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Perspective - 새로운 성장동력 키울 토양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며 1인당 국민소득도 4만 달러 시대로 가도록 기초를 닦겠다는 것이다.

국내외 언론은 이 계획이 아시아와 세계 다른 지역의 성장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계획에 기대가 큰 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무엇이며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한국 경제 성장의 주동력은 대기업의 조립완성품 산업이었다. 그런데 이 분야의 경쟁력이 정점에 거의 도달했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01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거센 추격에 밀려 약화될 전망이다.

한 국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하지 못하면 고용·소비·복지 등이 취약해져 사회를 지탱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도록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한편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조립완성품을 보완할 수 있는 부품·소재·장비산업이 담당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이들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기존 성장동력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로 떠올라야 한다.

문제는 현재 이런 변화의 양상이 추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내수 중심의 영세한 기업이다.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커나가는 성장고리도 매우 약하다. 2003년 당시 중소기업 중 2011년 현재 독자적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3개, 같은 기간 중견기업에서 성장한 독립적 대기업은 11개에 불과하다. 이렇게 중소·중견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특히 고용·금융시장)가 근본적으로 조성돼 있지 않아서다.

한국 경제 성장의 보조 동력이 돼야 할 서비스 산업의 상황은 어떠한가? 서비스 산업은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고용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상 보조 성장 동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서비스 산업이 5∼10년 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려면 과감한 규제 완화·철폐가 이뤄지고 내외국인의 대대적인 투자가 적어도 5년 이상 지속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런 흐름도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더구나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2025년부터는 완전한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2020년대 초반까지 새로운 성장동력이 추세적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이고 단발적인 몇몇 정책이 아닌 경제·사회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방향은 잘 잡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뿌리 내리게 하는 좋은 토양이 되길 바란다.

1227호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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