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과제 - 자존심 회복, 수익 다변화, 파벌 갈등 해소 … 

내부 출신 첫 회장 ... LIG보험 인수 승인 여부가 첫 시험대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리딩뱅크로 위상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 사진:중앙포토
“비전 제시가 승패를 갈랐다.” KB금융그룹 회장을 선출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의 한 위원이 건넨 말이다. 10월 2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5차 회추위. 이 자리에서 윤종규(59) 전 KB금융 부사장이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금융 회장에 내정됐다. 회추위 투표에서 재적위원 9명 중 3분의 2인 6표를 얻으면서다. 윤 후보가 내정된 것에 대해 회추위 관계자는 “KB금융의 과제와 비전 설명에서 모든 사외이사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프리젠테이션을 잘했다”며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추위 위원도 “(윤 내정자가) KB금융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덕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윤 내정자와 함께 하영구 전 한국씨티 은행장 후보자가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KB금융의 내분을 조기에 해결할 자질과 직원들이 제기하는 선임 조건에 가장 맞아떨어진다는 여론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KB금융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올초 KB카드 개인정보 유출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조직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오는 11월 21일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인 윤 내정자는 직원을 두루 챙기는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 나주 출신으로 광주상고를 졸업한 후 1974년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은행을 다니면서 1981년 행정고시(25회)에 합격했고, 이듬해에는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땄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으로 옮겨 부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2002년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의 권유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후 첫 재무전략기획본부장(부행장)을 맡아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무·전략·영업 두루 거쳐 … 부드러운 리더십


2010년에는 KB금융에서 재무와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지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설명회(IR) 책임자로 지내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어렵고 난감한 질문에도 주저 없이 대답하며 이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덕분에 KB금융 IR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고 말했다. 재무·전략·영업 등을 두루 경험하며 능력을 검증 받아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은행장 선출을 위해 실시한 직원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뽑히기도 했다.

윤 후보가 내정된 후 시장에서도 호평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정치적 영향이 배제됐으면서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가 내정됐다”며 “KB금융에 정통한 내부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KB금융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KB금융 임직원들도 첫 내부 출신 CEO의 등장에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윤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급선무는 KB금융을 리딩뱅크로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다. 윤 내정자 스스로도 회장이 되면 추진할 가장 중요한 일로 “리딩뱅크의 위상을 회복해 직원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이룰 수 있게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올 6월 말 현재 KB금융의 총자산은 299조 원이다. 1위는 323조원의 신한 지주다. 하나 금융(314조원)·NH농협(310조원)이 그 뒤를 잇는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였던 KB금융의 2011년 총자산은 33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3년여 만에 300조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4등으로 밀렸다. KB금융의 올 상반기 순이익도 7652억원으로 신한 지주(1조136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자산 규모나 수익성 등 어느 측면에서도 ‘리딩뱅크’라고 내세우지 못하게 됐다.

자산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이려면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을 키워 수익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KB금융의 총자산 중 은행 비중이 90%(올 6월 말 기준)로 매우 높은 편이다. 비은행 부문이 취약하다. 이에 따라 LIG 손해보험의 인수 여부가 차기 경영진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은행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리딩뱅크로 재도약하기 위해 LIG손보 인수가 절실하다. 이미 계약한 LIG 손보를 인수할 경우 총자산 393조 원으로 다시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10월 14일 KB금융의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라는 전제로 LIG 손보자회사 편입 승인을 보류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0월 15일 국정감사에서 “현재와 같은 KB금융의 지배구조나 경영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경영안정화 조치와 앞으로의 경영플랜을 세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조직 다지기와 줄서기 관행 등도 해결할 과제다. 그나마 국민은행 노조가 윤 내정자를 지지해 온 만큼 CEO가 교체될 때마다 반복됐던 노조의 출근 저지 같은 갈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 소식에 KB금융 임직원들은 환영했다. 성낙조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KB금융 재도약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회장이 내정된 만큼 국민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에 대한 인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회동 KB증권 사장은 지난 8월 임기가 만료됐다. 박중원 KB데이터시스템 사장과 남인 KB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연말에 임기가 끝난다. 차순관 KB저축은행 사장과 김덕수 KB카드 사장도 내년 1월과 3월까지가 임기다.

‘회장-행장’ 겸임 후 분리 가능성

특히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장 선임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KB금융 이사회는 차기 회장 선출 후 새 회장과 협의를 통해 ‘회장- 행장’ 겸임 문제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후보자 당시 지배구조와 관련해 “현 상황에서 어떤 운영체제가 좋은지 이사회와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말해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사외이사들은 회장과 행장 분리를 선호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선 겸임 후 분리’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일정 기간 윤 내정자가 역할을 겸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 간의 해묵은 파벌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의 갈등은 낙하산 CEO 문제 못지 않게 KB금융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윤 내정자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조직원 사이의 갈등을 잘 조율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1259호 (2014.11.0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