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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사업별 경쟁력은 - 옴니채널 구축해 유통업 경쟁력 강화 노려 

‘노른자위’ 면세사업은 독주 체제 … 제과·음료 부분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 유통업계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에서는 호텔롯데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롯데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롯데그룹이 구상하는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사업 부문별 투자 규모를 보면 롯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롯데가 발표한 사업 부문별 투자 규모는 유통(3조4000억원)이 가장 많고, 이어 중화학·건설(1조5000억원), 관광·서비스(1조1000억원), 식품(1조원), 기타(5000억원) 순이다.

‘유통 공룡’ 롯데그룹은 명성에 걸맞게 올해 유통사업 부문에만 총 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렛과 롯데마트의 신규점 개장은 물론 다양한 유통 채널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부문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분야는 ‘옴니채널’이다.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모바일·오프라인 매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쇼핑 체계다. ‘모든 방식’이라는 뜻의 옴니(omni)와 유통 경로(channel)의 합성어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옴니채널이 성공한다면 롯데는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있다.

물량공세 나서는 롯데하이마트


옴니채널의 시험대에 처음으로 오른 계열사는 롯데하이마트다. 2012년 7월 롯데가 인수한 하이마트는 기대와 달리 지난해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3년 179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444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인수 후 오히려 전보다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올해로 인수 3년차에 접어든 롯데하이마트는 체질 개선과 내부 효율화 작업 등에 박차를 가하며 본격 성장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 등을 두루 거친 ‘롯데맨’ 이동우 대표가 3월 20일 롯데하이마트 대표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옴니채널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서 찾아가는 방식의 ‘스마트 픽업’ 서비스를 하는 등 새로운 유통구조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롯데면세점 등 탄탄한 오프라인 매장을 갖춘 그룹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하이마트 매장은 숍인숍 100여개 매장을 포함해 전국 440여개에 달하는데, 기존 롯데마트 내 숍인숍 매장에서 나아가 백화점과 면세점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하이마트는 국내 가전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의 상품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더 보강해 국내 1위 가전유통 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제2롯데월드에 문을 연 하이마트 월드타워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전문 매장임을 내세우고 있다. 규모는 물론 상품 구성 면에서도 롯데의 물량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유통을 넘어서 소비재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옴니채널을 구축하면 롯데쇼핑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롯데쇼핑은 올해 매출액 30조2652억원, 영업이익 1조36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백화점의 경우 경쟁력 있는 점포는 규모를 확장하고, 그외 일부 점포는 아울렛으로 전환하는 선‘ 택과 집중’ 전략으로 이익 기여도를 높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불경기에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국내 백화점과 홈쇼핑은 올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롯데쇼핑은 아울렛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전년 동기 대비 9.2%의 실적 증가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인 해외 사업의 경우 올해는 기존 해외 점포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혀 내실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에서는 호텔롯데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의 과반(지난해 기준 52%)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은 최근 제주 시내 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에는 각각 호텔신라와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시내 면세점이 1곳씩 있었지만 이 중 서귀포에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의 특허가 3월에 만료됐다. 새로운 제주도 시내 면세점 특허 절차에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호텔신라와 부영그룹의 세 곳이 뛰어들었지만 최종적으로 롯데가 다시 영업권을 따냈다.

이번에 롯데면세점이 특허를 획득한 제주시 면세점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요우커 덕에 성장 잠재력이 큰 곳으로 꼽힌다. 롯데면세점은 관세청의 허가를 받아 기존 사업장인 중문관광단지에서 제주시에 위치한 롯데시티제주 영업장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영업장 면적도 기존보다 2.4배 확장하고, 입점 브랜드 역시 150개에서 320여개로 늘린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인천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대기업에 할당된 전체 8구역 중 화장품과 향수, 주류·담배, 피혁·패션 등 4개 구역을 낙찰받은 바 있다. 이 구역 부지 임대료로 롯데는 올 하반기부터 오는 2020년까지 5년 간 3조6173억원을 내야 한다. 연간 7200억원이 넘는 돈을 부담하면서까지 롯데는 면세점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최근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의 유통 채널이 해를 거듭할수록 하향 곡선을 그리는 데 반해 면세점만은 해외 여행객과 중국인 관광객들의 증가로 최근 몇 년 간 호황을 누렸다.

중국 시장 공략이 관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롯데그룹 내에서 주력 계열사다. 특히 제과업체 1위인 롯데제과는 오늘날 롯데그룹을 만든 모태 기업이다. 그런 롯데제과가 요즘 부쩍 힘이 빠진 모습이다. 최근 몇 년 간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2012년 897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3년 55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16억6000여만원에 그쳤다. 이 같은 성적은 제과시장의 성장 둔화와 주력 제품인 껌 수요 부진 등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해외 법인 롯데유럽홀딩스가 악재였다. 롯데유럽홀딩스는 백화점과 호텔·제과업 등 러시아법인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격이다. 이 회사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 각 계열사가 투자해 2008년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영업 손실액이 커졌다.

결국 롯데유럽홀딩스의 2대 주주인 롯데제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는 환율 때문에 롯데제과의 지분평가 손실이 60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룹 차원에서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롯데제과의 재무구조도 괜찮은 편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까지 50% 미만이다. 제과업계 2위인 오리온제과의 부채 비율은 70%대다.

롯데제과는 2018년 아시아 1위 제과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미 아시아·유럽지역 8개 국가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해외 자회사 라하트(카자흐스탄 법인)와 콜손(파키스탄 법인)의 현지인 법인장 2명을 롯데제과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창립 이래 처음인 이번 임원 발탁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를 보여준다. 문제는 중국 시장이다. 오리온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진출했지만 오리온에 비해 롯데제과는 실적이 부진하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오리온제과는 2012년 이후 매출 1조원을 넘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품 인지도를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흑자로 돌아서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있다.

애착은 큰데 … 부진한 금융계열사

롯데칠성음료는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대로 추락하며 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맥주 사업 진출로 마케팅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09년 두산주류를 인수해 주류사업에 진출한 이후 영업이익률을 6~8%대로 끌어올렸지만 또다시 주저앉게 됐다. 이익기여도가 높은 탄산음료 등 음료사업 부문의 부진도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 했다. 롯데칠성음료에서 음료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70%을 차지한다. 음료사업 부문은 지난해 소비 위축과 경쟁 심화로 매출이 줄었다. 지난해 주류를 제외한 음료매출은 1조50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0.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올 1월 칠성사이다·펩시콜라 등 7개 제품군의 가격을 평균 6.4% 올렸다. 또한 주류 사업 확대를 위해 충북 청주에 총 900억여원을 투자해 소주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생산 목표는 올해 말이다. 아울러 맥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올 상반기까지 연간 10만㎘의 맥주 생산이 가능하도록 증설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총 7000억여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제2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시장의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송치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날이 더워지는 2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10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6년에는 16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빈 회장의 애착이 큰 금융 계열사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는 업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LIG손해보험 인수전 실패로 몸집 키우기에도 실패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7억3800만원으로 전년(49억1200만원)보다 3.6% 줄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90%에 육박한다. 손보사들의 평균 손해율이 77%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KB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손보사들의 자동차 손해율은 계속 오르지만 줄여나갈 방안은 보험료 인상 밖에 없다”며 “규모가 작은 손보사의 경우에는 지금 구조로 수익성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롯데손보는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7월 싱가포르 상장 리츠인 캐피탈몰 트러스트에 400억원을 투자해 2499만5782주(0.72%)를 취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캡스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부동산 투자신탁펀드에도 3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본업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며 “금융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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