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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서부 테마파크의 성공 비결은? - 천혜의 자연환경+킬러 콘텐트 

영화·애니메이션서 아이디어 얻어 ... 연령·취향 고려한 여행코스 돋보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야경.
한국과 달리 테마파크 사업으로 일찌감치 성공을 거둔 곳이 있다. 세계 테마파크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다. 식스 플래그즈 매직 마운틴,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레고랜드, 씨월드, 샌디에이고 동물원 등의 테마파크가 운집해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곳이다. 약 2조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돋보이는 것은 역시 관광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캘리포니아 주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관광업이 발전하게 된 데는 천해의 자연환경의 덕이 크다. 따뜻한 기후에 아름다운 바다가 주의 서쪽에 길게 펼쳐져 있다. 넓은 산림과 사막이 어우러진 국립공원도 많다. 이런 관광자원에 훌륭한 조미료 역할을 하는 것이 테마파크다.

지역경제 떠받치는 관광산업의 핵심


▎1. 레고랜드 정문. 2. 양띠해를 맞아 레고로 양 조형물을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테마파크 4곳(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레고랜드, 씨월드)을 둘러봤다. 테마파크는 그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정도로만 생각했다. 직접 경험해보니 왜 수많은 사람이 왜 이곳에 열광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테마파크와는 다른 3가지 포인트가 눈에 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콘텐트’다. 미국 서부의 테마파크는 모두 관객을 유인할 수 있는 킬러 콘텐트가 있다. 각각의 콘텐트는 원래 특정 테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공간을 전혀 새로운 곳으로 만든다. 할리우드 영화를 소재로 하는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최고 인기 스타는 애니메이션 <수퍼배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미니언’이다. 노란 몸통에 커다란 눈이 달린 캐릭터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력을 뽐낸다. 이 애니메이션을 3차원(D)으로 체험할 수 있는 놀이기구에는 긴 줄이 늘어 섰다. 미니언 이전에는 로봇 영화 <트랜스포머>를 주제로 한 기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놀이 기구를 통해 만나는 반가움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과거에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와봤거나, 일본이나 홍콩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콘텐트를 소비하기 위해서 다시 방문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방문객들의 이런 콘텐트 소비성향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일례로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 <해리포터>를 소재로 한 놀이기구는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만 있다.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몇몇 작품은 성공을 거둔다. 결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얼마든지 새로운 콘텐트를 활용한 놀이를 개발할 수 있다. 영화나 만화가 히트를 하면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그것을 즐기고 싶어하는 팬이 생긴다. 수년에 한번씩 놀이기구 1~2개를 늘리거나 바꿔 운영하는 국내 테마파크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영원한 벗 ‘미키마우스’가 커다란 축으로 자리잡았다. 2006년에 개봉한 자동차 애니메이션 <카>의 인기도 만만찮다. 최근에는 <겨울왕국>의 캐릭터까지 가세했다.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어린이들은 주인공 엘사의 드레스를 입고, 똑같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한 다음 동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해 새로운 경험을 한다. 물속 동물을 테마로 한 샌디에이고 씨월드에는 ‘샤뮤쇼’라는 범고래의 쇼가 유명하다. 하루 3번 펼쳐지는 이 쇼의 좋은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공연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린다. 교육용 블록 레고를 테마로 한 레고랜드는 영화·만화와의 활발한 협업을 펼친다. <스타워즈> <심슨> <스파이더맨> 등을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킬러 콘텐트는 훌륭한 상품이 되기도 한다. 미국 테마파크 안에는 많은 가게가 있다. 상점마다 꽤 많은 수의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 제품을 구경한다. 흥미로운 것은 상품을 살펴보는 사람의 상당수가 성인이라는 점이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이를 달래는 부모의 모습이 익숙한 국내 놀이공원과는 대조된다. 그만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이 많다. 인기 캐릭터와 적절하게 결합해 상품의 가치를 높인다. 심슨 캐릭터가 프린팅된 골프공, 미니언과 똑같은 모양의 실내화, 미키마우스를 담은 휴대폰 케이스 등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많다. 실제 생활에 사용할 수 있고 선물하기 좋은 상품을 개발해 어른들의 마음(지갑)을 열었다.

레고랜드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기억에 남는다. 레고 판매대에서 6살 난 아들에게 “50달러 이하의 마음에 드는 레고를 골라”라고 하고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다. 아이는 100달러가 넘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작은 레고를 골랐다. “아이가 참을성이 좋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아버지가 답한다. “참을 줄도 알아야죠. 지금 나도 갖고 싶은 레고가 있는 것을 꾹 참고 있는 걸요.”

미국 서부 테마파크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시너지 효과’다.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청소년과 40대 이하 성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수퍼배드> <심슨> <트랜스포머> 등의 영화(애니메이션) 내용을 초등학교 이하의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렵다. 자연스럽게 청·장년들이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근처에 영화의 거리라 불리는 ‘할리우드’가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북쪽으로 40km만 더 가면 롤러코스터로 유명한 ‘식스 플래그즈 매직 마운틴’이 있다. 역시 청·장년 층이 즐기기에 좋은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가득한 곳이다.

실용성·아이디어 돋보이는 상품 인기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어린 아이를 둔 가족 관광객에 특화된 시설이 많다. LA 중심지에서 40분 정도 내려가면 애너하임 디즈니랜드가 나온다. 그 곳에서 1시간 정도 더 내려가면 칼즈배드 레고랜드가 나오고, 레고랜드와 20~30분 거리에 샌디에이고 씨월드와 동물원이 있다. 레고랜드의 경우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볼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주변에 씨월드와 동물원이 있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둘러볼 만한 가치가 생긴다. 샌디에이고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휴양을 즐길 만한 해양 리조트가 모여있다. 여행의 목적과 관광객의 나이, 성향을 고려한 여러 시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를 희망하는 국내 지자체도 이런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테마파크를 구심점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테마파크 유치보다 후속대책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 테마파크 유치를 추진했던 지자체의 후속 계획은 놀랍도록 똑같다. ‘테마파크 근처에 호텔(리조트)·카지노·쇼핑몰을 지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를 데리고 테마파크를 찾은 후, 아버지는 카지노를 가고 어머니는 쇼핑을 하러 가는 모습은 분명히 낯설다.

1271호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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