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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 세종대왕처럼 경영하라 

세종은 리더십 표상이자 경영 고수 ... 용병술·의사결정·조직관리 능력 키워야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사진:중앙포토
대기업 3세 경영자들의 경영능력 점수가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 나왔다. KBS가 전문가 50인에게 의뢰해 11개 대기업에서 최고경영자 자리를 승계한 30~40대 경영자들을 평가했다. 그 결과 5개 영역 중 조직장악력 부문에서 평균 47점, 전문성 부문이 38점으로 나왔다.

이 결과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경제의 핵인 주요 기업을 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CEO들에게 맡기느냐는 것이다. 경영의 고수에게 맡겨야 기업도 살고 국가경제도 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사가 경영자들의 경영능력을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이 조사에는 승계 정당성, 회사 발전 전망, 노사관이 포함되어 있다. 승계 정당성이나 노사관은 리더로서의 자격과 관련된 중요한 요인이긴 하다. 특히 승계 정당성은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로 간주해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우리의 가업전승 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 요인들은 직접적인 경영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대기업을 이끌 훌륭한 경영자는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나와 있다. 그리고 역사상 성공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많이 있다. 이론과 사례가 너무 많아 오히려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뛰어난 리더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리더십을 배우는 매우 쉽고 유용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세종대왕처럼 경영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인 세종대왕은 훌륭한 리더의 표상이다.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아마도 국가나 기업의 리더들이 세종대왕처럼 경영한다면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한 통치를 했고 인재들을 적절히 기용했다. 또한 공부를 많이 하며 토론을 하고 의사결정을 신중히 했다. 세종의 통치를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고객중심, 인재경영, 지식경영이다.

차고 넘치는 리더십 이론


세종대왕의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을 위한 애민정치다. 권력자로 군림하며 개인적인 향락을 즐기기보다 백성을 위한 통치를 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한글을 창제하고 자격루와 측우기 등을 발명하는 과학기술 연구를 하게 됐다. 기업가들도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경영보다는 고객과 국민을 위한 경영을 지향한다면 존경받는 리더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리더들이 그렇듯이 세종대왕은 인재를 알아보고 잘 활용했다. 집현전에 브레인 집단인 학사들을 두어 연구를 시키고 함께 토론하며 연구하기도 했다. 재능 있는 인재들은 함부로 퇴출시키지 않았다. 이런 전문가 그룹과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하였기에 세종대왕은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한 내용은 더 많이 있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인재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하여 귀한 과일을 갖다 주기도 하고, 밤중에 옷을 벗어 덮어주기도 했다. 리더로서의 세종대왕의 행동을 모델링한다면 뛰어난 리더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노하우는 바둑에서도 배울 수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 즉 대국자는 CEO나 군대의 총사령관에 비유된다. 기업이나 국가의 리더처럼 대국자는 뛰어난 리더십 즉, 반면 운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능력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고수들은 반면운영을 잘하기 때문에 멋진 내용의 바둑을 두고 승리를 얻어낸다. 바둑고수들이 발휘하는 리더십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용병술이다. 고수들은 누구나 용병술이 뛰어나다. 부하직원에 해당하는 바둑돌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최대한 성과를 올린다. 바둑돌은 기본적으로 평등하므로 바둑에서는 어디에 투입하느냐가 용병술의 관건이 된다.

[1도] 이런 모양에서 흑1에 둔다면 이 돌을 집을 짓는 건설공사나 진을 수비하는 역할에 투입한 것이 된다. 그러나 [2도] 의흑1에 둔다면 상대방의 영역을 견제하는 역할이 된다. 경영에서는 이처럼 상황을 고려해 부하직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재의 소질이나 강점을 알아서 기용하기보다 적절한 곳에 투입해 그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리 인재의 능력을 알 수 있는 기업조직에서는 인재들의 능력을 파악해 적절히 투입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바둑에서처럼 부하직원들이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잘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반상 리더와 경영 고수의 공통점

리더의 둘째 요건은 의사결정 능력이다. 고수들은 미래의 사태를 멀리 내다보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 기업에서도 중요한 정책이나 전략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리더의 의사결정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바둑에서는 리더 혼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리더는 의사결정을 위한 풍부한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 프로기사들은 10년 이상 수련을 한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 리더가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많은 문제를 스태프와 상의할 수 있고 또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기업의 경영자는 바둑을 두는 대국자보다 의사결정 능력에서의 부담이 덜하다. 기업의 리더는 풍부한 지식과 전문적 능력을 조달받을 수 있는 반면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언을 참고하는 태도와 그것을 종합해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으면 된다. 그러나 그것을 듣고 나서 판단하는 것은 CEO의 몫이다.

셋째, 반상 리더들은 조직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조직이 능률적으로 작동하며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다. 바둑 고수들은 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또한 대마의 위기관리를 잘한다. 기업에서도 조직이 능률을 올리도록 하면서 한편으로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조직관리를 잘해야 성장을 하고 수익을 많이 올릴 것이다. 또한 위기가 올 때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바둑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세 가지인 용병술, 의사결정, 조직관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능력은 기업이나 국가 지도자들에게도 절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이나 다양한 기관에도 필요한 능력이다. 세 가지 능력을 키워 우수한 리더십을 보유하도록 하자.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 로신왕전에서 우 승했다. 한 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278호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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