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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에 관심 커진 외화예금 - 고금리에 환차익까지 ‘1 석 2조’ 노린다 

1%대 예금 속출에 외화예금 주목 은행권 관련 상품 속속 출시 


바닥을 모르는 시중금리, 지지부진한 증시, 얼어붙은 부동산. 이런 가운데 외화예금이 주목받고 있다. 미 달러화나 위안화 같은 주요 국제통화의 강세를 등에 업고 대안 상품으로 떠올랐다. 외화예금은 국내 은행들이 판매하는 예금상품이지만, 금리는 해당 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를 따른다. 운이 좋으면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외화예금의 장점과 최근 동향,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외화예금은 크게 달러화·엔화·위안화 상품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거래량이 많은 3대 해외 통화다. 외화예금이 처음 생긴것은 기업들의 무역결제 수요를 돕기 위해서였다. 10여 년 전부터는 해외유학이나 연수와 관련한 수요도 많이 생겼다. 외화예금의 금리는 기본적으로 해당 상품의 통화를 발행한 국가의 금리 수준을 따른다. 미 달러화 예금이면 미국 금리를, 엔화 예금이면 일본 금리를, 위안화 예금이면 중국 금리와 비슷한 이자를 준다. 외화예금을 받은 은행들은 해당 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의 외은지점이나 해외은행에 직접 돈을 예치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금리에 연동한 이자를 준다. 이전까지는 외화예금은 주로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크고 성장률이 더딘 나라의 통화로 이뤄졌기 때문에 금리 메리트는 없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는 1%가 채 안 된다. 그러나 올 들어 원화 예금의 금리가 이와 비슷한 1%대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화 예금에 돈을 묻어봤자 이자를 건지기 어려우니 투자자들이 해외 통화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특히 여러 외화예금 중 최근 들어 위안화 예금이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새로 내놓은 위안화 예금의 금리는 연 3%대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연 3.05%, 하나·외환은행은 연 3.1%, 신한은행은 연 3.15%의 금리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원화 예금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당장 돈을 굴릴 데가 없던 투자자들이 위안화 예금에 몰리는 이유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의 위안화 거래 활성화 의지에 부응하고 위안화 실수요자들이 국내 은행을 통해서도 위안화 예금을 높은 이율로 가입할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예금 규모는 10월 말 현재 217억 달러(약 24조800억원)로 전월 대비 13억 5000만 달러 급증했다. 전체 외화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7%로 미 달러화 예금에 이어 2위다. 증가세를 살펴보면 지난 2011년 말 8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2년 뒤인 2013년 말에는 66억7000만 달러로 늘어났고, 올해 들어서는 2배 이상 불어났다. 비중도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뒤 올해 6월 20%, 9월에 30%를 각각 돌파했다. 위안화에 쏠림 현상이 심해지며 국민·IBK기업은행도 연말께 소매 전용 위안화 예금상품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위안화 예금 금리 연 3%대

중국 경제의 장기적 부상과 더불어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위안화 예금의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 위안화는 중국 당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2010년 6월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한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2010년 6월 6.828위안(월 평균)이었던 것이 2011년 6월 6.476위안, 2012년 6월 6.364위안, 2013년 6월 6.135위안 등으로 환율이 하락(위안화 강세)하는 상황이다. 올해 10월에는 6.125위안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꾸준한 무역수지 흑자와 국제결제통화로서 위안화의 부상

등으로 가치 상승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속에서도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1.3% 절상됐다”며 “무역수지 흑자·주택가격 하락·위안화의 국제화 달성에 필요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위안화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내적으로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위안화 결제 수요 증가 등으로 위안화 예금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한·중 교역(지난해 기준 2288억 달러)에서 1.2%에 불과한 위안화 결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20%까지 높일 방침이다.

위안화뿐만 아니라 최근 달러화와 엔화 예금도 관심의 대상이다. 금리보다는 환차익을 노린 기대심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은 10월 말 현재 664억1000만 달러(약 73조7000억원)로 한 달 새 27억3000만 달러 급증했다. 이 가운데 달러화 예금은 12억2000만 달러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으로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화예금은 지난 2011년 말 245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2년에는 296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테이퍼링이 시작된 2013년에는 359억 달러까지 확대된 바 있다.

원·달러 동향을 살펴보면 원화가치가 급등하던 올해 6월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018.70(월 평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2015년 상반기가 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가며 1060.91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달러화 예금에 돈을 넣어둔 투자자라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국민은행의 지점 관계자는 “달러화가 계속 고공행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달러 예금 가입 시기를 묻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상 유례없는 약세를 기록 중인 엔화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글로벌 엔화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통화가치가 푹 꺼졌는데, 최근 시장에 ‘바닥인식’이 형성되며 저가매수 심리가 꿈틀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올해 들어 한 때 940원대까지 하락하며 2008년 8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10월 들어 하락 속도가 더뎌졌다. 9월 962.48원(월 평균)이었던 원·엔환율은 10월 들어 982.70원으로 오히려 반등했다. 올해 들어 감소세를 이어오던 엔화 예금도 10월 들어 1000만 달러 늘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엔저를 활용해 엔화 예금 등 환테크 전략을 세우는 것도 재테크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연 1% 안팎의 금리에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기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환차손에 노출돼 있는 만큼 엔화 예금은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엔화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하락이 우세한 만큼 현 시점을 저점으로 판단하고 투자하는 것은 추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율변동·환전수수료 주의해야

한편 외화예금의 환차손 위험성은 가입 전에 고려해야 한다. 환율 변동은 외화예금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반대로 가장 큰 리스크다. 해외 통화 대비 원화 값이 떨어지면 그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원화 값이 오르면 그만큼 환차손을 입을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 만기 시점의 환율로 계산해 원리금을 돌려주는데, 만기 당일의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예금에 가입하는 1년 전 시점에는 점치기 어렵다. 이에 외화예금은 주식처럼 흐름을 보고 매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중기적 관점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은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상품인 만큼 자칫 원금 손실까지도 볼 수 있다”며 “단기 재테크 목적으로 많은 자산을 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63호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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