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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금융지주회사 - 주인 없어 내부통제 엉망, 외풍에도 흔들 

득보다 실 많아 지주사 해체하는 곳도 … 금융위, 지주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확정 


▎한국씨티금융지주는 은행과 중복되는 업무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국씨티은행과 2014년 10월 31일 합병했다.
산은금융지주가 2015년 1월 1일 해체된다.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 합병돼 사라지고 KDB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는 산업은행 자회사로 들어간다. 앞서 한국씨티금융지주도 2014년 10월 31일 한국씨티은행과 합병했다. 지주회사와 은행은 한국씨티은행으로 존속시키고 지주회사를 소멸시켰다. 씨티은행 측은 “은행이 지주회사 자산의 97%를 차지하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가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며 “업무와 의사결정의 중복을 막고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를 해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1월 1일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합병됐다. 합병으로 11월 19일 우리금융은 상장 폐지되고 우리은행으로 신규 상장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11곳과 증권·보험회사가 주력회사인 지주회사 2곳 등 총 13곳이다. 지주회사란 다른 회사를 지배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2000년 도입된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는 2001년 4월 설립된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금융회사로 성장시키겠다며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했다. 이후 신한금융(2001년), 하나금융(2005년), KB금융(2008년) 등이 생겨났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와 금융업 대형화 등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는 이후 애초 목적과 달리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일어났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 등 수뇌부의 권력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인 곳이 KB금융이다. KB금융은 2008년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부터 2대 회장인 어윤대 전 회장, 3대 임영록 전 회장까지 모두 당시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황영기 전 회장은 강정원 전 은행장과 2008년 초대 회장직을 놓고 대립한 뒤 사외이사, 은행 부행장 등의 선임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어윤대 전 회장 역시 임기 후반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두고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과 갈등을 빚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로 이건호 전 행장과의 다툼이 있었다. 결국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동반 퇴진했다.

은행 편중된 구조에 파워게임


공적 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초대 회장인 윤병철 전 회장은 이덕훈 당시 행장과 KB금융처럼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대립했다. 2대 회장이었던 관료 출신인 박병원 전 회장도 박해춘 전 행장과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마찰을 빚었다. 뒤를 이은 이팔성 전 회장은 은행장 권한을 축소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려다 이종휘 전 행장과 현 이순우 행장의 반발을 샀다. 신한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라응찬 전 회장을 따르는 이백순 전 행장이 차기 지주회장으로 거론되던 신상훈 전 지주사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는 ‘신한사태’가 벌어졌다. ‘신한사태’는 아직까지 법정공방 중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지주회사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회장과 은행장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들은 자기 자리에서 파워게임을 하다 보니 결국 집안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자산비중은 은행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 기준으로 금융지주회사 총자산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다.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지주회사에서 일을 추진하다 보면 은행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에는 국회가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크게 제한하도록 법을 변경했다.

그동안 같은 금융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증권·보험·카드사는 따로 동의를 받지 않고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초 3개 신용카드회사의 고객정보 1억 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내부 경영관리에 필요한 경우에만 정보공유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인 없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동일인 주식 소유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다. 산업자본도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은행과 지주회사에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자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주인이 없다 보니 정부가 각종 규제와 감독수단을 통해 지주회사 경영에 간섭하고 인사에 개입하는 등 관치금융이 일상화됐다. KB금융이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이 임명될 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출신 배경이 다른 경영진 선출로 내부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직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영진이 금융과 리스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응하기보다는 자리보전과 단기 실적에 연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가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위해 지주회사에서 은행으로 되돌아가는 추세다. SC금융지주도 곧 한국씨티금융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지주회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은행이 직접 증권·보험사를 소유하는 것도 여러 제한이 있는 만큼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묶여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은행과 증권·보험사가 자신의 사업영역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체 금융산업의 앞날을 내다보고 영업전략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선진국 금융회사처럼 견고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려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선진국처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능력 있는 CEO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미국을 본 떠 도입됐지만 운영 방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은행과 증권업을 분리해오다 1999년부터 모든 업종의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 지주사의 설립을 허용했다. 일본도 1997년 은행과 증권, 보험 지주회사에 대한 설립·감독 규정을 두기 시작했다. 영국은 이보다 앞선 1986년 ‘금융 빅뱅’을 통해 각 금융회사 간의 경계를 허물고 초대형 ‘메가 뱅크’를 육성해왔다. 이들 금융지주회사들의 사업구조는 어느 한 부문에 쏠리지 않고 지역별, 업종별로 다원화돼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HSBC는 2013년 전체 영업이익(646억 달러) 가운데 비이자 수익 비중이 45%에 달한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형식에 그쳐


웰스파고도 비이자 수익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절반 이상이 넘는다. 국내 지주회사는 이런 수익 비중이 3% 안팎으로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주회사들이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 해외 진출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참 부족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선 내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지배구조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적절한 역할과 업무 분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금융지주사 자회사에는 일반적으로 이사회가 없다. 지주회사를 이끄는 회장의 권한도 막강하다. 지주회사 임원들이 자회사 CEO를 겸직하는 구조여서 회장이 자회사 CEO의 인사권을 갖는다. 회장과 행장을 각각의 추천위원회에서 뽑는 우리 사정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사회 구성 역시 차이를 보인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에는 주로 관료 출신과 금융회사 임원, 경영·경제학과 교수 등이 맡는다. 반면 해외 지주회사는 다양한 이력의 사외이사들이 포진한다. 미국 1위 은행인 웰스파고은행은 휴대전화나 철강, 사회적기업 등 타 업계 현직 CEO들이 사외이사를 맡는다.

이와 과련, 금융위원회는 2014년 11월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입법예고 했다. 12월 24일에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모범규준을 확정, 시행에 들어갔다. 적용 대상은 은행지주 등 551개 금융회사 가운데 자산 2조원 이상인 118개사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향후 금융회사는 CEO, 부사장 등 집행임원을 선임할 때 추천경로, 추천경력, 추천사유 등을 공시해야 한다. CEO 자격 제한 요건은 애초 입법예고안보다는 완화됐다. 원래는 CEO 자격 요건을 ‘금융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 정했지만, 이번 최종 모범규준에는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 경영에 노력 할 수 있는 자’로 변경됐다. 금융위 측은 “경력에는 전에 근무했던 회사, 혹은 보직에서 업무성과 등이 기록되기 때문에 고위 임원의 자질을 미리 판단할 수 있고 판단 결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선작업의 또 다른 필수과제는 승계 프로그램과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최소 10년 이상의 내부 경력을 갖춘 인물들을 중심으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관리하며 CEO 유고시 바로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장 KB금융만 해도 복수의 외부 컨설팅 회사를 통해 후보 리스트를 작성하며 내부 구성원들 보다는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선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갖는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도 뒤늦게 제도를 만들고 있다. 신한금융은 회장추천위원회가 주력 계열사의 CEO를 대상으로 회장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나금융도 경영발전보상위원회 등을 통해 매년 회장이 제안한 예비 CEO 후보군에 대한 평가와 승계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이 CEO 승계 프로그램은 갖췄으나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뿐이며 외풍에 취약하다.

모범규준과 함께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정부가 은행의 주인역할을 하는 국가들은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민간이 주도하는 국가의 금융산업은 상당히 선진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대기업 구분없이 10%로 높이고, 단계적으로 금융전문성을 확보한 금융그룹은 20%까지, 은행지주회사는 34%까지 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에서 동일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LIG손보 품에 안은 KB금융 - ‘경영진 교체·M&A’ KB사태 마무리

KB금융지주가 내분 사태를 뒤로 하고 손해보험업계 4위 LIG손해보험을 품에 안았다. 숙원 사업이던 손해보험업 진출을 지주사 출범 5년 만에 이룬 것이다. 이로써 KB금융은 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한편, 비은행 부문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게 돼, 오랜 기간 놓쳤던 금융업 맏형 자리도 되찾게 됐다. 무엇보다도 지주사-은행 간 갈등을 청산하고, 재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KB사태는 물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갈무리 했다는 선언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이번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사실 이미 낙점됐던 사안이다. KB금융은 2014년 6월에 LIG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어 8월 11일에는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신청을 넣은 상태였다. KB금융은 재무상태가 좋고, 인수 의지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마땅한 경쟁 상대도 없었다.

그러나 금융위는 임영록 전 회장·이건호 전 행장의 갈등을 감지하고 “경영이 불안한 회사에는 인수를 허가할 수 없다”고 불허 입장을 내비쳤다. 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경영 정상화가 이행되지 않으면 어떤 인허가도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등 떠밀리듯 불명예 퇴진하고, 11월 윤종규 회장 겸 행장을 비롯한 새 경영진이 들어서자 금융위는 12월 24일 편입 승인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겼다. 외환은행부터 우리은행·ING생명·우리투자증권까지 인수·합병 (M&A)에 번번이 실패한 KB금융으로서는 드디어 트라우마에서 탈출하는 순간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LIG손보 인수가 윤 회장 ‘원톱 체제’로 이후 첫 번째 대형 이벤트라는 점에서 KB금융 정상화의 첫 단추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전 경영진들의 갈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도 많이 사그라졌고, 지배구조개선과 건전경영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황영기-강정원, 어윤대-임영록 때처럼 ‘문제경영진 해임→이사회 정리→지배구조 개선 논의→새 경영진 취임→신사업 추진’의 수순을 자연스럽게 밟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골칫거리였던 이사회도 모두 퇴진한 상태다. 윤 회장은 LIG손보 인수가 확정된 뒤 곧바로 “자회사 편입 승인이 우리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금융위도 KB금융에 지배구조개선 계획을 3월까지 충실히 이행하라고 독려했을 뿐 특별한 이슈 없이 정례회의를 마쳤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과정 없이 또다시 사안을 덮고 넘어가는 금융당국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특히 금융당국이 8월만 해도 KB금융은 LIG손보를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못 박았는데, 경영진이 바뀌었다고 인수를 승인해주는 것은 자기모순과 더불어 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관경고를 당한 바 있는 KB금융에 인수 승인을 내준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자격이 없음에도, 사외이사 퇴진 문제를 연계해 허가를 내주는 것은 금융당국의 재량권을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맥락·배경이야 어찌 됐든 KB금융은 LIG손보를 인수함으로써 손보업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고객 수 2000만명, 전국 영업점 1000개인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B카드도 분사 이후 고객 수·매출고가 수직상승하며 단박에 업계 2위 자리를 꿰찬바 있다. LIG손보 자체로도 자산 규모 22조원에 한해 2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다. KB금융 관계자는 “보험 영업과 KB캐피탈과의 자동차보험 상품 공동 개발, 국민은행 지점망을 통한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2015년에는 3000억~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 김유경 기자

1268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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