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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증세시대’ 신호탄? 

금연 대책으로 포장한 ‘증세 꼼수’ 비난 흡연율 따라 세수 더 걷힐 수도 


담뱃값 인상 논란

“라면 회사가 라면값 100~200원만 올려도 소비자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담배 장사를 하는 정부는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80% 가까이 값을 올리면서 1000만 흡연자에게 아무런 양해를 구하지 않고 사회적 논의도 없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담배값 때문에 담배가 당기네요.”

한 30대 직장인의 토로다. 국내 흡연자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한 때문이다.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논의 절차도 없이 인상안을 급작스럽게 발표한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인상폭의 적정성부터 ‘증세 꼼수’ 등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자료: 기획재정부 16-18
앞으로 쏟아질 세금 인상 발표의 신호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9월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담뱃값 2000원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 금연 대책’을 내놨다. 기존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증진부담금·폐기물부담금뿐 아니라 종가세(가격기준 세금) 방식의 개별소비세(2500원기준 594원)도 추가된다. 이와 함께 물가와 연동해 담뱃값을 꾸준히 올리는 물가연동제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세운 담뱃값 인상의 가장 큰 명분은 흡연 억제다.

정부는 높은 흡연율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 남성 흡연율(19세이상 성인)은 43.7%다. 15세 이상 남성을 기준으로는 3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6%)보다 훨씬 높다. 이와 달리 담뱃값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담뱃값이 싸면 청소년 등 새로운 흡연층이 생기기 쉽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금연 정책은 명분일 뿐 정부의 본심은 세수 확보에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담뱃값의 대부분은 세금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던 정부가 경기 침체로 소득·법인세, 상속·증여세 등 직접세를 걷기가 어려워지자 간접세인 담뱃값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정부는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전체 세수는 연간 2조8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본다. 세부 항목별로는 신설되는 개별소비세 1조600억원, 건강증진부담금 8700억원, 지방세 7600억원, 부가가치세 1000억원, 폐기물부담금 400억원 등이 더 걷힌다. 단, 이는 가격 인상으로 담배 소비가 34%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흡연율 추세에 따라 세수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에서는 담뱃값 2000원 인상 때 5조2000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증세 불가’ 공약 파기했다는 비판도 이번에 신설된 개별소비세도 ‘증세 꼼수’ 논란의 핵심이다. 개별 소비세는 귀금속·자동차·카지노 등 사치성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별도의 높은 세율을 매겨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다른 세목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가 각각 지방 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으로 귀속되는 것과 달리 개별소비세는 중앙정부 국고로 간다. 굳이 없던 항목을 신설하면서 ‘증세없는 복지’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정부는 “개별소비세 중 일부는 지방세로 이전하고 나머지 1조600억원은 안전 예산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내년도 안전 관련 예산을 2조원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늘어나는 안전 예산의 절반 정도는 담뱃세에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담뱃세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건강증진부담금은 각종 담뱃세 중 이번에 가장 많이 오르는 항목이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에 354원이 부과되고 있는데 이를 841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 돈은 국민건강 증진 사업에 투입되는 건강증진기금의 재원이 된다. 그러나 흡연자들이 부담금 형태로 낸 기금이 복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기금 예산의 49%인 1조198억원이 건강보험 재원으로 사용됐다. 건강생활실천 사업에는 5% 안팎, 금연 사업에는 겨우 1% 정도만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의 최비오 부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부담금이라는 시스템으로 흡연자로부터 돈을 걷어 흡연과는 관련 없는 정부 사업에 쓰고 있다”며 “증세 전에 잘못된 조세 구조와 불투명한 부담금 운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문형표 장관은 9월 11일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건강증진기금 대부분을 흡연자 건강을 위해 금연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까지 기금의 60%를 건강보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황에서 금연 사업에 얼마가 배정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사용 내용은 복지부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결정사항”이라며 “흡연으로 인한 건보료 지출이 많기 때문에 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치단체 복지재원 마련 위해 지방세 확충

담뱃값 인상이 ‘증세 시리즈’의 첫걸음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담뱃값 인상안 발표 이튿날인 9월 12일 정부는 ‘지방세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10∼20년간 묶여 있던 세금을 대폭 인상하고, 국세보다 훨씬 높은 감면율을 점차 낮추는 내용이다. 안전행정부는 전국 시·군·구에 따라 1인당 2000∼1만원, 평균 4620원이 부과되는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으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법인의 주민세도 과세 구간을 현행 5단계에서 9단계로 단계적으로 세분화하고 2년에 걸쳐 100% 인상할 계획이다. 1991년 이후 묶인 자동차세도 2017년까지 100% 올릴 방침이다. 23% 수준인 지방세 감면율은 점차 국세(14.3%)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가 담뱃값을 비롯한 지방세 확충에 나선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복지정책 확대로 심각한 재정 부족에 직면해 있다. 당장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제로 각 자치단체가 올해 새로 부담해야 할 비용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 외 굵직한 복지제도로 인해 올해 부담해야 할 비용은 6조3900억원에 이른다. 급기야 지난 9월 3일 전국의 시·군·구청장들은 정부가 복지비를 추가 지원하지 않으면 복‘ 지 디폴트(지급중단)’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만 8조원이 넘는 세금을 걷지 못한 데다 내년에 10% 이상 증액될 복지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불가’ 약속에 배치되는데다,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정책 확정과 국회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담뱃값을 둘러싼 의혹

①인상폭 왜 2000원인가?

담뱃값은 2004년 500원이 오른 뒤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담배 가격은 계속 떨어진 셈이다. 여기에 담뱃값 인상의 명분이 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물가상승률(2.4%)만을 감안하면 현재의 담뱃값은 3300원 정도다. 그렇다면 4500원은 어디서 나온 수치일까? 2000원 인상안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는 적정 담뱃값으로 45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세계 126개국의 소득·물가· 담뱃값·담배소비량 등을 분석한 결과다. 복지부 역시 “이 연구를 바탕으로 흡연율 목표치 29%를 달성하기 위한 적정 담뱃값을 4500원으로도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상폭 2000원이 세수의 극대화를 노린 수치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를 보면 4500원에서 담뱃세가 최대치가 된다. 담뱃값을 올릴수록 담배 한 갑당 세수는 오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줄어든 담배 소비로 인해 전체 세수가 줄어들게 되는데, 세수의 최고점이 바로 정부가 제시한 4500원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병행하게 된 물가연동제도 이 최적점을 유지하기 위한 도입했다는게 의혹을 제기한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흡연율을 먼저 기준으 로 삼았는지, 세수의 최적점을 먼저 참고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담뱃값을 둘러싼 의혹

②서민 부담 오히려 줄어든다?

담배는 서민이 많이 찾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역진성 논란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계층의 흡연율은 30.8%로 상위 계층(24.1%)보다 6.7%포인트 높다. 더구나 담뱃값이 인상되면 소비자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6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담뱃값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겠지만 흡연인구가 줄어들면 담뱃값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담뱃값이 오른다고 해도 물가안정목표 안에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이와 비슷한 논리의 대한금연학회의 성명을 인용해 “담뱃값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더 많이 떨어지므로 오히려 저소득층에 유리한 정책”이라며 서민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민들이 담배를 끊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금연으로 줄어든 병원비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듯하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흡연의 의료비 지출 유발효과를 보면

20세 이상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중 4.6%만이 흡연으로 인해 유발된 의료비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이 감소해도 이에 비례해 흡연으로 인한 의료 비용 감소는 미미하다는 말이다. 또 이 보고서는 흡연자가 금연을 통해 비흡연자 수준으로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20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설한 개별소비세가 종가세 방식이라 세부담의 역진성이 완화된다고 설명하지만, 서민 증세 논란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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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3호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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