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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 - 관광객·소비 늘면서 경제 ‘들썩’ 

복합리조트의 천국 싱가포르 

카지노·쇼핑·레저·회의 한 곳에서 … 외국 자본에 국부유출 논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리조트 카지노의 내부. 매년 60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11월 20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MBS·Marina Bay Sands)리조트의 카지노. 형형색색의 불빛이 요란한 3층 규모의 카지노는 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의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카지노에 들어서자 한쪽 테이블 위 유리관 안에서 튀는 3개의 주사위에 시선을 고정한 사람들이 “다이, 다이, 다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즐긴다는 카지노 게임인 ‘식보(Sic Bo)’ 테이블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이들이 외치는 ‘다이’는 ‘대(大)’의 중국어 발음. 식보는 3개 주사위의 합이 11∼17이면 ‘대’에 배팅한 참가자가 돈을 따고, 합이 4∼10이면 ‘소’에 돈을 건 참가자가 승리한다. 마침내 주사위가 멈추자 테이블 주변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주사위의 합은 15. ‘다이’를 외친 중국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반대편 수십여 대의 슬롯머신 게임기 앞에는 중년 여성 관광객들이 자리에 앉아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슬롯머신 게임은 10싱가포르달러(약 1만8000원)를 넣고 본인이 원하는 베팅금액(1·3·10·25 싱가포르달러) 버튼을 눌러 가로·세로·대각선 등에 같은 그림이 나오면 액수에 따라 배당이 떨어진다. 50대로 보이는 중국인 여성이 돈을 따자 기계를 껴안고 주문을 걸기도 했다.

3년 만에 외국인 관광객 60% 늘어

인구 530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요즘 관광객으로 넘쳐 난다. 지난해 싱가포르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1440만명. 우리나라는 작년에 비로소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인구의 세 배 수준에 달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카지노를 엄격히 규제하면서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해외 카지노에서만 100조원 이상을 썼다.

이곳 MBS의 총 면적은 92만9000㎡(약 28만1023평)으로 공사 비용만 6조원이 들었다. MBS는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쇼핑센터·컨벤션센터·레스토랑 등이 갖춰진 대규모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다.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는 MBS와 리조트월드센토사(RWS·Resorts World Sentosa) 두 곳이다. 모두 2010년에 지어진 이후 싱가포르에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복합리조트 전체 매출은 71억 달러(약 7조5300억원)였다. 이 중 카지노 매출이 58억9100만 달러(약 6조2500억원)였다. 전체 매출의 82.7%에 달한다.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인 마카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2009년까지만 해도 900만명 수준이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3년 만에 1440만명으로 늘어난 건 두 곳의 복합리조트 덕이 크다.

싱가포르에서 29년 거주한 교민 김하나(53)씨는 “싱가포르 경제는 복합리조트가 생기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곳의 리조트 카지노 개장으로 첫 해 51억 달러(약 5조8000억원), 2011년에는 59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약 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면서 싱가포르 전체 인구 100명 중 1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마이너스 2%로 뒷걸음질했던 싱가포르의 경제성장률(GDP)은 2010년 역대 최고인 14.7%로 급증했다. 복합리조트 덕에 지난해 싱가포르 GDP가 1.5%포인트 더 높아졌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5년까지 관광객 1700만명, 300억 싱가포르달러(약 25조4283억원)의 관광수입, 일자리 10만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싱가포르관광청 관계자는 “싱가포르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뿐만 아니라 쇼핑·공연·오락도 즐길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라 관광객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복합리조트에 마련된 시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예컨대 MBS는 세 개의 빌딩이 배를 형상화한 건물을 머리에 이고 우뚝 서 있는 외관이 인상적이지만 내부도 만만치 않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1·2·3동 3개 타워를 연결해 길이만 280m에 달하는 로비가 펼쳐진다.

호텔에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카지노를 중심으로 샤넬·프라다 등 50여 명품매장이 있는 쇼핑센터 ‘더숍스(The Shoppes)’와 1만1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미술관 등이 좌우에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루이비통 매장은 리조트 밖에 물 위에 섬 형태로 조성됐다. MBS의 백미는 57층의 스카이파크 전망대다. 지상 200m 높이에 넓이 1만2400m²로 축구장 3개 규모와 맞먹는다.

싱가포르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싱가포르 금융가의 고층 건물과 마주하는 스카이파크의 150m 길이 야외수영장도 리조트를 대표하는 곳이다. 미국에서 관광을 온 데이빗(38)은 “고층 건물 옥상에 전망대와 수영장이 함께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센토사 섬의 리조트월드센토사에는 7개의 테마존과 24개의 놀이시설을 갖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다.



세계 4번째 유니버설 스튜디오 개장

야외 공연장 이벤트 플라자에서는 오후 8시와 9시30분에 레이저쇼가 열린다. 하루 두 차례 열리는 레이저쇼는 3.5km에 이르는 산책로가 무대고, 3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호텔 건물과 예술과학박물관이 스크린이다.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를 배경음악으로 워터스크린을 만들어 영상을 띠운다. 발광다이오드(LED)조명 25만개와 분수·비누방울로 13분 동안 레이저쇼가 펼쳐진다.

시내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센토사 섬의 리조트월드센토사(RWS)는 대형 놀이공원을 떠올리게 한다. 인공적으로 만든 섬인 센토사 섬에는 카지노를 비롯해 푸른 바다와 야자수가 어울러진 해변, 유니버설 스튜디오, 수족관·호텔·골프장 등이 있다. 총 49만㎡(14만8225평)의 규모로 5조6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4배 규모다. MBS가 비지니스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RWS은 ‘가족’에 초점을 맞췄다.

호텔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카지노로 바로 이어진다. 게임 테이블 390대 규모의 카지노는 MBS보다 화려한 원색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중국계 관광객의 취향을 겨냥한 듯 황금색과 붉은색을 많이 사용했다. 이곳 카지노도 역시 중국계와 내국인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바카라(카드 숫자의 합이 9와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테이블에서는 사방에서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환호와 탄식의 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온다. 복합리조트 면적의 5%를 차지하는 카지노는 리조트 총 매출의 60% 이상을 벌어들인다.

카지노에서 나오면 걸어서 10분 거리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놨다. 미국 할리우드와 올랜도, 일본 오사카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문을 연 美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트랜스포머·쥬라기공원 등 7개의 테마존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테마존은 ‘트랜스포머 4D 라이드’다. 3D 안경을 끼고 롤러코스터에 탑승해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이 돼 악당과 전투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45억 L 규모의 수중에 800종, 10만여 마리의 해양 동물이 모여있는 S.E.A 오션아리움은 세계 최대 규모다. 6개의 호텔은 연령대와 소득수준 등 관광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리조트월드센토사 한국사무소 황명준 대리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늘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올 들어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3000만명 넘게 방문했다”고 wjs했다.

싱가포르 경제 성장에 한 몫

복합리조트가 싱가포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만만치 않은 부작용도 있다.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의 전체 방문객 중 내국인 비중이 약 7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두 곳의 복합리조트 모두 외국기업이 운영하고 있어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2005년 4월 싱가포르 정부가 복합리조트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국영기업인 테마섹의 자회사인 캐피털랜드가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싱가포르 정부가 원하는 기준을 맞추지 못해 외국기업이 맡았다. MB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샌즈그룹이, RWS는 말레이시아 겐팅그룹이 투자했다.

카지노를 이용하는 내국인이 많아 사행심리가 확산되고 도박 중독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싱가포르 내국인 게임 중독 비율은 2008년 1.2%에서 2011년 1.4%로 늘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내국인의 무분별한 카지노 출입을 막기 위해 입장료 제도를 도입했다.

하루 동안 카지노를 출입하려면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8000원)를 내야 한다. 연간 입장료는 2000싱가포르달러(약 177만원)다. 중독 방지를 위해 가족이나 제3자가 특정인의 카지노 출입 금지를 요청하면 카지노 입장이 불가능하다. 생활보호 대상자·신용불량자 등 감독청이 지정한 사람도 카지노에 들어갈 수 없다.




1215호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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