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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성장의 진짜 원동력 - 제조업 르네상스는 허구 

셰일오일·천연가스 생산 포함한 광업 부문 기여 절대적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미국 텍사스주 남동부 엔시날의 셰일가스 시추 현장. 셰일가스를 포함은 광업 부문은 미 경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9%를 기록했다. 2분기는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월가의 평균 전망치는 2.5% 수준에 불과하다(미국은 성장률을 전분기 대비로 표시한다).

따라서 올 상반기 전체로 놓고 보면 0% 성장이거나, 자칫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하반기에는 3%대의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설사 3분기와 4분기에 3%대의 성장이 이뤄지더라도 올 한해 전체로는 1.5%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JP모건체이스은행의 올 성장률 전망치는 1.4%다). 이는 올 초 시장의 컨센서스였던 연간 3%의 성장률 전망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3분기에는 4.1%의 성장률을, 그리고 4분기에는 2.6%의 성장률을 보여 이른바 ‘경기 회복 가속화론’이 힘을 얻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해 있었다. 그러나 올 초 이후 지금까지의 성장률은 그 같은 기대를 완전히 무산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미국은 비록 2% 미만 대의 낮은 성장률이기는 하지만 2009년 4월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 확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의 경기 침체 이후 회복기로서는 가장 장기간의 경기 확장 국면이다.

美 광업 2010년 이후 급격히 성장

그렇다면 미국의 이 같은 지속적인 성장은 어느 부문에서 발생했으며, 또 왜 이 ‘회복’이 과거의 정상적인 수준(2차 대전 이후 경기 회복기의 평균 성장률은 약 3.5%대였다)으로 돌아가지 못 할까? 최근의 미국의 경기 회복 지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미국의 산업과 소매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 요인은 자동차 판매(픽업 트럭을 포함한 승용차) 섹터다.

올 6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연간 기준으로는 1698만대로 시장 예상치 1640만대를 크게 상회했다(전달치는 1679만대). 자동차 판매는 저금리의 영향을(투자자들이 신용도가 낮은 위험자산인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채권을 경쟁적으로 매입한 덕분에) 가장 크게 보는 섹터 중의 하나로 적어도 3분기까지는 계속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

러나 흥미롭게도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 판매 현황을 보면 전혀 과거와 같은 경기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동차를 포함한 소매 판매 현황도 과거의 경기 회복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경기 회복기는 고사하고 불황기(2001년, 2007~2009년)와도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온라인 판매가 주종을 이루는 비점포 판매 역시 지난 겨울의 추운 날씨에도 증가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있다(나쁜 날씨 탓으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못했다면 이론적으로는 온라인 쇼핑은 오히려 더 증가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지난해 하반기의 높은 성장률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는 전적으로 재고 축적에 의한 성장률 증가 덕분이었다. 반대로 올 1분기 성장률이 급락한 것은 재고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절대 수치로는 올 1분기에도 재고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는 1448억 규모의 민간 재고가 증가했으며, 4분기에는 1380억 달러, 그리고 올해 1분기는 629억 달러어치가 증가했다. 올 1분기의 GDP(-2.9%) 가운데 -1.7% 포인트는 이 같은 재고 증가율의 둔화 때문이었다.

재고 대비 판매 비율(inventory to sales)은 올 들어 다소 하락했지만, 소매 재고는 여전히 2009년 이후의 경기 회복 사이클에서 보면 높은 수준이다. 결국 미국의 지난해 성장률 급등과 올 초의 급락은(의료 서비스 지출 논란을 제외하면) 단지 민간 재고의 변동에 의해서 추동된 것이며, 소비 증가 추세는 여전히 일정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수준의 소비 증가율(연간 3% 내외)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경기 불황기의 수치에 해당한다. 소비 증가 이외의 다른 요인이 개입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이미 불황에 돌입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낮은 소비 증가율에도 미국 경기는 여전히 2%대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5년째에 이르는 미국의 경기 회복은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다음은 미국의 광업 및 제조업 생산 지표다(2007년=100).

미국의 광업은 2010년 이후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와 달리 제조업 생산은 이제서야 비로소 경기 침체 직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신화는 사실은 허구에 불과하며, 오로지 광업 섹터의 성장만이 미국 제조업을 이끌었을 뿐이다. 광업 섹터의 성장은 거의 전적으로 셰일 오일 및 천연가스 생산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불황 저지에 기여?

광업 섹터의 성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 경제를 부양했다. 첫째는 원유 수입을 감소시켜 무역 적자를 개선시켰고 이것이 GDP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로는 광업 설비 투자의 촉진을 가져왔다. 미국의 세일 가스 추출기술인 프랙킹(fracking)은 기술적으로 지층 사이에 굴을 파서 그곳에 고압의 물을 뿜어 가스·석유 성분을 추출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물을 수송해야 하며, 시추 설비를 위한 각종 금속재가 투입돼야 한다.

또 인위적으로 원유·천연가스 운송 파이프 라인 건설을 저지했기 때문에 생산자원을 운송하기 위한 물류 산업이 활기를 띠게 된다(다우 운송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우 운송 지수는 경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광업생산을 반영한다). 미국 남부(텍사스주)의 경기가 가장 좋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의 광업 생산 증가 및 관련 섹터의 성장은 성장률 1.9% 가운데 약 1.8%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동안의 연준의 온갖 통화정책은 사실은 경기를 ‘회복’시킨 것은 아니다. 고작해야 경기가 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저지했거나, 혹은 정부의 부채 부담 경감(이를 통해 증세를 저지했다)시킨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경기를 지지하는 정도는 대단히 크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총수요를 증가시켰다거나, 혹은 노동시장이나 경기를 회복시켰다는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애당초 주택 시장 붐을 다시 일으키기 전에는 가능하지도 않았으며, 정책 결정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런 오일 붐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19년까지 가능하다(이 때도 여전히 미국은 순원유 수입국이다. 내수 수요을 충족시키고 수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2016년에는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금리와 유가에 달려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6월 초 보도에 따르면 셰일가스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율은 25%에 불과했다. 현재의 천연가스 가격 수준으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투자자금이 이 섹터에 몰리는 것은 낮은 금리와 금융 헤지 때문이다. 만일 유가와 그리고 천연가스 가격이 더 높아진다면 개발 붐은 조금 더 지속될 것이며, 반대로 유가가 낮아진다면, 그리고 미 대륙 횡단 수송 라인의 건설로 브렌트유와의 스프레드가 좁혀진다면 미국 기업들의 낮은 에너지 가격 이득이나 광업 붐은 빠르게 사그라들 것이다.

-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1246호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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