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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한국서 고전하는 외국계 운용사 왜? - 대형주 많이 담고 운용 인력도 부족 

펀드 수익률 국내 운용사보다 낮아 … 배당주·중소형주 투자한 회사는 선전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한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대표 투자은행인 JP모간체이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워 마케팅에 활용하곤 한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리서치 역량이 높아 안정적인 펀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탄탄한 자본력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런 강점을 내세운 외국계 운용사들의 성적은 어떨까.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11일 기준으로 펀드 설정액 200억원 이상의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외국계 운용사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4.32%다. 2년 수익률은 1.41%, 3년 수익률은 1.96%으로 나타났다. 국내 운용사들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91%다. 2년 평균 수익률은 3.37%, 3년 평균 수익률은 7.45%였다. 국내 운용사의 수익률이 외국계를 앞선다.

그렇다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다를까. 국내 운용사들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03%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1%에 그쳤다. 외국계 운용사의 2년 수익률(13.22%)도 국내 운용사 수익률(16.51%)을 밑돈다. 3년 기준으론 외국계 운용사 수익률(15.35%)이 국내 운용사(14.16%)보다 조금 앞선다. 사실 국내 운용사들의 수익률과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다. 단순 수익률만 보더라도 낮은 수준이다.

그들이 말하는 강점에도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외국계 운용사들은 “판매 채널과 투자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권문혁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이사는 “대부분의 외국계 운용사들은 한국 운용사보다 인지도가 낮고 판매 채널이 부족해 판매가 쉽지 않다”면서 “한국 운용사는 한국 시장에 맞게 상품이 다양하고 보유 종목이 많지만 외국계 운용사는 장기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개인보다 기관투자가 대상 판매에 주력


외국계 운용사들은 펀드에 주로 대형주를 담는다. 권문혁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대부분 대형주를 눈 여겨 본다”며 “어쩔 수 없이 이들의 관심이 높은 대형주를 담은 펀드를 출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처럼 대형 전자·자동차 종목들이 부진할 경우 성적이 좋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을 담은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대표 펀드인 ‘슈로더코리아알파증권자투자신탁A’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8.74%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JP모간자산운용도 GS홈쇼핑(9.75%)과 삼성전자(8.98%) 등을 담은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자투자신탁A’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박지나 JP모간자산운용 상무는 “글로벌 운용사지만 한국 마켓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많은 펀드를 운용할 수 없다”며 “이렇다 보니 대형주 중심의 펀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P모간자산운용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는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자투자신탁A’ 펀드가 유일하다. 이 펀드는 연초 이후 현재(11월 12일)까지 12%가 넘는 손실을 냈다. 최근처럼 대형주가 부진한 만큼 펀드 성과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들은 펀드 판매망이 적어 펀드 수를 늘리거나 마케팅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월 한국에 진출한 외국 운용사들은 투자 기반이 약해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대형 운용사들은 계열사 은행이나 증권사로 이뤄진 탄탄한 판매망이 있지만 외국계 운용사는 판매 채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성장이 더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은 한국 시장을 떠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골드먼삭스 자산운용이다. 골드먼삭스 자산운용은 2007년 한국 맥쿼리IMM 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5년 간 손실을 내다 2012년 철수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외국계 운용사는 개인투자자보단 기관투자가들에게 투자 받기 위해 더 노력한다. 기관투자가의 투자 비중이 80%를 넘는다. 90%를 넘는 곳도 있다. 권문혁 이사는 “아직까지 한국 시장의 파이가 작기 때문에 지금은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며 “또 펀드를 출시하려면 수요나 판매망도 늘고 펀드 성과도 좋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ClassA’ 펀드는 연초 이후 현재까지 6.27%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연간 배당수익률이 3~7% 수준인 SK텔레콤과 GKL·한국쉘석유·KT&G·한샘 등 고배당주에 투자하고 있다. 플랭클린템플턴에는 대형주와 함께 배당주, 중소형주를 포트폴리오에 담는 펀드들이 많다. 대표적인 펀드가 프랭클린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ClassA’와 ‘프랭클린템플턴뉴셀렉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ClassA’, ‘프랭클린선택과집중증권투자신탁’ 펀드 등이다.

조성연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부장은 “1997년 한국 시장에 진출 이후 트렌드를 읽어왔다”며 “주식운용팀 인력도 20여명으로 외국계 운용사 중 가장 많아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운용사의 부진으로 이들의 운용 자산 규모도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외국계 운용사들의 총 자산은 5905억원이다. 1년 전보다 500억원이 줄었다. 이와 달리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자산 규모는 3조 4810억원으로 같은 기간 3191억원이 늘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외국계 운용사가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투자전략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외국계 운용사는 인력에 투자하는 비중이 작다”며 “인력에 투자해 시장의 흐름을 읽고 파악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망이 부족 하다고 하지만 좋은 상품을 내놓는다면 판매사들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펀드 총보수율은 외국계가 높아

펀드 보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외국계 운용사들의 펀드 총보수율(운용보수+판매보수+수탁보수)은 대부분 1%를 넘는다. 가장 높은 곳은 슈로더투자신탁운용으로 1.88%다. JP모간자산운용이 1.82%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운용사의 펀드 총보수율은 대부분 0.3~0.8%로 1% 미만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가 0.16%로 가장 낮았고 그 뒤로 키움자산운용이 0.17%다. 양수영 베어링자산운용 부장은 “펀드 보수율은 글로벌 본사의 방침이라 손을 댈 수 없다”며 “다만 최근 문을 연 펀드슈퍼마켓이나 독립판매 법인이 활성화되면 펀드 규모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262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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