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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자영업 창업 성공 조건 - 대박은 언감생심, 생존이 지상과제 

창업 5년째 70%가 폐업 … 오래, 독하게 준비해도 될까말까 

창업(創業). 단어에서 이미 미래에 대한 기대와 생동감이 느껴진다. 뜻은 좋은데 결과 또한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창업은 그 자체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더구나 다급한 생계형 창업자가 늘면서 폐업률 역시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어 중·장년층뿐만 청년층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탈출구는 없을까. 뉴노멀 시대에 맞는 창업의 기본을 짚어봤다. 좁은 성공의 문틈을 뚫고 당당히 어깨를 편 4명의 주부 사장님도 만났다.




‘창업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 매출도 23% 가까이 줄었다’ ‘창업의 위험을 무시하고 뛰어드는 창업자가 너무 많다’…. 프랜차이즈협회와 소상공인진흥원, 창업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창업시장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고 불황으로 기존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생계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6개 시·도 소상공인 사업체 1만490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2013년 소상공인 창업 현황’은 창업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창업 동기에 대해서 ‘생계유지’라고 응답한 사람이 82.6%로 가장 많았다. 성공 가능성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창업이 아무리 가시밭길이라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1955년~1963년생)가 대표적이다. 베이비붐세대는 약 715만명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4만5000명이 은퇴할 예정이다. 2012년 통계청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와 벌인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노후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3억6000만원 이상을 가진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은퇴 후 생계 걱정은 비단 베이비부머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40대 직장인들에게도 아픈 현실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동산 대출과 자녀 교육비에 발목이 잡혀 있게 마련이다. 하우스푸어·에듀푸어·실버푸어 같은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면 어떻게 하든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 생계형 창업의 씁쓸한 현실이다.

창업 동기 82.6%가 생계 유지

생계형 창업의 악순환은 결과적으로 자영업의 높은 폐업률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연구원은 11월 10일 ‘자영업 정책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 보고서를 내고 “자영업이 위기에 직면했”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 소득은 2013년 기준 4397만원으로 임금근로자의 소득(4707만원)보다 적고, 부채 규모는 1억16만원으로 임금근로자(5169만원)보다 높았다.

2000년대 초반 620만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2010년 560여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베이비붐세대가 창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늘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 중 50대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9년 27.4%에서 지난해 30.8%로 커졌다. 생계형 창업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창업 후 생존률이 낮은 점도 큰 문제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생계형 자영업자가 1년 후 83.8%만 살아남고 3년 후에는 40.5%, 창업 5년 후에는 29.6%만 생존한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창업 5년 안에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으로 자영업 성장동력 확충, 전문 인력 양성, 자영업자의 능동적인 해외 진출 지원,한계 자영업자 연착륙을 위한 구조개선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창업 준비를 강화해 무분별한 창업을 사전에 막고, 소상공인의 경영을 도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경영난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퇴로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업 전략을 성공에서 생존으로 바꾸라는 조언도 나왔다. 허건 행복한가게연구소 소장은 “자영업 창업에도 ‘뉴노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다. 그는 자영업 창업은 이제 대박이 아니라 안착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들이 창업에 들인 준비 기간은 평균 8.6개월로 나타났다. 이중 23.9%가 창업 준비 기간을 3개월 이내라고 답했다. 3개월에서 6개월 간 준비한 이들도 26.2%에 달했다. 창업자의 60.1%가 6개월 이내에 창업에 나설 정도로 서두른다. 예비 창업자들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생계를 위해 급하게 창업하는 경우다. 은행잔고는 비어가는데 무기력하게 기다리기 어렵다. 또 하나는 ‘자신은 다를 것’이란 자만심이다. 지인으로부터의 정보, 전문가의 자문, 짧은 창업 교육 이수 후 요건을 갖췄다고 스스로 믿는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선택한 아이템이 본인과 맞는지 안 맞는지 따져보지 않고 돈이 된다고 하면 성급히 들어오는 관행이 남아있다”며 “정부·학계·업체·언론 모두 창업에 대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냉정히 현실을 알려주며 창업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업 준비 기간 ‘6개월 미만’이 60.1%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해야만 한다면 길은 하나다. 독하게 준비해야 한다. 창업 전문가들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정부 정책과 관련 제도를 익히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과도하게 투자하거나 무턱대고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자기 적성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준비가 부족한 창업이 성공할 확률은 낮다. 단 몇 주만의 교육으로 업종과 정책을 이해하긴 어렵다. 실패 확률을 줄이려면 직접 인근 상권을 살피며 창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유동인구,가까운 경쟁업소, 본인 역량을 파악한 다음 전문가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발로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도 고배를 마시기 쉬운 게 창업이다.

1262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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