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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태블릿, 밀려나는 PC 

무섭게 크는 태블릿 시장 

시장조사 업계 태블릿 점유율 전망 높여 … 운영체제 경쟁도 치열

▎태블릿에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결해 PC 대용으로 쓰는 사람이 늘었다.



태블릿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를 처음 출시했을 때만해도 태블릿의 큰 성공을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저 크기가 조금 더 큰 아이폰(스마트폰)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기능과 크기가 모호했다. PC를 대체하기엔 성능이 떨어지고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었다. 스마트폰을 대체하기에는 너무 컸다.

“얼리어답터의 장난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불과 3년 사이, 태블릿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성능은 웬만한 데스크톱 수준으로 올라섰고,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많은 사람이 PC 대신 태블릿을 구매하거나, 스마트폰과 PC의 보조수단으로 태블릿을 구입하고 있다.

태블릿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장밋빛이다. 미국의 IT전문 시장조사업체 IDC는 소‘ 형 컴퓨터 시장에서 PC의 영향력이 점차 줄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태블릿과 PC의 시장점유율 경쟁이다. 현재 PC가 20.2%, 태블릿이 14.6%인 점유율이 2015년 역전 되고, 2017년에는 PC 13%, 태블릿 16.5%로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IDC는 예측했다.


2년 뒤 태블릿과 PC 점유율 역전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이 업체는 올 1월 내놓은 IT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태블릿 공급대수가 노트북 공급대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6년이 지나야 태블릿이 노트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이 기관의 이전 전망을 수정한 것으로, 태블릿의 확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시장 출하량에서도 PC와 태블릿의 명암은 엇갈린다.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PC 출하량은 3억5270만대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11년 만의 역성장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90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들은 PC업계의 이 같은 실적 부진이 단순한 경기 불황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트너의 수석 애널리스트 미카코 기타가와는 “태블릿이 PC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오래된 PC를 교체하는 대신 태블릿을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이 PC와 태블릿 두 기기 모두를 개인용으로 구매하고 사용할 것이라는 기존 업체의 전망과 달리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개인용 태블릿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개인들이 태블릿을 콘텐트 소비 기기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창작이나 관리 등 PC 고유 업무의 경우 개인용 기기가 아닌 공유 PC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지난해 우수한 품질의 태블릿이 저가로 출시면서 이런 변화가 촉발됐고, 기존 PC 저변이 점점 축소돼 태블릿의 소비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태블릿의 보급 정도와 성공 요인은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며 “분명한 건 PC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 들었고 스마트폰의 성장세도 둔화되는 반면 태블릿은 당분간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수준이 높고 지식 노동자가 많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태블릿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태블릿이 등장하기 이 전에는 동영상과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기기가 마땅치 않았다는 것도 유럽과 미국 태블릿 시장의 성장에 큰 몫을 했다. 반면 대형 화면 스마트폰(패블릿)이 잘 보급돼 있는 한국과 경제적 수준이 낮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태블릿 보급 속도가 더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까지는 태블릿이 보급될 것이라는 게 강 박사의 생각이다.

태블릿의 보급이 늘면서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애플·삼성·LG 등 기존 모바일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까지 태블릿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 아마존과 노키아, 중국의 업체들은 저가의 보급형 태블릿을 쏟아내며 시장을 달구고 있다.

OS 승자가 미래 스마트 시장 장악

태블릿 제조업체 간의 경쟁과 함께 주목해야 할 시장이 운영체제(OS)다. 기존의 태블릿은 크기와 성능에서 제조업체간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기능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차이로 다가오는 건 결국 OS다. 그동안 태블릿 OS를 지배한 절대 강자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iOS 기반의 애플 제품과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제품이 태블릿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시작했다. 태블릿의 성장세에도 애플과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조금씩 하락했다.

나머지 빈자리를 채운 것이 윈도 OS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독자 OS개발해 킨들파이어를 출시한 아마존이다. PC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보급이 늘면서 시장에서 힘을 잃었다. 이에 승부수로 던진 것이 윈도를 탑재한 태블릿이다.

윈도는 기업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의 소프트웨어와 호환성이 좋아 많은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파이어는 전자책 읽기에 최적화된 OS를 장착하고 저렴한 가격에 기기를 판매해 지난해 저가 태블릿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에 올 초 ‘타이젠’이라는 자체 개발 OS를 발표한 삼성과 개방성을 강조한 우분투·파이어폭스 등의 OS가 가세해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삼성경제연구소 임태윤 수석연구원은 “많은 기기에서 사용되는 OS를 생산하는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이다”며 “지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중심으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곳에서의 승자가 태블릿과 연동한 자동차·TV·카메라를 아우르는 영역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블릿의 OS 경쟁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태블릿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동형 책임연구원은 “태블릿이 스마트폰의 경험을 확대하고, 중소형 TV 시장을 대체하는 단계로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제 PC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PC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콘텐트를 생산하는 기능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아직 태블릿은 애플리케이션이나 동영상, 인터넷 정보 등 콘텐트를 소비하기에 적합한 도구다. 태블릿으로 복잡한 문서 작성 작업을 하거나, 그래픽 작업을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PC의 장점을 두루 갖춘 기기다. 하지만 완벽하게 모든 기기를 대체할 수 없다. 스마트폰보다 휴대성이 떨어지고, PC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태블릿이 소·중·대형 분야로 나뉠 것으로 전망한다. 소형 태블릿은 5인치 대화면을 장착한 패블릿과, 대형 태블릿은 PC와 경쟁해야 한다. 태블릿이 최종 승자가 될지, 어정쩡한 카테고리로 과거 넷북처럼 사라질지는 앞으로 기술 발전 속도에 달렸다.

1211호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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