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 건전한 펀드 장기투자 문화 만든다 

펀드슈퍼마켓 출범 한 달 만에 300억원 … 판매 수수료 절감으로 10년이면 7.6% 초과 수익 




4월 24일 첫 판매를 시작했으니 갓 한 달이 넘었다. ‘이게 잘 될까?’는 기우였다. 기존 증권사를 긴장하게 할 만큼 바람이 거세다. 펀드슈퍼마켓 얘기다.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운영하는 펀드슈퍼마켓은 증권사나 은행 같은 판매처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 펀드를 사고 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다.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다.

6월 3일 현재 1만2000여 계좌가 개설돼 300억원의 자금이 몰릴 만큼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새내기의 예상 못한 선전에 개별 온라인 펀드 마켓을 운영하던 증권사들은 고객을 지키려 안간힘이다. 수수료 인하 움직임까지 관측된다. 경쟁의 효과다. 그동안 홀대 받던 중소형,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가 주목 받는 계기도 만들었다. 6월 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차문현(59)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좋은 출발에 들뜰 만도 하지만 그는 침착했다.

“5월은 휴일이 많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전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도 펀드슈퍼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펀드 투자 문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추천 상품보다는 투자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싶어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새내기 질주에 증권사들 바짝 긴장

펀드슈퍼마켓은 여러 운용사의 다양한 펀드를 온라인을 통해 가입하는 새로운 펀드 플랫폼이다. 47개 자산운용사 및 유관기관이 주주로 참여해 출발했다. 특정 금융회사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펀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판매사가 권하는 펀드가 아닌, 투자자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입니다. 이미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펀드 판매 방식입니다. 해외 펀드슈퍼마켓은 독립투자자문업자(IFA)와 연계돼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미국은 1992년 펀드슈퍼마켓이 도입된 이후 펀드슈퍼마켓과 IFA의 시장 비중이 각각 6%와 60% 수준까지 증가했습니다. 영국 역시 2010년 펀드슈퍼마켓과 IFA 비중이 각각 1.5%, 55.6%에 이르고 있습니다. 펀드슈퍼마켓과 IFA가 시너지를 내며 발전하고 있는 거죠.”

IFA는 은행·대출·펀드·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을 아우르는 자문업자를 일컫는다.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주수익원은 자문료다. 몸값을 높이려면 특정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상품을 발굴, 추천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올 하반기 도입을 준비 중이다.

더 큰 매력은 낮은 수수료다. 주식형 펀드의 시장 평균 판매보수(온·오프라인 합계)는 0.89% 정도지만 펀드슈퍼마켓은 0.35%에 불과하다. 원금 1000만원 펀드에 가입해 연 수익률 4%를 낸다고 가정할 때, 10년 후 일반 주식형 펀드와 펀드슈퍼마켓에서 판매한 펀드의 수익 차이는 약 75만6000원(7.6%)에 달한다. 판매보수는 선취수수료와 달리 매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용이기 때문에 은행 및 증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선취수수료는 없고, 연 0.15% 정도의 후취수수료가 있다. 이 또한 3년 이상 투자할 경우 면제해 준다.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취지다. 펀드슈퍼마켓이 펀드를 평가할 때 수익률을 3개월이나 6개월 단위가 아닌 3년 수익률 기준으로 보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그러려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대신 수수료가 많다거나, 원금 보전이 안 되는 등 리스크를 떠안아야하는 겁니다. 이럴 경우 결과는 명확합니다. 운이 좋으면 단번에 큰 돈을 벌지만, 반대라면 투자한 돈 모두를 잃을 수도 있지요. 빨리 돈을 벌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매번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속도를 늦추니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이유도, 원금을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투자기간이 길면 이자가 이자를 만드는 복리의 마술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은행원 출신인 차 대표는 1998년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탁월한 영업력과 조직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승승장구했고, 10년도 안돼 유리자산운용 대표에 올랐다. 이후 우리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합리적인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돈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무드>는 돈 버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돈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이 돈을 벌게 하라는 것입니다. 일단 적게 쓰는 것이 재산 축적의 기본입니다. 그 다음은 모은 돈이 스스로 굴러서 더 큰 돈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투자 상품과 복리의 마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쉽고 빠르게 돈을 벌긴 어렵습니다. 꼬박꼬박 저축해 종잣돈을 만드는 시간, 그걸 복리 상품에 투자해 이자에 이자가 붙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내가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펀드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데다 환매도 비정상적으로 잦다. 투자자와 운용사 간 신뢰도 그리 탄탄하지 않다. 과거 일부 운용사들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고객의 이익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최근 차 대표는 직원들에게 ‘하모니(HARMONY)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정직하게(Honesty) 고객의 이익을 추구하고, 항상 반성하는 자세로 (Apology) 약속을 지키며, 정도(Rule)와 윤리(Morality)을 기본으로 삼고, 현장에서(On the spot)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동시에 사회공헌(Noblesse oblige)과 함께 상대방을 배려(You&I)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자는 의미입니다. 직원들에게 금융인으로서 양심과 법규에 어긋나지 않는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펀드의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겁니다. 도덕성이 갖춰지면 투자자는 알아서 찾아옵니다.”

그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고민이 생길 때 혼자 걷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의 풍경이나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서 복잡한 문제의 해답이 떠오르기도 한단다.

“클리나멘(Clinamen)이라는 말을 접한 뒤부터 자주 걷기 시작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에 의해 전파된 말인데 위성이 궤도를 이탈해 우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이고, 시선을 바꾸고, 방향을 달리하는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중력의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차분히 걸으면 바꿀 것이 떠오르죠.”

매수 철회 서비스, 완전판매 보증서비스 눈길

목표를 묻자 그는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천천히 투자자의 마음을 얻어가겠다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장기 투자를 권유하는 만큼 경영 성과도 욕심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개별 펀드의 성과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리 투자목표를 설정하면 달성 정도를 계속 확인하고, 설정액 급감이나 수익률 저조 등의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려줍니다. 계약 체결 이후 5일까지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매수 철회 서비스와 불완전판매 때 배상을 약속하는 완전판매 보증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와 만나보시면 준비가 참 잘 돼 있구나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1241호 (2014.06.1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