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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 “오프라인 기반한 온라인 서비스 사업 유망” 

‘패스트파이브’로 소호사무실 임대 시장 진출 ... 회원 커뮤니티 형성에 중점 


▎사진:전민규 기자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특하다. 사업 내용은 ‘컴퍼니 빌더’, 구조는 ‘스타트업 지주회사’다. 국내에서는 낯선 모델이다. 컴퍼니 빌더는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처럼 1년에 몇 번 창업 팀을 모집하고 교육을 거쳐 졸업하는 과정을 밟지 않는다. 대신 비정기적으로 아이템과 팀을 골라 회사를 세우고 육성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CEO를 선발해 공동창업(파트너사) 형태로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설립한 회사는 자회사(파트너사)로 두고 운영한다. 일반 앤젤투자나 벤처캐피탈이 단순히 투자와 자금 회수에 집중하는 것과도 다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박지웅 대표와 함께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 등 IT업계 유명 창업자들이 공동 창업했다. 미국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허민 대표의 원더 홀딩스, 스톤브릿지캐피탈, KTB 네트워크 등 국내외 유수의 투자회사가 투자를 했다. 현재 패스트캠퍼스·푸드플라이·헬로네이처·스트라입스 등 4개의 파트너사를 운영 중이다. 모두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스타트업 지주회사 지향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올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자와 스타트업 벤처를 대상으로 한 소호사무실 ‘패스트파이브’다. 소호사무실은 공유형 사무공간이다. 창업자 여럿이 1~10인의 소규모 인원이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사무실과 회의실·휴게실 등 공용 시설을 구성해 보증금 없이 월 단위로 사무실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박지웅 대표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소호사무실에 대한 검색량과 사업자 광고 수를 분석한 결과 수요와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호사무실의 수요는 증가 추세다. 정부의 창업 활성화 정책으로 창업을 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창업자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무공간 마련이다. IT업계가 모여 있는 테헤란로 등 강남의 일반 빌딩 사무실 임대료는 소규모 창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초기에 목돈이 들어간다.

소호사무실은 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만 부담하면 된다. 책상·의자·사무기기 등을 구입할 필요도 없다. 또 문서수발과 우편업무 등과 같은 간단한 사무보조를 도와주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계약 기간이 짧고 보증금이 없어 좀 더 유연하게 들고 날 수 있다는 것도 초기 창업자에겐 장점이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좌석당 임대료는 월 50~60만원 선. 계약기간은 1~3개월로, 연장은 자유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의 외부 업무가 많거나 스타트업의 방식과 문화를 적용하려는 기업들도 ‘팝업 오피스’, ‘세컨드 오피스’ 용도로 소호사무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기관·재단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사무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지정좌석 개념이 아닌 데다 공익적 성격이 강해 제공되는 서비스에 제약이 있다”며 “민간 사업자는 벤처 업계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24시간 운영, 맥주·커피·간식 제공 등 차별화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호사무실은 미국 등지에서 이미 시장성이 입증됐다. 패스트파이브가 벤치마킹한 미국의 ‘위워크(WeWork)’가 대표적이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소호사무실 임대사업으로 기존 부동산 업계의 판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억5000만 달러(약 166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4억 달러 이상을 목표치로 잡고 있다.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50억 달러(지난해 12월 기준)다. 3년 만에 몸값이 50배 커진 셈이다. 위워크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무실 임대 사업자로 자리를 잡았다.

창업자에 유리한 소호사무실

위워크의 소호사무실에는 다양한 업종의 창업가들이 들어와 있다. 이곳에서 자신이 하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위워크는 정기적으로 워크숍과 파티를 열어 회원들끼리 친목을 다지고,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외부 전문가와 투자가들과의 만남도 주선한다. 사무실 인테리어 역시 파티션 위주의 기존 사무실과는 달리 네트워킹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인테리어 비용도 아꼈다. 위워크의 영업 이익률은 30%에 달한다. 미국 사무실 임대업의 강자인 리저스 비즈니스보다 5~6배 가량 높다.

위워크의 성공 모델을 표방한 패스트파이브도 회원 간의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유망창업자, 전문직, 프리랜서, 투자자 등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패스트파이브는 수시로 세미나·토론회·파티를 열어 이들의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회원 간의 네트워킹을 전담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도 상주한다. 박 대표는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있다고 알아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건 아니다”라며 “커뮤니티 매니저가 회원들의 화학적 교류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를 맡기 전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일했다. 티켓몬스터의 3000억 원 규모 투자유치 등 굵직한 투자와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처리했다. 그는 한 해에도 수많은 예비창업자를 만난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거래에 기반한 사업을 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영화·게임이나 트래픽 기반의 광고 사업처럼 흥행을 맞춰야 하는 사업은 지양한다. 우버·에어비앤비 같이 기존 생활에 기반한 사업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기는 게 그가 추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파트너사는 신선 식품의 온라인 유통(헬로네이처), 음식 배달 서비스(푸드플라이), 온라인 맞춤 남성복 업체(스트라입스) 등 오프라인 거래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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