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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Fin-Tech) 혁명 - 손끝에서 결제·송금·대출까지 

금융업 넘어 산업계 판도 흔들 수도 ... 국내외 기업 선점 각축전 

2015년 재계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핀테크(Fin-Tech)다. 핀테크는 IT기업과 금융을 융합한 결제시스템이다. 현금과 카드 없이도 모바일 기기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시장이 커지면서 핀테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부도 핀테크산업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불을 지폈다. 규제 장벽에 막혔던 인터넷전문은행과 크라우드 펀딩 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와 이동통신사, IT기업 등은 핀테크 개발에 한창이다. 관련 주가도 오름세다. 핀테크 시대로 달라지는 금융산업 변화도 조명해봤다.

직장인 이정희(35)씨는 아침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에 들어서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낸다. 스마트폰을 교통카드 단말기에 갖다 대니 지하철 요금이 결제된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산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카드로 결제한다.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에는 카카오톡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해 동료에게 점심값을 송금한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주문한다. 이동통신사 소액 결제서비스를 통해 결제한다. 이씨는 교통비부터 송금, 온라인 쇼핑까지 지갑을 꺼내지 않고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해결한다. 그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일 필요 없고 언제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해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결제방식이다. 현금과 신용카드가 없어도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별 문제가 없다. 이런 변화는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거세졌다. 은행과 카드회사는 전자지갑과 앱카드를 선보이고, 이동통신사는 소액 결제 서비스를 적극 보급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3조2000억원으로 2013년 말(1조1000억원) 대비 약 3배로 성장했다.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전자결제 분야인 핀테크(Fin-Tech)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예컨대 컴퓨터로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거나, 스마트폰에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모바일 신용카드를 다운받아 결제하는 방식이다.

미국·중국에선 투자중개업까지 가능


미국과 중국에서도 핀테크산업이 활발하다. 미국 핀테크 시장은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가 1998년 페이팔을 선보이면서 막이 올랐다. 페이팔 계정에 해외 결제가 되는 카드를 등록하고, 로그인하면 신용카드 번호나 계좌 번호를 알리지 않고도 결제 할 수 있다. 2013년 매출은 66억 달러(7조1227억원)로 세계 온라인 쇼핑금액의 18%가 페이팔을 통해 결제된다.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도 지난 2003년부터 PC와 모바일에서 쓸수 있는 금융·결제 서비스 ‘알리 페이’를 출시했다. 가입자 수는 8억명이 넘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알리페이’에 충전해둔 여윳돈을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도 지난해 9월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입력 등의 단계를 생략하고 지문 인식만으로 결제하는 ‘애플 페이’를 내놨다. 애플 페이는 미국 백화점과 수퍼마켓 등 가맹점 22만여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모바일 앱 다운이나 본인 인증을 통한 결제서비스 정도에 머물고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산업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핀테크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이 정보기술(IT)를 도구로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IT가 금융에 진입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극대화되도록 규제를 줄여 핀테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핀테크 산업에 2000억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핀테크를 강조한 이후 3000만명이 넘는 모바일 메신저 회원을 갖고 있는 다음카카오에 결제·송금이 가능한 결제서비스를 승인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등록된 회원들끼리 하루에 최대 50만원 충전, 한 번에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과 16개 은행이 동참했다.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는 뱅크월렛카카오가 처음이다. 이에 질세라 네이버도 12월 모바일 송금·결제서비스인 ‘라인페이’를 출시했다. 이미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든 이동통신사, 전자지급결제(PG)사도 제휴사를 늘리고 보안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출시될 ‘갤럭시 S6’에 미국의 모바일 결제솔루션 회사인 루프페이와 제휴를 맺어 ‘애플페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회사는 올해 핵심 전략을 핀테크로 정하고 관련 조직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량도 늘어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인터넷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투자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제도)까지 검토하고 있어 기업들은 핀테크 관련 준비에 분주하다. 30대 그룹을 제외한 기업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 뛰어난 기술로 중무장한 스타트업도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핀테크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상승세다. 대표적인 모바일 플랫폼 종목인 다음카카오의 경우 최근 한 달 간 주가가 12%가 상승했다. 결제대행업체(PG)관련 업체인 한국사이버결제·KG이니시스·LG유플러스 주가도 오름세다. 특히 한국사이버결제의 주가는 같은 기간 동안 20%나 올랐다. 이기송 KB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핀테크 시장은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 관련 기업들의 성장성이 뛰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크라우딩 펀딩 등이 도입되면 소비자들의 금융정보, 투자 등 금융라이프가 바뀔 것으로 내다 본다. 가령 지금은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려면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가지고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면 통장을 만들 때 공인인증서로 본인 확인만 하면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2001년에도 논의됐다. 당시 금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4%를 초과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와 금융실명제란 규제 장벽에 막혔다. 여전히 규제 해결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 될 경우 소비자들의 편의가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 영업점 운용 비용이 줄면서 예금금리는 오르고 대출금리와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대출을 받을 때도 관련 서류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e메일로 전송하면 된다.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과 기업들은 관심 있는 제품이나 사업 아이템에 투자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창업자들이 온라인으로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을 제시하고, 중개업체를 통해 사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로부터 사업자금을 모으는 식이다. 통상 자금 모집과 보상 방식에 따라 후원 기부형·대출형·투자형으로 나뉜다. 정부가 제도화로 추진하는 대상은 투자형이다.

금융회사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투자형의 경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만약 실패할 경우 투자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국내에서도 펀딩 중개사이트가 있지만 후원기부형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기송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규제 장벽에 막혀 시작을 못했던 것일 뿐 규제만 풀리면 선진국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핀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뜻밖에 덕을 보는 회사도 늘었다. 바로 스마트폰 케이스업체다. 오픈마켓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케이스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신분증과 현금도 넣어 다닐 수 있는 지갑형 케이스 판매량은 22% 증가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스마트폰 케이스는 지갑 기능을 대신한 생활 필수 아이템으로 바뀌고 있다”며 “지갑형 케이스는 지갑 대신 최소한의 카드를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손에 들고 다니던 지갑의 판매량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지갑 판매가 줄어든 면도 있지만 전자지갑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핀테크산업 육성으로 침체된 금융산업이 활기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마냥 즐겁진 않다. 기존에 있는 프로세스에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동시에 위기도 올 수 있다. 핀테크 시장에 뛰어드는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한발 앞선 결제서비스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미국 10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은 전체 상업은행의 3%를 넘어섰다. 일본의 인터넷전문은행은 2000년 이후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비대면 채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지점이 줄면서 인력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해결할 과제도 있다. 바로 편의성과 보안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느냐다. 여전히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를 위해 지난해 액티브 X(Active X)를 카드사와 PG사에서 폐지했다. 올해는 은행·증권사 등의 금융거래에서 없애기로 했다.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폐지도 추진된다. 보안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없앤 것이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개인 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가 날 때마다 보안대책을 강구하는데 보안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없애는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기업들에게 책임을 확실히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270호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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