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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전문기자의 은퇴 성공학 - 수익률 낮아도 꾸준히 현금 들어오면 OK 

초저금리 시대 투자 패러다임 바꿔야 해외 투자도 늘릴 만 


일러스트:중앙포토
경기도 일산에 사는 정모(59)씨는 3년 전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 2억 원으로 보험사의 즉시 연금을 종신형으로 가입했다. 한 달에 94만 원씩 꼬박꼬박 들어오니 없는 노후 살림에 큰 보탬이 됐다. 세금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령액이 줄어 당황스럽다. 요즘은 80만 원이 채 안된다.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따졌더니 공시이율이 자꾸 떨어져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더구나 앞으로 시중금리가 더 떨어지면 수령액도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 들었다. 국민연금을 탈 때까지 즉시 연금을 버팀목으로 삼아왔던 정씨는 어쩌면 좋으냐고 하소연했다.

이자나 연금 등 금리와 연동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노후생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가 자꾸 떨어져서다. 지금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2% 초반대에 불과하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재조정한지 불과 2개월 만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 것이다. 시중금리의 1%대 진입이 눈앞에 닥쳤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는 노후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금리가 하락할수록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예를 들면 은퇴후 연간 2000만 원의 이자수익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5%일 때 4억 원의 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리가 4%로 1%포인트 하락하면 1억 원이 늘어난 5억 원, 3%가 되면 7억 원, 2%가 되면 10억 원, 1%가 되면 20억 원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생활비를 조달하는데 필요한 노후자금은 금리 1%일 때가 5%일 때의 5배 수준이다. 한마디로 초저금리 구간으로 접어 들면 노후자금 만들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시중금리 1%대 진입 초읽기


자료: 생명보험협회
금리가 하락하면 개인 연금도 쪼그라든다. 보험사들이 공시이율을 하향 조정하기 때문이다. 공시이율은 연금지급액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매달 시중금리 수준에 맞춰 조정된다. 2012년 초반만 해도 5%가 넘었던 보험사 공시이율은 현재 3% 중후반 대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은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을 지난 6월 3.95%에서 7월 3.92%로 내렸다가, 10월 초 다시 3.90%로 인하했다. 한화생명도 보장성보험 공시이율을 같은 기간 3.92%에서 3.87%로 내렸다.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 가입자에게 주는 보험금이나 중도해지때 받는 환급금이 줄게 된다. 또 연금상품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도 줄 수밖에 없다. 종전과 같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고, 같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더 적은 연금이나 보험금을 받게 된다.

초저금리 시대엔 자산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초저금리는 쉽고 안전하게 돈을 벌기 어려운 세상이 됐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10%와 11%의 금리 차이는 1%포인트이다. 2%와 1%의 차이도 마찬가지로 1%포인트이다. 그러나 상대값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10%에서 11%의 변화율은 10%이다. 그러나 1%에서 2%로의 변화율은 100%다. 1%를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변동성을 생각해야 하고, 더 많은 리스크를 수용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가 더욱더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예금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크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22%, 37%이지만 우리나라는 절반에 가까운 46%나 된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에 예금하는 것은 앉아서 재산을 까먹는 결과가 된다. 큰 예금 비중은 앞으로 점차 낮아지는 쪽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줄어든 예금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와 관련해 우리보다 한 발 먼저 초저금리 시대를 경험한 일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일본은 1987년 이후 기준금리가 약 2년간 2.5%에 고정된 뒤 1990년 중반부터 1%대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투자자들은 예·적금보다는 안정적인 유동성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투자상품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때 등장한 것이 투자의 귀재로 이름을 날린 ‘와타나베 부인’ 이다. 와타나베는 일본의 성씨로 금융가에서는 저금리 시대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중·상층 주부 투자자를 와타나베 부인으로 통칭했다. 와타나베 부인이 기회를 찾은 곳은 해외 시장이다. 해외에서 엄청난 규모의 금융거래를 발생시키면서 국제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 성장했다. 투자방식은 이랬다.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를 사는 동시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엔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겼다. 실제 이들이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팔고 산 외환 규모만 200조엔으로 도쿄 외환시장 거래량의 약 30%를 차지했다. 해외 펀드에도 애정을 쏟았다. 특히 채권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국민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고 해서 ‘엔캐리 트레이드’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물론 와타나베 부인의 투자법을 그대로 답습하기는 곤란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는 나름 효과적인 투자전략이었으나 현재 전세계 통화가 대부분 저금리에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어 위험부담이 크게 증가 했다. 더구나 투자문화는 인구 요소, 국민성, 경제 상황 등에 따라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테면 일본은 노년층의 금융자산 비중이 크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비중이 커서 은퇴 이후의 유동자산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안전자산 위주의 일본과 달리 금융위기 직후에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시도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성향을 지녔다. 다만 와타나베 부인이 글로벌 관점에서 과감히 해외 투자에 나선건 본받을 만하다.

배당주와 오피스텔의 화려한 부활

초저금리 시대에 리스크 관리 요체는 분산투자에 있다. 투자 대상이 특정 자산에 치우치지 않고 확장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주식·펀드·부동산·금·석유·광물 같은 자산과 함께 한국·미국·중국·유럽 등 지역도 투자대상이다. 이들은 한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앞서기도, 뒤따라 가기도, 때로는 역주행하기도 한다. 주식 값이 떨어지면 채권이 오르고, 채권이 오르면 부동산이 뛴다. 선진국 시장이 기울면 신흥시장이 뜬다. 펀드 투자에서 자산별 또는 투자국가들을 일정 비율로 섞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면서 수익도 챙기는 금융기법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자산배분’이라고 부른다.

현금흐름을 가진 자산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시절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자산 가운데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 기능을 가진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이런 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기대 수익률은 다시 낮아진다. 최근 배당에 대한 관심 증가와 대표적인 수익성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부활은 현금흐름과 낮은 기대수익률이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꾸준한 현금흐름을 가진 자산이 빛을 보는 것이다.

1259호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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