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히든싱어’ 묘미는 공정경쟁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히든(hidden)이란 게 무엇인가? 숨겨진·비밀의·신비한…. 아무튼 확실히 드러나지 않게 희미하고 불명료한 존재를 말하는 표현 아닌가? 그런 것이 어찌 만천하에 드러내 놓고 으시대는 것인가?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히든챔피언이, 방송가에서는 히든싱어가, 인생살이에서는 히든카드가 세간을 휩쓸고 있다. 너도나도 ‘히든’을 외치는 바람에 그야말로 히든 아닌 히든이 됐다.

먼저, 요즘 수 년 간 우리나라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히든챔피언을 보자. 독일의 헤르만 지몬이 말한 히든챔피언은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눈에 띄게 규모가 성장하고, 생존능력이 탁월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특히 그가 히든챔피언이라고 굳이 ‘히든’을 강조한 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역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왜곡·변질돼 하나의 스타 기업화 된 건 아닌지 우려된다.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우리 회사가 ‘히든챔피언’이 아니면 존재감조차 상실해 마치 인기 없는 무명 연예인마냥 외면 받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더구나 최근 우리나라의 히든챔피언은 국가기관이나 관련 단체가 어떤 틀이나 기준을 정해놓고 선정하다보니 발굴한다기보다 거기에 맞추기 위해 성형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닐까? 마치 진정한 자연미인이 아니라 성형미인만 늘어나는 형국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히든의 대표주자는 아무래도 히든챔피언보다는 ‘히든싱어’인 듯하다. 포털에서 ‘히든’을 한번 검색해보라. 모두 히든싱어로 도배돼 있다. 무엇이 대중을 이토록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무엇보다 히든싱어식 선정방식이 아닐까 싶다.

히든싱어는 마치 대입 실기고사에서 이름과 수험번호를 감추고 심사하듯이, 커튼 뒤의 가창력으로만 평가한다. 단순하면서도 공정한 게 시청자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우리 기업도 계열사 또는 친분이 있는 CEO의 제품이 아니라 오로지 제품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평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히든싱어의 또 다른 묘미는 가짜가 진짜를 이길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어이없는 상황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 아닐까? 진짜는 진짜다워야 하고, 진짜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된다. 히든싱어는 힘들게 공부해 들어간 대학에서 펑펑 놀다가 세월을 보내고 후회하거나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후 분발하지 않아 내리막을 걷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제 필자도 ‘히든카드’를 하나 내밀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용어 사용에서 ‘히든’이라는 말보다는 순수 우리말 ‘숨은’이 더욱 정겹다고 본다. 히든이 주는 용어의 느낌이 뒤에 무언가 정당치 못한 것을 감추고자 하는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 숨은 성장동력이 살아넘치고, 우리 사회에 숨은 감동이 물결치고, 우리 회사에 숨은 일꾼이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 좋겠다.

1214호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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