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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간판 기업은 어디로 - R&D로 기초 다지고 M&A로 돌파구 마련 

4대 그룹 신사업에 투자 확대 … 서서히 매출 증가 성과도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김유경 이코노미스트 기자 ytcho@joongang.co.kr

독일에서 열린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 ‘메디카(MEDICA) 2013’에 참석한 삼성전자(왼쪽). 경기 용인시의 현대·기아 마북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수소연료 전지차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인천 송도 국제도시 5공구에는 삼성바이오 에피스 개발실이 들어섰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개발실에서 연구원들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등 일곱 가지 바이오시 밀러를 개발 중이다. 바로 옆 건물엔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이 있다. 생산라인에선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공급할 바이오 시제품 생산이 한창이다.

인천에 둥지를 튼 삼성바이오 사업부는 설립 2년여에 불과한 신생 기업이지만 이미 글로벌 제약기업 사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 에피스 설립을 통해 바이오제약 사업에 필요한 제품개발·임상·인허가·제조·판매 역량을 모두 갖췄다. 삼성은 2020년 글로벌 바이오·제약 업계 10위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2조 1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을 1조80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삼성이 바이오·제약산업에서 후발주자지만 그동안 쌓은 제조 양산 기술을 활용해 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삼성의 바이오사업 짧은 시간에 본궤도에


요즘 삼성그룹의 최대 화두는 ‘차세대 먹거리’다. 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온 스마트폰 사업이 한풀 꺾이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후보군을 묻자 삼성 관계자는 신수종 사업 5개를 꼽았다. 바이오와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차 배터리 그리고 태양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신수종 사업에 그룹이 거는 기대는 크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은 태양광을 제외하곤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태양광은) 가격 변동이 심해 사업 규모를 줄였지만 연구·개발 (R&D)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진출 시기를 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의료기기 사업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삼성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보유한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의료기기 사업을 전담하는 ‘HME(Health & Medical Equipment) 사업팀’을 신설했다. 2010년 체외진단기, 2012년 프리미엄 디지털 엑스레이 ‘XGEO’ 시리즈를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다각화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2010년 초음파 검사기기 기업 ‘메디슨’의 지분 65.8%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심장질환 진단 솔루션 업체 ‘넥서스’, 2012년에는 이동형 CT 장비전문 업체 ‘뉴로로지카’를 인수했다. 글로벌 협력도 강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지멘스의 조케저 지멘스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GE· 필립스·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상태다.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라 삼성은 지멘스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LED 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LED 분야 매출은 올해 2분기 3억 77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수치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증가 추세다. 삼성SDI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도 삼성의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삼성SDI 배터리를 달고 나온 첫 번째 양산 전기차인 크라이슬러 F500e가 출시된 이후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삼성SDI 배터리를 단독 채용한 BMWi3와 i8도 유럽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 SDI는 BMW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차세대 소재 등 관련 기술의 장기적인 공동 개발과 향후 글로벌 사업 전개를 위한 협력을 매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철강·건설’의 시너지 노려

글로벌 5대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자동차그룹도 차세대 성장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와 철강·건설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3대 핵심 미래성장 동력’ 전략을 수립했다. 자동차 품질 강화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철강은 신소재 개발에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전기차 인프라 구축사업을 강화해 주력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높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 세계 9개국 31개 공장에서 총 756 만대를 생산·판매해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특히 해외 공장에서 최초로 400만대를 초과 생산해 해외 누적 생산 2000만대를 달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며 “질적 성장을 통한 내실 경영에 힘을 기울여 글로벌 명차 반열에 오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철과 건설 분야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현대제철은 고로 3호기 완공을 통해 7년 간에 걸친 일관제철소 건설을 마무리하며 총 2400만 t의 조강능력을 갖춘 세계적인 종합 철강회사로 성장했다. 현대건설도 해외 수주 누계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적인 기조로 자리 잡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수소전지차 기술력을 확보했고, 차세대 고연비 엔진 개발에도 매진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 마북 기술연구소에서 친환경 자동차 핵심부품과 지능형 자동차용 전자 장비 개발을 시작했다. 600억 원을 투자해 완공된 연구소에는 첨단 지능형 자동차와 친환경 자동차 핵심 부품을 시험 개발할 수 있는 21개의 첨단 전용 실험실이 들어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에 대해 “최근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 구조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더욱 체계화하고, 보다 혁신적인 제품과 선행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자동차 부품 시장으로 눈 돌려


LG화학 연구원들이 미국 ‘쉐보레 볼트’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LG그룹은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꼽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빠른데다 IT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 핵심 부품이 늘어 부품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판단에서다.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LG전자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LG전자는 내비게이션·카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 시스템에서 이미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공조 시스템과 전기차용 모터 R&D 투자를 늘렸다. LG전자는 전기차용 모터와 인버터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자동차 컨설팅 업체 V-ENS(현 VC사업본부)를 인수하며 자동차 조립과 설계 능력도 확보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직접 전기차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고, 기회만 되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자체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완성하고 말레이시아 최대 완성차 업체 프로톤과 공동으로 상용화 사업을 벌인 바 있다. 이밖에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통신 기술은 커넥티드 카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가전쇼에서 임직원들에게 “자동차의 스마트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니 이에 맞춰 전장(전자장치)부품 분야에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전기차 보급이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LG화학의 활약도 주목된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인 LG화학은 기술력과 물량 공급 능력 면에서 이미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지난해 자동차용 리튬이온 2차 전지 배터리 부문에서만약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 GM·르노·닛산 얼라이언스·포드·폴크스바겐·아우디 등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 중 6곳과 거래를 하고 있어, 시장 확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더불어 현재 배터리의 절반값에 2배 용량을 가진 배터리를 3년 안에 개발한다는 계획이라 앞으로 전기차 시장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LG이노텍은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용 모터와 전자식 조향 장치(EPS)용 모터를 생산해 지난해 45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LG이노텍은 국내 차량용 모터 시장 점유율 1위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중앙정보디스플레이(CID)·계기판·뒷좌석엔터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대·기아차와 다임러 벤츠·도요타·혼다·GM 등에 CID(Center Information Display, 중앙 정보 디스플레이), 계기반 등을 공급 중이다. LG 하우시스도 차량용 범퍼와 내·외장재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짓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 CNS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자동차 렌털 등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의 전장화·디지털화로 IT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며 “LG그룹은 자동차 부품만큼은 삼성그룹보다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고, 현대·기아차와의 적극적인 협업이 사업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그룹은 아울러 올해 자동차용 반도체 및 센서를 만드는 실리콘웍스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 부품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SK그룹은 통신 분야에서 한 단계 발전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차곡차곡 사업을 확장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SK그룹은 무선 통신 분야의 SK텔레콤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SK플래닛·SK C&C 등 계열사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ICT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존의 캐시카우는 성장세가 정체돼 차세대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ICT를 그룹의 신성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는 올 초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ICT·성장추진 총괄직(부회장)을 신설했다. 또 삼성그룹 최고기술경영자(CTO) 출신인 임형규 전 사장과 서광벽 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을 영입했다.

SK는 ICT로 새 활로 모색

SK텔레콤은 지난 4월 창사 30주년을 맞아 미래 30년 비전인 ‘ICT노믹스’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오는 2020년까지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를 이용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 2월 국내 4위의 무인 경비 업체 네오 에스네트웍스(NSOK)를 인수하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연계해 종합보안회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한국도로공사와 빅데이터 공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뉴질랜드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레콤뉴질랜드와 사물인터넷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ICT노믹스를 뒷받침하기 위해 하성민 대표이사 직속으로 R&D 조직도 신설했다.

SK플래닛도 빅데이터 중심의 ICT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진우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은 커머스(상거래) 시장 규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시장을 살리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11번가와 OK 캐시백·호핀·T맵·T스토어 등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마케팅 및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빅데이터 사업 태스크포스팀(TF)을 발족한 SK C&C는 빅데이터 기반의 통합보안로그분석 플랫폼 전산 시스템 및 보안에서 새로운 기준과 솔루션을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화·두산의 미래 사업은 - 한화, 태양광·첨단소재 강화 …두산, 산업재로 승부


한화케미칼 자회사인 한화큐셀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메이우드에 준공한 태양광발전소. / 사진:중앙포토
한화케미칼은 지난 8월 13일 석유화학회사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했다. KPX화인케미칼은 가구·자동차·페인트 등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원료인 티디아이(TDI)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고 매출의 75%를 수출하는 중견 업체다. 이번 인수는 한화그룹이 석유화학사업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한화그룹은 건축자재 사업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분야 육성 등 3대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재편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염소를 활용한 제품생산 확대가 가능해졌고, 폴리염화비닐(PVC)과 TDI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또한 현재 가동 정지 상태인 3개 TDI 공장 가동률을 차츰 높여 내년에는 가동을 정상화할 방침이다. TDI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연 4000억 원의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키워온 태양광 사업도 더욱 강화한다. 한화그룹은 최근 호주 주택용 태양광발전업체인 엠피리얼 지분 40%를 약 3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그룹은 연간 1GW(일반 가정 200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 규모의 호주 태양광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그룹 박종국 부장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주력 사업을 재편하는 이유는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에 있다. 지난해 한화그룹의 매출은 38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당기순이익은 9500억원에 그쳤다. 순이익률이 2.5%에 불과하다. 지난해 총 매출의 53%을 차지한 금융 계열사도 최근에는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350명, 한화생명은 지난 4월 300명을 감원했다. 박종국 부장은 “금융 부문의 사업을 축소하지는 않지만 석유나 태양광 등 사업을 강화하면 전체 매출 비중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산업재 중심의 새로운 주력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두산동아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매각하며 마지막 남은 소비재 사업에서 손을 뗐다. 두산동아는 지난해 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주력 사업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매각했다. 두산은 2012년에는 버거킹, 지난 5월에는 KFC를 매각해 식품사업에서도 철수했다. 두산은 창립 100주년인 지난 1995년 소비재 위주에서 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근 20년 간 소비재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를 위해 소비재 기업에서 산업재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중공업과 건설장비를 주력 사업으로 키워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시장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와 합병을 결정하고,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클리어에지파워를 인수해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도 출범시켰다. 박용만 회장은 앞서 연료전지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

시장 반응도 나쁘진 않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료전지는 연료전지 원가 개선,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으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최근 인수한 두 회사는 원천기술이 다르긴 하지만 서로 보완하면서 틈새시장 진출 기회를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박진위 부장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2006년 영국의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인프라지원사업(ISB) 중심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의 사업 재편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산업연구실장은 “최근 기업들의 사업 재편은 M&A 과정을 통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며 “새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생산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여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259호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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