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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테크노믹스 포럼’ 지상중계 - 핀테크 혁명이 세상을 바꾼다 

핀테크 관련 민·관·학 전문가 모여 정책 방향, 발전 가능성, 과제 논의 


▎본지가 주최한 제1회 테크노믹스 포럼이 3월 25일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 사진:전민규 기자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만한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제1회 테크노믹스 포럼’이 국내 주요 기업의 임직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월 25일 서울 명동 전국은 행연합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본지가 주최한 테크노믹스(테크놀러지+이코노믹스) 포럼은 최첨단 기술의 흐름과 영향을 짚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술이 혁신을 낳고, 혁신이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우리 경제와 산업을 바꿀 만한 기술과 파급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갖는 자리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방향 틀어


이번 포럼에서는 ‘핀테크’를 주제로 잡았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IT기업과 금융을 융합한 결제시스템을 일컫는 말로, 올해 경제·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개념이다. 모바일 전자결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분야인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핀테크 서비스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핀테크산업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불을 지폈다.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와 이동 통신사, IT기업 등은 핀테크 개발에 한창이다. 관련 주가도 오름세다. 포럼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핀테크 혁명이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로 핀테크 정책 방향과 미래, 산업화를 위한 과제세 분야로 나눠 전문가 발표를 진행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핀테크 관련 민·관·학 전문가가 모여 현황과 가능성,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손병두 국장은 ‘핀테크 시대의 금융정책’ 발표를 통해 우리가 왜 지금 핀테크에 주목해야 하는지, 정부가 추진 중인 관련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핀테크가) 편리하고, 새롭고, 낮은 가격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이런 수요를 기반으로 핀테크가 국내 금융산업에 새로운 혁신동력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열광적인 팬, 훌륭한 선수, 구단의 전폭적 지원이 어우러져 성공한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빗대 “국내 핀테크 산업은 IT 적응력이 높은 소비자와 경쟁력 갖춘 IT 기업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 될 경우 높은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국장은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금융 규제의 틀 자체를 과감히 바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와 IT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 중심으로 개편한다. 기본 원칙만 지키면 자유롭게 신기술을 채택하고,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손 국장은 “공인인증서처럼 특정 기술이나 방식을 정부가 의무화하던 규제를 일괄 정비해 정부의 기술중립성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활성화의 핵심 사안이 될 금산분리 규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끝으로 손 국장은 “핀테크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정부의 규제 완화와 더불어 핀테크 사업자의 아이디어·기술, 금융사의 포용성과 활용능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정유신 교수는 ‘핀테크 시대의 성장과 미래’를 주제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핀테크가 개인에게 주는 편익을 비용 절감, 편의성, 정보 활용, 비용 절감 이상의 이익 창출이란 네 가지로 분류하면서 “앞으로는 단순히 싸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가 아니라 축적한 정보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주는 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하면 기업과 자금 조달자 사이에 P2P(인터넷을 통한 직접 연결) 모델이 구현된다”며 “특히 창업 초·중기 기업에 자본이 흐를 수 있는 투자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보다 ‘테크’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핀테크 시대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현재 은행은 비대면 영업을 전담하는 인터넷 은행 설립,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확대와 거래 증가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교수는 여기에 더불어 “자산운용·관리 서비스와 퇴직연금에서 핀테크를 활용하는 모델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자동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웰스프론트를 예로 들었다. 웰스프론트는 온라인을 통해 정보와 자문을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고객의 성향에 맞게 투자 상품을 추천하고 매매 타이밍도 결정해준다. 운용 수수료는 연 0.25%로 일반 증권사나 투자자문사보다 싸다. 설립 2년 반 만에 운용자산은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다”며 “다만, 빅데이터를 활용할 만한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밖에 전자상거래·유통·IT·부동산 등 비금융 산업의 생태계도 핀테크로 인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현재 핀테크에 대한 정부·금융사의 인식이 갖고 있는 맹점을 지적하고, 앞으로의 발전 과제를 제안했다. 그는 먼저 “핀테크에 대한 정부와 금융사의 인식이 지나치게 ‘금융의 IT 진출’에 맞춰진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의 핀테크 시장은 실제로 IT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카카오톡 등 IT하드웨어·플랫폼를 통해 핀테크가 활성화했다.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모바일 기기와 플랫폼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국내에선 ‘테크’가 아닌 ‘금융(fin)’ 시선으로만 핀테크를 보고 있어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이중 규제도 성장의 걸림돌이다. 현재 금융위에서 주도적으로 핀테크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에 부딪치는 일이 많다. 핀테크 역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로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핀테크는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인데, 규제의 경계는 그대로 있어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로 인해 국내 핀테크 업체는 특허 준비가 미흡한 상태”라며 “글로벌 IT 업체가 핀테크 특허의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성숙하거나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이들로부터 특허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법적, 구조적 특허 분쟁의 대응 전략을 세워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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