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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이 갑자기 쓰러질 때 당신의 선택은? 

해외 기업은 어떻게 뽑나 

몰래카메라, 뇌파 검사, 선착순 입사 등 참신한 기법도 … 일본은 여전히 공채 시즌 북적

▎구글 네덜란드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보드판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있다. 혁신적인 업무 환경으로 알려진 구글은 다단계 인터뷰와 같은 까다로운 채용 과정으로 유명하다.



면접 도중 면접관이 갑자기 쓰러지고, 회사에는 큰 불이 난다. 자살 소동까지 벌어지니 지원자로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처럼 보이겠지만 올해 초 글로벌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 채용 과정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하이네켄 측은 일부러 상황을 연출해 지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방식으로 합격자를 뽑았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행동할 줄 아는 인재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1734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주인공은 가이 러팅. 자살 소동이 벌어졌을 때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방관의 요청을 듣고 가장 빨리 뛰어나가 구조용 매트를 든 사람이었다.

하이네켄은 이 과정을 모두 영상에 담아 자신들이 후원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축구 경기를 통해 공개했다. 전광판에 ‘당신은 채용됐습니다(You got the job!)’라는 문구가 새겨지자 그제야 러팅은 자신의 합격 사실을 알았다. 수만 명의 기립 박수와 수백만 시청자의 축하 인사를 받았으니 역사에 길이 남을 입사라 할 만하다.

하이네켄이 이 채용 과정을 담아 제작한 ‘후보자(The Candidate)’라는 이름의 동영상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는 단기 프로젝트였지만 판에 박힌 채용문화에 길든 전 세계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뽑아서 나누느냐’ ‘나눠서 뽑느냐’

영상에 나온 지원자들에게 장점을 물으면 하나같이 ‘열정’이라 답한다. 단점을 물으면 대부분 ‘고집’이라 답한다. 관심사도 취미도 비슷하다. 질문이 같으니 답도 같다. 획기적인 면접방식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적합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건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마찬가지다. 채용 과정도 별반 다를게 없다. 지원을 받고, 서류를 검토한 뒤 면접을 거친다. 직원수가 많은 대기업이 모든 신입사원을 하이네켄처럼 뽑을 순 없는 일이다.

큰 틀은 비슷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기업과 달리 한국기업은 주로 공채를 통해 인력을 충원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채용 즌에 맞춰 대규모 공채를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 밖에 없다. 서구기업은 주로 직무에 맞게 수시로 채용한다. 기자는 호주 어학연수 시절 이 차이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유학생들은 보통 현지 대행사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

영어실력도 늘릴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각 호텔의 홈페이지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 전역 50여 호텔 홈페이지를 찾아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는 페이지에 이력서를 첨부해 제출했다.

밑도 끝도 없는 무모한 행동이라 생각했는데 2~3곳에서 실제로 연락이 왔다. 현지 실무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중 한 곳에서 일하게 됐다. 그들은 기자가 대학시절 했던 아르바이트 경험을 높이 평가해줬다. 수시 채용의 수혜를 받은 셈이다.

공채와 수시 채용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공채 방식은 짧은 기간 동안 대규모 인원을 채용할 때 유리하다. 직무 연수 등을 함께 받고, 기수·서열 문화가 자연스레 생기기 때문에 조직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직무에 맞게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반면 범용 인재를 뽑기 때문에 입사 직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긴 어렵다. 추가적인 교육 비용이 필요하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치열한 입사경쟁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도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채용시즌을 따로 두지 않고 수시로 채용하는 미국·독일 기업은 해당 직무에 맞는 인재를 뽑아 채용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직원의 적응력과 전문성이 높고, 채용 비용이 비교적 덜 든다. 보직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조직 충성도가 낮아 이직이 잦은 건 단점으로 꼽힌다. 서구기업은 채용 공고를 낼 때 학벌과 연령, 구직자의 졸업 시기 등을 고려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공과 경력, 직무 적합도 등을 더 중시한다.

그래서 채용 공고를 낼 때 입사 후 맡을 업무와 필요한 자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다. 자재구매 담당자가 필요하니 자재소요량계획(MPR) 관련지식과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운용 능력, 고급 엑셀 활용능력이 필요하다고 공고를 내는 식이다. 지원 자격과 우대사항 등만 간단히 언급하는 한국 기업과 다른 점이다. 간단히 말해 ‘뽑아서 나누느냐’ ‘나눠서 뽑느냐’의 차이다.

채용문화는 각국의 경제적 환경과 기업문화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어떤 것이 더 좋다 나쁘다 평가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다만 과도한 채용 전쟁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우리나라는 서구식 채용 방법을 도입하거나 장점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채용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직무적합성을 중시하는 서구기업의 상당수는 인사팀이 아닌 현업부서가 면접을 진행한다. ‘우리 팀에 필요한 사람은 직접 뽑겠다’는 취지다. 서류에 적힌 스펙보다는 인터뷰를 중시하는 것도 이 과정에서 생긴 문화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여러 현업 관리자가 다단계 인터뷰 전형을 진행하는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일단 부서장과 팀원 중심으로 면접위원을 구성한 뒤 4~6단계에 걸친 일대일 면접을 실시한다.

각 면접위원이 전문성이나 인지 능력, 조직 적합성 등을 평가하면 부서장이 면접위원의 동의를 받아 인사팀에 채용 의사를 전달한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가장 적합한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도 있지만 지원자에게도 회사를 더 정확히 알고 들어오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른바 ‘구글 문화’라는 것을 면접 단계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원자에 ‘구글 문화’ 심는 다단계 인터뷰

충분한 기간을 두고 직무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해 인턴십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것도 서구기업의 특징이다. 이런 채용문화가 지속되면서 기업별로 나름의 브랜드가 정착돼 있다. ‘세계 최고의 인재풀’이란 자부심을 갖고 싶다면 애플, 즐겁고 유쾌한 직장을 원한다면 사우스웨스트항공,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고 싶다면 골드먼삭스를 선택하는 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봉재 수석연구위원은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찾아올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브랜드”라며 “단순히 슬로건에 머물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하는 방식 등에 깊이 스며들어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스펙 좋은 대학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입사를 준비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한번에 많은 인원을 뽑아야 하는 공채시스템에서는 창의적인 채용방식을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 서구기업에 다양하고, 도전적인 채용방식이 일반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광고대행사인 TBWA는 독특한 채용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약 500명의 인턴십 지원자들에게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광고를 보여주고 지원자의 뇌파를 측정해 최종 합격자를 뽑았다. 열정이란 추상적인 언어 대신 뇌의 반응을 보고 뽑겠다는 취지였다. 정확성에는 의문이 있지만 광고회사다운 참신한 시도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채용에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간단하게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채용 정보를 알리는 것부터 지원자의 평소 성격과 활동성 등을 파악하는 도구로 쓰는 것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인텔은 헤드헌팅 업체 대신 링크드인을 활용해 연간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블랙베리 직원들을 상대로 대규모 채용설명회를 열면서 초대장을 링크드인 메시지로 발송했다. 메리어트호텔은 입사 희망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으로 직무를 체험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을 운영한다.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지를 평가해 인턴사원을 뽑은 SK텔레콤과 수행과제를 SNS에 올리는 것으로 서류 전형을 대체한 한국남동발전 등은 이런 영향을 받았다.

일본의 사정은 우리와 비슷하다. 리쿠르트 워크스 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신규 졸업 구인자 비율은 1.28이다. 구인자 비율은 민간기업 취업 희망자 수와 기업의 채용 예정자 수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1은 전원이 취직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1보다 낮으면 희망자가 채용 예정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기업 규모별로는 종업원 5000명 이상인 회사가 0.54, 1000~4999명 이하 기업은 0.79였다.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은 3.26이었다. 졸업에 맞춰 공채시험을 준비하고 도요타·소니·닌텐도·메이지·전 일본공수 등 인기 대기업에 인재가 몰리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더 활발해지는 ‘소셜 리쿠르팅’

물론 일본에도 특이한 채용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 있다. 플라스틱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주켄공업은 직원수가 100명에 불과하지만 해외 12곳에 지사를 둔 강소기업이다. 기술력도 뛰어나지만 이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국적·성별·학력을 무시한 ‘선착순 채용’ 때문이다.

입사시험 따윈 없고, 회사가 낸 공고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지원자가 곧 합격자가 된다. 가장 먼저 온 사람이 더 의욕적인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든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개성이 회사를 더 강하게 만들고, 회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하면 빠르든 늦든 재능을 발휘한다는 믿음이 있다.

해충 방제회사인 아산테는 충격요법을 써 회사에 더 적합한 직원을 채용한다. 채용 설명회 때 입사 2~3년차 직원들이 나와 회사 생활의 어려운 점을 적나라게 발표하는 ‘본심 세미나’를 연다. ‘영업하러 갔다가 개에게 물렸다’ ‘일을 끝내고 나왔더니 옷에 뱀이 들어가 있었다’와 같은 끔찍한 경험담을 전해주는 식이다. 포기할 사람은 이 단계에서 포기하지만 오히려 더 의지를 불태우는 지원자도 많다. 이런 채용방식으로 아산테는 30~40%에 달하던 신입사원 이직률을 10%대로 줄였다.

1223호 (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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