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가격혁명의 현장-블로그·카페 쇼핑 

싼 가격은 기본 친근함은 덤 

20~30대 여성이 주요 고객 … 블로거의 사업자등록증 꼭 확인해야

▎인터넷 블로그·카페에서 구매대행이나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싼 가격에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도 덩달아 늘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연예인이 입은 티셔츠가 마음에 든 전영은(31)씨. 제품을 찾아보려 프로그램 제목과 연예인 이름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더니 어느 블로그에 관련 정보가 포스팅 돼 있었다. ‘한국에 수입 안 되는 프랑스 의류 브랜드 제품이에요. 제가 구매대행 해드릴 테니 신청하실 분은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마침 파리 현지에서 해당 브랜드가 세일 중이라 원래 가격보다 30% 저렴하다는 말에 솔깃한 이씨는 댓글을 달았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블로그 주인인 답글로 가격과 입금할 계좌를 알려줬다. 정식 쇼핑몰이 아니라 불안하긴 했지만 블로그 한 귀퉁이에 달린 사업자등록번호를 보고 구입을 결심한 이씨는 입금한 지 열흘 후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배송비와 구매대행 수수료가 붙어도 한국에서 못 사는 제품을 파리 현지의 세일 가격으로 구할 수 있어 만족했다.

네이버에서 하루에 5000 명 이상 방문하는 유명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한 달에 한 두 번 블로그에서 전기오븐 등의 주방가전 제품이나 계란·과일 등 신선식품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그가 올린 요리 레시피를 구독하러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들이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구매를 신청하곤 한다.

“리플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블로거가 특정 상품을 추천하면 아무래도 더 신뢰가 간데요. 물론 저도 주부 입장에서 실제로 써보고 먹어 본 후 최대한 솔직하고 자세한 제품 설명을 남기려 노력하고요.” 공동구매를 요청하는 기업은 블로그를 통한 제품 판매는 물론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블로거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그러나 몇 년 전 한 블로거가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소비자 몰래 수수료를 챙겨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밝혀져 이들의 상업적 활동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나빠졌다. 이 블로거 역시 이름을 밝히길 꺼렸다.

유명 블로거가 공동구매나 구매대행 진행

인터넷 쇼핑몰과 오픈마켓 대신 블로그·까페에서 쇼핑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을 대신 구매해 보내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매대행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고르면 결제와 배송을 대신해주는 해외 직접 구매 대행, 국내 명품 아울렛에서 파는 제품을 촬영해 올리고 대신 구매해 보내주는 국내 구매대행 등 형태와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해외 현지 가격이 훨씬 저렴한 의류, 신발과 액세서리 등의 패션잡화가 주를 이루지만 인테리어 소품, 주방기기, 가전기기 등도 자주 판매된다.

정식 쇼핑몰도 아닌 개인 블로그에서 물건을 사는 이유가 뭘까? 현지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매대행을 해준다는 점도 있지만 블로그를 구독하던 사람들이 댓글로 블로거와 소통하면서 친근함을 느끼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있어서다. 단순히 판매용 사이트가 아니라 블로거의 일상을 일기처럼 올리는 곳이기에 그들의 안목과 판단을 믿고 판매하는 상품에 더 큰 호감을 갖기도 한다.

네이버에서 구매대행 카페 ‘데이몰’을 4년째 운영하는 박세준 대표는 “카페는 블로그보다 회원들의 게시물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구매후기도 많고 그만큼 신뢰가 간다. 미국 주요 인터넷 쇼핑몰의 할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카페 게시판에 올리고 전체 회원에게 쪽지로 알려주기도 한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일부 구매대행 쇼핑몰은 구매자들로부터 대금만 받고 폐쇄한 뒤 다시 사이트 이름과 주소만 바꿔서 사업을 하는 악질적인 경우도 있다. 인터넷 카페는 모든 이용후기와 구매기록이 남아 함부로 폐쇄를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용후기와 구매기록 남는 카페는 함부로 폐쇄 못해

블로그와 카페를 이용하면 얼마나 싸게 살 수 있을까? 직접 구매대행을 신청해 국내 가격과 비교해봤다.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M사의 아로마디퓨저는 국내 매장에서 15만원인데 구매대행 블로그에 견적을 문의하니 10만5000원에 살 수 있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이 제품은 일본에서는 6900엔(약 7만1540원)에 팔린다. 국내 매장에서 30만원에 팔리는 E브랜드의 블라우스는 구매대행 카페에서 18만원에 팔리고 있다.

패션 상품을 즐겨 사는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블로그와 카페를 통한 구매대행이 일반화되면서 유학생 등 해외 거주자가 용돈벌이 삼아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소량의 제품을 파는 곳도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탈세는 기본이고 제품을 올려놓고 ‘공동구매’를 한다며 손님들을 모은 뒤 대금만 가로채고 사라져 피해를 입은 사람도 속출했다.

카페·블로그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는 2011년 615건에서 2012년 720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제대로 등록된 사업자가 아닌 이상 피해가 생겨 신고를 해도 추적이 어렵고 법에 의거해 손해를 보상받기도 힘들다. 일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블로거들은 명품 브랜드의 가방과 의류 사진을 올려놓고 이와 똑같이 제작한 ‘짝퉁’ 제품을 파는 등 위법적 상업 행위도 하고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에 따라 카페·블로그에서의 상행위는 허용하고 있지만 사업자등록을 비롯한 일정 요건을 갖춰 게시하는 경우에만 한정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블로그 이용을 정지하거나 계정을 폐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1228호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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