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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효과 있나 -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인데… 

쓸데없는 정보 많고 분석 능력도 떨어져 … 빅데이터에 투자하는 기업은 급증 




IBM은 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빅데이터 시스템을 선보였다. 하지만 실제 사례는 아직 적은 수준이다. / 사진:중앙포토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지?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나오는 고민 중 하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꾸준하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학계는 막대한 자금을 연구비로 사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최근 전 세계 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73%가 2년 내 빅데이터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9% 증가한 수치다. '빅데이터 투자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한 기업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24%에 그쳤다.

닉 휴데커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빅데이터에 투자한 북미기업의 비율이 전년 대비 9.2% 증가한 47%에 달하면서, 북미지역이 전 세계 빅데이터 투자를 이끌고 있다”며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지역에서도 빅데이터 투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투자 증가가 실제 기업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실행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기업 빅데이터 활용은 주로 전략 수립이나 시범 프로젝트 구축 단계에 머물렀다. 가트너 조사에서 빅데이터를 실제 사업에 적용한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빅데이터가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방대한 정보를 축적했지만 정작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난관에 부딪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빅데이터에서 실제로 필요한 가치를 끌어내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 사이에는 엄연히 한계가 존재한다. 전용준 리버젼컨설팅 대표는 “빅데이터를 해석해서 가치를 뽑아내지 못한다면 그저 방대한 정보더미에 불과하다”며 “분석이 없다면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고 가치라는 것은 더더욱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에 쓸지 목적이 뚜렷해야

국내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빅데이터 관련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 상당수가 그동안 진행됐던 주 요 빅데이터 프로젝트에 비판적이다. 기업들이 빅데이터 도입엔 열심이었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분석해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지’에 대해선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관련 컨설팅을 해온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임원의 말이다.

“컨설팅을 하러 가면 종종 빅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이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빅데이터로 기업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먼저 정의돼야 활용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정형 데이터는 기존 데이터와 완전히 다릅니다. 분석 방식도 다양하고 모바일부터 페이스북까지 소스도 다릅니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우선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목적에 맞는 데이터가 있는지, 부족하면 어느 쪽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치 있는 정보를 뽑아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 속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국내 주요 대기업과 통신사, 금융회사들은 자체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해 기술과 경험, 프로세스를 축적해 왔다. 대용량 정보처리 시스템인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구 축했고,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 대다수가 기존의 정형 데이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정형 데이터인 빅데이터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환경의 변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진화, 사물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양산되는 데이터 양은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DW와 같은 기존의 데이터 관리 기법으로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다. 힘들게 정보를 수집해 저장하고 있지만 정작 분석 기법은 기존 마케팅 분석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고객을 선별해서 소비패턴을 분석하는 보이스 오브커스터머(VOC) 방식을 통해 뽑아낸 정보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린 결론에서 차이를 찾기 어렵다. 예컨대 1시간 동안 분석한 내용과 10시간 걸려 분석한 내용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빅데이터 분석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이미 상당한 투자가 진행됐고, 경쟁 기업은 물론 컨설팅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기획실 임원은 “일단 빅데이터 이야기가 들어 가야 최고 경영진이 만족한다”며 “보여주기 위한 보고서를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수준도 문제다. 인터넷·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를 검색하고 쇼핑을 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료를 올리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 패턴을 예측하고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 실제로 사용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외식 업계의 고민이 대표적인 예다. 외식 업계에 따르면 SNS에서 나오는 자료 대부분은 사진이다. 레스토랑 인테리어, 주위 경관, 그리고 음식 사진만 찍어 올린다. 단순한 자료만 대량 생산될 뿐,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이곳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

신용카드 사용 패턴 분석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객들이 카드를 언제 어디서 사용했는지 정보는 충분하다. 하지만 자료만으로는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20대 여성의 구매 패턴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기존 마케팅 방식에 비해 나은 점을 찾기 어렵다. 수치 이외에 드러나는 정보가 없다.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의 감성적인 측면 분석이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빅데이터가 개인의 삶과 기업 활동에 있어 기준이나 판단 근거를 대신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고객 감성 분석에 한계

이론적으로 보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소비 패턴을 분석해 고객 개개인의 행동 경로와 구매 성향을 명확히 분류할 수도 있다.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동과 의사결정 지점, 결과 사이의 트렌드를 도출할 수 있다. 유사한 상황에서의 일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분석이 가능하다. 빅데이터가 기존 방식이 지닌 기준과 가치를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는 뜻이다. 빅 데이터를 해석하는 분석 능력이 아직 개발 단계이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 분석 기법을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 실무자 입장에선 ‘왜 빅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 빅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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