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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서 실망으로 위태로운 아베노믹스 

2분기 성장률 -1.8%로 부진 내수 살아나지 않아 경기 선순환 발목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일본 경제 정책을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왼쪽)와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이 참의원 회의장에 나란히 앉아있다.

기로에 선 일본 경제는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24일 각의(일본 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또 하나의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른바 ‘일본부흥전략’ ‘규제개혁실시계획’이라는 신성장 전략이다. 2015년(회계연도)부터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는 것이 골자다. 도쿄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35.64%에 달하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20%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서다. 이와 함께 ‘암반 규제’라 불리는 고용·농업·의료 분야 구조개혁을 통해 주요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기업 지배구조를 강화해 기업 보유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주고, 공적연금적립금(GPIF)이 국채 비중을 줄이고 위험자산에 투자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안도 포함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략 발표 이후 한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선 독일 수준(법인세 실효세율 29.6%)으로 내리는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내각은 신성장 전략을 통해 일본 잠재성장률을 저해하는 ‘6중고’를 해소하려 한다. 6중고는 세계적으로 높은 법인세율, 무역자유화 지연, 노동·환경 규제, 불안정한 전력 사정, 과도한 엔화 강세를 말한다. 아베 내각은 출범 때부터 이를 일본 경기 부양의 저해 요소로 보고 6중고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법인세 인하를 위해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대책에서 빠져있고, 여러 자문기구에서 내놓은 성장전략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돼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유력지인 니혼게이자이는 ‘내각 내 회의 주체 사이에서도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 발표됐고 노동시장유연화를 위한 구조조정 방안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추락하는 일본 경제지표

2012년 말 아베 총리가 엔화 가치 절하 등의 내용을 담은 ‘아베노믹스’를 발표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뚜렷한 경기부양수단이 없던 상황에서 엔저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발표에여론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아베노믹스는 지난해 상반기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고 일본 경기는 상승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계를 드러냈다. 경기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여러 부작용만 남겼다. 이에 따라 여론도 아베 총리의 새로운 경제 정책마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실제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최근까지 각종 지표가 예상과 달리 나오고 있다. 2012년까지 마이너스 성장했던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4분기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올해 2분기는 마이너스 1.8%다. 연율로 계산하면 마이너스 7.1%에 달한다.

그나마 일본 정부가 자랑하던 무역 부문도 엉망이다. 무역수지로 따지면 사상최대 적자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지난해 일본 수출은 69조7877억엔(약 675조원)으로 9.5%증가했다. 수출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엔저 효과에 따른 착시에 불과했다. 실제 수출물량으로 보면 1.5% 감소했고, 이를 달러화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012년에 비해 1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수입은 15% 늘어 사상 최대(달러화 기준 6% 감소)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실제 무역수지는 11조4745억엔 적자로 사상 최대 적자폭을 보였다.




*실질 경제 성장률, 전기비 계절조정치 자료: 일본 내각부
무역수지 적자는 아베노믹스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엔저로 수출을 늘리고 이에 따라 일본 내 생산을키우고, 늘어난 생산만큼 임금과 물가가 오르면 내수 경기가 부양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되레 더 늘면서 첫 단추부터 꼬였다. 이와 달리 엔저는 부메랑이 돼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각종 에너지 관련 수입 가격이 급등해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되고 있다.

내수도 크게 부양되지 않고 있다. 수출 증대에 따른 임금 인상이 기본급보다 보너스에 집중됐다. 단기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는 보너스 증가율은 지난해와 올해 최고 20.5% 증가를 기록했지만 장기 경기 부양을 판가름하는 기본급 증가율은 0%대에서 오르내리는 등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나 물가(전국 CPI기준)는 지난 4월부터 전월 대비 3%대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준조세 성격의 전기료는 10%이상 올라 봉급생활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임금인상률에서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임금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오히려 줄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무려 2%나 실질임금이 줄었다. 일본 정부가 바라는 대로 물가는 올랐지만 국민 부담만 늘어 내수 경기를 침체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나마 기업 생산이 늘긴 했다. 올해 2분기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일본의 전체 산업 매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는 5.6% 증가해 이에 따른 경상이익 증가율은 20.2%에 달했다. 일본 경제로 보면 엄청난 증가율이고 기업들은 이 시기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이익을 거둔 기업들의 투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올해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3%에 그쳤다. 제조업 투자는 오히려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내 투자에 주저하면서도 엔저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며 해외 투자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일본의 해외 투자는 13조386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로 기업들이 혜택을 봤지만 정작 일본 기업들은 이익을 해외 투자로 돌려 일본 내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베노믹스 무용론 확산

일본 경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된 데에는 잦은 부양책에 따른 피로감이 한 몫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단순하고도 강한 회심의 일격이 필요한데, 일본 정부는 이런저런 정책 수단을 만지작거리다 타이밍을 놓친 뒤에 백화점 식으로 나열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어려우면 엔저를 유도하고, 국내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법인세를 내리는 식의 대증 처방이 이어지면서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은 내수 경기 부양이다. 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일본 정부는 내년 10월 소비세율을 추가 인상할 방침인데, 인상률을 정하기 어렵다. 많이 인상하면 가뜩이나 죽어있는 내수를 부양시키기 어렵고, 덜 인상하면 일본정부 재정이 타격을 입는다. 소비세 인상을 미루면 일본의 국가부채가 부담이 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재정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명진호 과장은 “일본 경제는 외부 요인보다 내부 문제가 크다”며 “아베노믹스가 일본 국내외 경기 선순환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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