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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FORD MUSTANG - 부활한 포드, 상품 개선 성공했지만 ‘싸고 품질 좋은 차’ 창업정신 잃어 

6세대 머스탱 ... 품질과 연비는 여전히 개선중 

신홍재 모빌리스타 에디터
포드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하루아침에 좋은 차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새로운 머스탱이나 몬데오 모두 상품성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포드의 창업정신을 제대로 재해석해야 한다. “누구나 탈 수 있는 저렴한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뒀으면 한다.

요즘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미래 전략에 대해 분주한 회사는 포드다. 포드는 2013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비 독일 브랜드 가운데 한국에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새로운 라인업과 파워 트레인을 앞다퉈 들여온다. 올해 디젤 세단과 SUV까지 출시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의 대세인 디젤 파워 트레인에 편승하기 위해서다.

포드 브랜드는 크게 미국과 유럽으로 나뉜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너무나도 다른 두 시장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포드 모델은 대부분 미국 포드 상품이였다. 그게 한국에서 포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포드에 비해 유럽 포드는 품질과 핸들링이 가격대비 좋은 차라는 좋은 평판을 받는다. 영국에서는 판매 1,2위를 다툴 정도로 호조다. 미국 포드는 창업자의 정신이 변질되면서 2000년대 큰 위기를 맞았다. 창업 정신은 바로 “싸고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 최대한 많이 팔자”는 ‘포디즘’이다. 1990년대 신차 캐피탈 같은 금융 투자로 큰 돈을 벌면서 변질됐다. “싸고 좋지 않은 차”를 만든 것이다.


▎실내 디자인은 개선되었지만, 품질과 재질 및 마감은 좀더 신경써야 한다.
국산차보다 못한 조악한 인테리어

그 결과 2008년 부도가 날 뻔한 위기로 이어진다. 홈구장인 미국에서조차 품질에서 문제가 없는 한국차와 일본차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포드는 이런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2006년 새로운 전문경영인, 앨런 머랠리를 회장으로 영입한다. 보잉사 부사장 출신인 멀랠리는 부임과 동시에 “30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비행기를 만들었는데 자동차는 3만개 부품이라 품질 향상은 손쉬운 일”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머랠리가 한 일은 단순했다. 공룡 같은 회사에서는 단순한 일이 가장 어렵겠지만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상품성 개선이라는 자동차 회사의 근본에 주력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서로 다른 차를 개발해 판다는 건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이런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 통합을 시작했다. 머랠리가 처음 포드에 왔을 때 플랫폼이 무려 100개에 가까웠다. 도요타, 현대ㆍ기아차가 10개 미만이라는 것만 보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플랫폼 단순화로 포드는 재무적으로도 탄탄해졌다. 상품성도 크게 개선됐고 덩달아 소비자 인식도 좋아졌다.

개선되지 않은 것은 포드를 포함한 미국 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다. 미국 차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물렁한 승차감, 커다란 차체, (좋아졌지만 독일 차에 비하면) 형편 없는 핸들링, (다운사이징을 했지만) ‘기름 먹는 하마’라는 인식은 여전한 게 사실이다. 포드는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중ㆍ소형차는 유럽 플랫폼, 대형 및 트럭은 미국 플랫폼이라는 양면 전략을 펼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고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또 동일 플랫폼으로 링컨 브랜드까지 확장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좋아졌다. 아울러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마무리 품질도 수준급으로 올라왔다.


스포츠 드라이빙과 거리 먼 에코부스트 엔진

올해 2월 한국에 출시된 포드 6세대 머스탱을 살펴보자. 이 차는 1960년대 이후 50년 만에 유럽 수출을 재개한 포드의 야심작이다. 50년 전 독일에 수출할 때는 미군부대 군인이 주고객이었다. 형편없는 성능으로 유럽인들에게 조롱거리였던 미국 스포츠카의 유럽 재진출은 의미가 매우 크다. 1960년대 나온 1세대 머스탱은 포드 팰콘 세단 위에 스포츠카의 껍데기를 씌워 저렴하게 판매했던 차다. 타이밍이 좋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핸들링은 형편없었다. 즉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6세대는 얼마나 좋아졌기에 유럽에 다시 내놓는다는 것일까.

우선 디자인을 살펴보자. 유럽 소비자를 의식한 듯, 기존의 미국 차의 아이덴티티를 많이 벗어 던졌다. 전면부 머스탱의 포니 로고를 제외하면 퓨전의 2도어 쿠페 버전으로 착각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대신 머스탱의 전통은 그대로 살렸다. 상어 이 모양의 그릴, 두툼한 보닛(파워 돔 후드), 3분할 테일램프가 그것이다. 핸들링 개선을 위해 후륜 서스펜션은 이제서야 독립형으로 변경했다. 차체는 38mm 더 낮고 40mm더 넓어져 실내공간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엔진은 두 가지다. 다운사이징한 직분사 터보 가솔린 2.3L 에코부스트와 5.0L이다. 안타깝지만 두 엔진 모두 최신 경쟁자들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벽이 크다. 우선 2.3 에코부스트는 토크 밴드가 두텁지 않다. 스포츠 드라이빙과는 거리가 멀다. 4000∼5000RPM에서 토크가 현저히 떨어진다.오히려 낮은 RPM에 적합해 머스탱의 컨셉트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미국 스포츠카의 유전자는 살아 있다. 스피드는 꽤 나온다.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6초도 걸리지 않는다. 4기통이라 앞 부분이 가벼워 코너링을 할 때 민첩하고 밸런스도 나름 훌륭하다. 제동력도 걱정을 덜 정도로 좋다.

반면 5.0 GT는 또 다르다. 기존 ‘Boss 302’엔진을 손봐 중속 토크와 사운드가 훌륭하지만 기름 먹는 하마 그 자체다. 독일 차 가격의 60% 라는 수치에 혹해서 덤볐다가는 유류비 때문에 깜짝 놀랄 것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지는 “동급 유럽 차와 비교하면 격차가 너무나도 크다”며 악평을 서슴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직선은 역시 빠르다. 시속 100km까지 가속력은 5초 미만이다. 핸들링은 2.3 에코부스트에 못 미친다. 큰 엔진을 달아 앞부분이 무거워져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스펜션에 좀 더 공을 들였어야 하는데 아직 거리감이 있다. 코너링을 할 때 롤링도 크고, 가속을 할 때 앞뒤로 차가 뒤뚱거리는 피칭도 심한 편이다.

구시대 유물, 느림보 6단 자동변속기

그렇다면 변속기는 어떤가. 두 엔진 모두 6단 자동 변속기를 채택했다. 이런 변속기를 아직도 쓰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매번 포드를 탈 때마다 느끼는 점은 “정말 훌륭한 플랫폼인데, 왜 차를 만들다 말았을까” 하는 점이다. 수 많은 경쟁차들과 비교해보면 절대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게 포드의 한계다(좋게 보면 소비자가 튜닝으로 완성시켜나가는 재미도 있다).

실내 디자인은 어떨까. 여태껏 나온 머스탱 가운데 가장 좋은 인테리어라고 하지만, 너무 조잡스럽고 소재는 저렴해 보인다. 독일 차와 격차는커녕 국산차와 비교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유럽 언론들은 아예 비교 클래스가 다르다는 표현을 쏟아낸다.

문제가 인테리어 하나뿐일까. 진정한 스포츠카라면 떨어지는 인테리어는 참아 줄 수 있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겨룰 고갯길에서 경쟁 차를 만난다면 머스탱의 느림보 자동 6단 변속기가 원망스럽다. 변속이 한번 이뤄질 때마다 경쟁 차는 그림자도 없이 사라질 것이 뻔하다.

포드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하루아침에 좋은 차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새로운 머스탱이나 몬데오 모두 상품성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포드의 창업정신을 제대로 재해석해야 한다. “누구나 탈 수 있는 저렴한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뒀으면 한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검색 한번에 각종 정보가 넘쳐난다. 경쟁차들의 흉내만 내는 차는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은 당연하다. 수입차 시장이 호조인 것은 국산 중형차를 타던 고객이 비교적 저렴한 수입차로 많이 넘어오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권장 소비자가격과 할인 폭만 따지지 말고 중고차 잔존가치 또한 꼼꼼히 챙겼으면 한다는 점이다. 그 점을 명확히 인식하면 장바구니에 담을 차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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