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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거듭하는 삼립식품 주가 - 식자재 유통사업으로 날개 달다 

7월 이후 주가 50% 올라 … 중기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변수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삼립식품은 지난 7월 식품유통 사업부를 별도 자회사로 떼어내 ‘삼립GFS(Global Food Service)’를 설립했다. / 사진:뉴시스
삼립식품의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 회사 주가는 10월 22일 17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상 최고가다. 연초 이후 197% 급등했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새로운 사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식품유통 사업부를 별도 자회사로 떼어내 '삼립GFS(Global Food Service)’를 7월 1일 설립한다고 밝혔다.

식품유통 사업부는 집기 비품과 주방 장비부터 밀가루, 면류 등 식자재를 도매 유통하던 곳이다. 삼립식품은 삼립GFS를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삼립 GFS의 사업 영역은 크게 식자재 유통과 단체 급식, 글로벌 사업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립식품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교보증권 정성훈 연구원은 “최근 삼립식품 주가가 수익성 향상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면서 많이 올랐다”면서 “성장 가능성을 볼떄 앞으로 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자료: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전망
증권가에서는 삼립식품의 주가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많다. 식자재 유통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삼립GFS는 기본적으로 SPC그룹 관계사인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지 등의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 그룹사 내부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에서 전국 6000여 개 프랜차이즈 점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유진호 연구원은 “SPC그룹의 식품 원재료와 상품 구매액은 연간 1조 원 이상인 만큼 이를 삼립GFS가 가져간다면 고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도 호재다. 현재 중국과 미국, 베트남 등 173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20년까지 중국과 미국 등 해외에 3000여 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삼립GFS는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에도 적극 나설 전략이다. 삼립식품과 우리 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립식품 사업별 매출 비중은 제빵 사업 34%, 식품소재 37%인 반면 식품유통은 8%에 불과하다. SPC그룹 김범성 상무는 “삼립식품 내 식품유통 비중을 2020년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립GFS를 삼립식품 성장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삼립식품은 일명 봉지빵으로 불리는 양산빵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양산빵 시장점유율은 76%에 이른다. 지난해 삼립식품의 영업이익률은 약 4%였다. 최근에는 호빵 가격을 약 10%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호빵 시장은 약 800억 원 규모로 삼립식품의 ‘삼립호빵’ 매출은 600 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훈 연구원은 “호빵 가격 인상은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되는 만큼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식재료 사업 확대 계획


삼립식품에 악재가 없는건 아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식자재 도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들은 CJ프레시웨이·삼성웰스토리·신세계 푸드·대상 베스트코·현대그린 푸드 등에 이어 삼림 식품까지 대기업들이 식품유통 사업에 진출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간 거래(B2B) 식자재 유통 규모는 4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의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지난해 식자재 유통 중소상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들의 식자재 유통 진출로 작년 한 해 월 매출의 30%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실장은 “식자재 도매업에 나서는 대기업이 점점 늘고 있어 중소상인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에 유통 도매상들의 상권 보호를 지난해 8월 동반성장 위원회에 식자재 도매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식자재 유통 대기업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넘도록 답보상태”라며 “최근 삼립식품까지 진출한 만큼 논의가 계속 늦춰질 경우 중소기업중앙회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사업조정 신청서를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10월 2일 8개 중소상인 협회가 모여 발족한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추진본부’를 통해 식자재 도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SPC그룹 측은 “삼립GFS는 현재 SPC그룹 계열사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유통사업을 벌일 계획인 만큼 중소상인의 시장을 뺏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식자재 유통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삼립GFS 사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2월 제과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출점 속도가 느려졌다. SPC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2012년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신규출점 거리제한으로 기존 점포의 반경 500m 이내에는 새로운 점포를 낼 수 없게 됐다. 2012년까지 매달 20~30개의 신규점포를 출점한 파리바게뜨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65개를 출점하는데 그쳤다. 이 영향이 실적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매출증가율은 2011 년 19.9%에서 지난해 1.7%로 크게 하락했다. 삼립GFS도 식자재 유통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면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정성훈 연구원은 “아무래도 B2B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반발

한편 삼립식품의 주가 상승으로 주요 주주의 지분 가치가 크게 증가했다. 삼립식품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으로 지분율 40.66%에 달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9.27%,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와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가 각각 11.47%, 11.44%를 갖고 있다. 파리크라상 지분의 경우 허영인 회장 66.1%, 허진수 전무 19.1%, 허희수 전무 11.0%, 허영인 회장 부인인 이미향씨 3.8% 순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올 10월 21일까지 이들의 지분 평가액은 허영인 회장이 808억 8000만 원, 허진수 전무는 1000억 4200만 원, 허희수 전무는 997억 9100만 원 늘었다.

1259호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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