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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채제도 기업·구직자 모두 손해” 

인터뷰 | 김우재 볼비온 대표 

지원자 능력 다양하게 알리는 이력 관리 사이트 열어 … 지식기반 커뮤니티 지향

▎김우재 볼비온 대표.



김우재(46) 볼비온 대표는 한국 기업의 공채제도를 대폭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정된 기간에 너무 많은 구직자가 몰려 기업이 정말 필요한 인재를 선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A4용지 한두 장 분량의 자기소개서와 면접만으로 필요한 인재를 찾긴 어렵다”며 “취업 희망자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수시로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문화에도 비판적이다.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조차 곧장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문제는 준비한 스펙 가운데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많지 않다는 점이지요. 능력과 스펙의 차이를 인사 담당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공채 시스템이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지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명확한 목표를 세워 노력한 인재가 기회를 못 잡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어렵게 입사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직무와 상관없는 일이 주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입사 1~2년 만에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늘수록 회사는 손실이다.

김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그는 준비된 인재와 기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주려고 한다. 그는 취업 희망자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 이들의 목표, 그리고 새로운 직원을 찾는 기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력 관리 전문 사이트(https://www.bulbeon.com)를 만들어 22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취업 관련 정보를 모아 효율적으로 분석한다. 크게 3개 항목이 있다. 개인과 기업 정보를 올리는 ‘라이프 포스트(L i fep o st)’, 구직자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는 ‘위멘토(Wementor)’, 회원의 재능과 기술 정보를 올리는 ‘코덱스(Codex)’다. 라이프 포스트는 이력을 올리는 장소다. 주요 경력과 수상 내역, 본인의 목표를 올리는 점은 기존 사이트와 유사하다. 차이점은 검증 방식이다.

텍스트·동영상·사진·음원과 프로그래밍 소스 등 형식에 구애 없이 다양한 자료를 올려 자신의 경력을 입증해야 한다. 예컨대 수상 기록이 있으면 당시 사진이나 동영상, 수상기관과 연락처 등을 올려야 한다. 증빙 없이 올리면 참고 자료로 분류된다. 수정은 3번만 가능하다. 처음부터 정확한 자료를 올려야 한다.

자신의 경력 가운데 중요한 점은 하이라이트 기능을 통해 따로 강조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가 하이라이트 기능만 살펴봐도 구직자의 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20개만 가능하다. 인생 목표를 설명하는 항목은 아예 수정이 불가하다. 지원자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에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다.

“우리 사이트의 차별화 포인트는 결과물과 능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기능에 있습니다. 단순한 기능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왜 특정 기술을 익혔는지 배경을 설명하며 이를 통해 어떤 능력을 얻게 됐는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한 인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입니다.”

준비된 인재와 기업 연결… 미스매치 해소

김 대표는 사이트를 통해 구직을 원하는 기업 정보도 보여준다. 이를 위해 회사도 ‘이력서’를 올려야 한다. 기업 소개를 넘어 부서에서 수행하는 실무까지 소개한다.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명확히 해야 개인과 기업이 모두 ‘윈-윈’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삼성전자 IM(IT 모바일) 사업부는 거대한 조직이다. 한국·미국·중국·유럽 등 세계 곳곳에 사업부가 있다. 부서 내에도 영업·마케팅·연구개발(R&D)·사회공헌 등 수많은 역할이 있다.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효율적인 매치업이 가능하다.

벤처 기업의 경우 CEO와 주요 임원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김 대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벤처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들은 연봉·직위보다 CEO의 비전과 능력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어떤 리더와 일할 때,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함께 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김 대표가 회사도 이력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회사가 홈페이지에 한정된 정보만 올리는 구조에서는 원하는 인재를 뽑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먼저 움직여야죠. 회사의 이력을 볼 때 지원자는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입사 후 이직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볼비온 사이트에는 동영상 인터뷰 기능도 있다. 기업이 채용 공고를 올리면 모집인원의 10배수에 달하는 이력서가 몰리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서류심사에서 보통 3배수 인원을 걸러낸 다음 면접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나머지 70% 속 인재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이트에 간편 인터뷰를 추가했다.

인사담당자는 가장 필요한 기술, 예컨대 프로그램 소스를 만들거나 직원에게 필요한 핵심 능력에 대한 질문을 올릴 수 있다. 면접자는 일정 시간 내에 이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사담당자는 면접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지원자의 능력을 짧은 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회사는 더 다양한 인재를 확인할 수 있고, 지원자는 준비한 내용을 회사에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노력한 이들이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볼비온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멘토링과 지식 커뮤니티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했다. 위멘토와 코덱스다. 전문가의 멘토링을 무료로 제공한다. 멘토와 멘티 모두 참여는 자유다. 멘토는 멘티가 희망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 다른 분야로 옮긴 경우에만 참여가 가능하다. 나중에 멘토링 내용을 모아 e-북 형식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기업도 멘토로 참여 가능한데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코덱스는 지식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특기나 취미 등 본인 재능을 형식에 구애 없이 올리고 나누는 장소다. 본인이 직접 제작한 포트폴리오도 올릴 수 있다. 디자인·프로그래밍·음원 등 주제도 다양하다. 재능 있는 이들이 서로 지적 능력을 공유하며 교제할 수도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는 코덱스를 통해 지원자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업도 자사 자세히 소개한 ‘이력서’ 올려야

“한국에서 신입사원 채용 주기가 가장 짧은 분야 중 하나가 디자인 분야입니다. 보통 반년인데, 남의 디자인을 자신의 것처럼 도용해서 입사를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업무를 시작하면 실력이 곧 드러나지요. 이곳에 자신의 작품을 올린 지원자들에게서는 그런 염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공개 장소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걸기도 힘들고, 만에 하나 걸리면 사이트에서 2년간 강제 퇴장 당합니다. 다시 적발되면 영구 퇴출합니다.”

김 대표는 “볼비온은 지식기반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SNS가 친목을 중시하는 교제의 장소라면 볼비온은 공통의 지적 관심사를 통해 업계 고수부터 초심자까지 서로 보고 배우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보스턴칼리지 항공공학과를 거쳐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산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에서 공부하던 중 사람에게 가장 맞는 일을 찾아 주기 위한 사업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MIT MBA 학위를 받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한국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하다 2012년 볼비온을 설립했다.

1223호 (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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