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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국내 1위 KT렌탈 인수전 ‘동상이몽’ - SK네트웍스 “당연히 우리가 인수” 

KT렌탈 임직원 “GS가 최고” GS는 “인수 의사 없다” 


KT렌탈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대주주인 KT와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10월 1일 간략한 투자 정보를 담은 티저레터(Teaser Letter)를 배포한 데 이어 10월 27일 투자안내서(IM)를 발송했다.

KT렌탈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20여곳. 이들은 서로 다른 셈법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일단 KT렌탈 인수 후보로 가장 주목 받는 곳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각각 재무자문사와 회계자문사로 선정한 SK네트웍스다. SK네트웍스 임직원들은 ‘당연히 SK가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물론 “투자의향서는 받았지만 인수합병(M&A)엔 비밀 유지 규정이 많아서 그 이상 공식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게 SK네트웍스의 공식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1위 사업자(KT렌탈)가 매물로 나왔으니 예의주시하는 정도”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공식 입장과 달리 SK네트웍스는 이미 KT렌탈 인수를 위해 꽤 오래 준비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5월 에너지앤카 총괄 스피드 메이트사업부 산하 렌터카 사업팀을 본부급 부서로 격상하며 인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렌터카 사업1팀 등 3개팀 규모로 렌터카 사업을 진행했던 SK네트웍스는 스피드 메이트사업부를 해체하고 렌터카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8팀으로 구성된 렌터카 사업본부는 기존 렌터카 사업팀보다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올해 1월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하면서 비통신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비통신 계열사인 KT렌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봤다는 것. 실제로 KT는 6월 말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한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하자 SK네트웍스에선 ‘예상이 맞았다’고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렌터카 사업 확장 의지 강한 SK네트웍스

이처럼 렌터카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울 준비를 한 SK네트웍스는 다른 경쟁사보다 오래 준비한 만큼 인수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황창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가 민감하게 생각해 근거를 말하긴 어렵지만, KT렌탈을 인수하려는 SK네트웍스의 의지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KT렌탈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인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법인고객 비중이 큰 KT렌탈과 대조적으로, SK네트웍스는 주로 개인고객 비중이 크다. 합병을 하더라도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동종업계에서 인수 경쟁자도 없다. 업계 2위 AJ렌터카는 사실상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KT렌탈을 인수할 돈으로 차라리 차량을 더 구입하는 게 낫다”는 게 AJ렌터카 입장이다. AJ

렌터카 측은 “전국망이 없는 회사라면 KT렌탈을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미 전국망을 확보한 AJ렌터카 입장에서는 굳이 KT렌탈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때 계열사 AJ네트웍스를 통해 KT렌탈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AJ네트웍스 역시 “(KT렌탈 인수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업계 3위 현대캐피탈 역시 “인수 의사 없다”고 언급했다.

KT렌탈을 인수할 경우 SK네트웍스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단숨에 렌터카 업계 1위로 뛰어오른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KT렌탈이 점유율 26%로 1위를 기록 중이며, AJ렌터카(13.4%)·현대캐피탈(9.6%)·SK네트웍스(6.5%) 순이다.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획

한편 SFA라는 디스플레이 장비업체가 KT렌탈 인수전의 복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FA와 황창규 KT 회장의 관련성 때문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출신이며, SFA는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자동화사업부가 전신이다. 현재 SFA 2대주주도 삼성디스플레이다. 때문에 황 회장과 SFA 오너 간 교감이 있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뜬소문’이라고 단언한다. 원진 SFA 부회장이 회사를 장악한 이후 SFA의 체질이 크게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매물을 내놓은 KT 입장에서는 누가 인수하느냐보다 좀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해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SFA와 교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무차입 경영 상태인 SFA의 현금보유고가 많다는 것도 KT렌탈 인수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유동자산만 4500억 원이다. 이에 대해 허준 SFA 경영지원그룹장은 “재무적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과 M&A를 추진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KT렌탈 인수를 위한) 내부 검토는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오릭스프라이빗에 쿼티코리아(오릭스PE코리아)도 KT렌탈 인수 주요 후보다. 일본 오릭스그룹의 자동차 렌탈 계열사인 오릭스오토는 일본에서 자동차 리스 시장점유율 1위, 렌터카 시장점유율 2위 업체다. 오릭스오토가 보유한 차량은 108만대로 국내 1위인 KT렌탈의 10배가 넘는다. KT렌탈을 인수해 한·일 양국 렌터카 시장을 동시에 접수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미 오릭스캐피탈 코리아를 통해 한국에서 자동차 리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KT렌탈 임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KT렌탈 임직원들은 SFA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SFA 기업문화가 KT렌탈 문화와 이질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존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렌터카에서 오래 근무했던 KT렌탈 임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자율성과 개인 활동을 존중하는 금호아시아나 특유의 분위기가 현재 업계 1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SFA의 성과 중심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 SFA가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했을 당시, 사내 종업원 주주 형태던 SFA는 노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사원 입장이 회사에 잘 반영됐다. 당시엔 삼성그룹의 성과보상체계를 그대로 도입해 연말이면 평직원이 1000만 원대 성과급을 받을 정도로 복지 수준이 좋았다. 하지만 원진 부회장이 실권을 잡은 이후 성과 중심으로 기업문화가 크게 바뀌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언급이다.

KT렌탈 임직원들은 재무적투자자가 인수하는 상황도 꺼린다. 과거 2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와 마찰이 있었다는 후문. MBK파트너스는 2010년 KT렌탈지분 인수 직후부터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2012년 7월에 보유지분을 KT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재무적투자자(MBK파트너스) 특유의 실적 위주 경영으로 주요 주주간 어느 정도 마찰이 있었다는게 KT 관계자의 언급이다.

현재 오릭스PE코리아 이외에도 IMM프라이빗에 쿼티(PE), 한앤컴퍼니, 유니타스캐피털,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주요 재무적 투자자들이 자문사를 선정했거나 선정작업을 벌이며 KT렌탈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KT렌탈 임직원들은 누가 인수하길 희망할까. 바로 GS그룹이다. GS그룹 기업문화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기업 문화와 가장 이질감이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S그룹은 KT렌탈 인수에 큰 관심이 없다. GS그룹 관계자 는 “GS는 늘 시장에 좋은 매물이 있으면 인수를 검토하지만 구체적으로 KT렌탈 인수를 추진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한국타이어도 KT렌탈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사내에 만들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입찰 과정을 거쳐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1260호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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