나 적시에 수확되지 않으면 밭에서 그냥 썩어간다. “수확 일꾼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플래너건은 말했다.

며칠 뒤 재스퍼 와이먼은 수확 일꾼 35명이 더 필요하다고 광고를 냈다. 수확 기간도 3주를 연장했다. 그 전에 서리가 내리면 수확은 자동으로 종료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재스퍼 와이먼에서 일했다고 농담하는 페리는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일꾼이 모자라 추가로 모집광고를 내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생산 기계화로 노동자 소외감

올해 블루베리 수확철이 시작되면서 와이먼의 일꾼들은 하루 10시간씩 15일을 연달아 일했다. 지금 일꾼은 약 200명이다. 멕시코나 온두라스 출신 남성이 주류이지만 아이티·캐나다, 메인주 주변 지역 출신도 있다. 그들은 흰줄이 쳐진 덤불의 긴 줄을 따라오가며 허리를 굽혀 갈퀴를 끌어 블루베리를 수확해 11kg짜리 플라스틱 통에 쏟아 붓는다. 통 하나를 채우면 2달러 25센트를 받는다. 괜찮은 날이면 일부 손 빠른 일꾼은 몇 백 달러를 번다.

그러나 어떤 날은 허리가 부러져라 일해도 몇 푼 벌지 못한다. 자발적으로 일하러 오는 사람도 여전히 적잖다. “이곳에 와서 일하면 마음이 평온하다”고 인근 체리필드에 사는 조시 폴(34)은 말한다. 일곱 살 때부터 블루베리를 수확한 그는 수확 기계를 이야기하자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서글프다. 하지만 그게 대세다. 무엇도 그 추세를 바꿀 순 없지 않겠는가.”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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