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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의 백수오 사태] 식약처 전수 조사에 한 달은 걸려 

내츄럴엔도텍·홈쇼핑 업계 반발 … 이엽우피소의 유해 여부도 중대 변수 

억울하다는 제조사와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정부의 명확한 기준을 기다리는 유통사, 막대한 손실을 입은 개인과 기관투자가. 백수오 사건은 사회 곳곳에 상처를 남겼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해관계자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유사한 경험을 한 일본 건강식품 시장과 백수오 관련주 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국내 연기금의 허점도 짚어 봤다.

▎5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백수오 제품 원료 문제’ 현안 보고를 마친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5월 8일 오전 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 등 6개사는 한국TV홈쇼핑협회를 통해 입장을 모았다. 이들의 결론은 ‘정부 관계당국이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발표해야 환불 조치가 가능하다’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업체들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일부 홈쇼핑이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전량 환불에 나섰다. 여전히 반발하는 홈쇼핑 업체도 있다. 의견이 갈린 이유는 실적에 따른 입장 차이 때문이다.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의 발표 이후 16일 만에 나온 결과다. 소비자단체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내츄럴엔도텍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학계에선 이엽우피소의 유해 여부를 놓고 논쟁이 시작됐다. 피해자는 많은데 누가 책임져야 할지조차 파악이 어렵다.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홈쇼핑 업계 “정부 입장 정해져야 환불 가능”


사건은 4월 중순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서 비롯됐다. 내츄럴엔도텍에서 제조하는 건강식품에 백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가 사용됐다는 내용이다. 내츄럴엔도텍은 강력 반발했다. 곧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에선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식약처 발표를 기다렸다. 4월 30일 식약처는 “이번에 검사한 내츄럴엔도텍의 지난 3월 26일, 27일 원료 입고 분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고 밝혔다. 내츄럴엔도텍은 고개 숙여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공식 사과문을 내고 “원료 재배, 수매 등 관리에서 만전을 기했으나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결과에 대해 사죄한다”며 “문제가 된 제품은 1개의 제품도 생산·유통하지 않았고 창고에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는 모두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곧장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의 안전 여부와 피해자 보상 및 환불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된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입장이다. 소비자원은 5월 4일 “시중에 유통 중인 내츄럴엔도텍 제품에도 이엽우피소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츄럴엔도텍 측은 가짜로 판명된 지난해 12월 17일과 올해 3월 26~27일자 원료 입고분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만들어진 제품도 (가짜 이엽우피소가 적발된) 동일 공급선의 원료를 썼기 때문에 전량 회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츄럴엔도텍 측은 또 한번 강력하게 반발했다. 해당 공급 업체 원료로는 지난해 12월 이후 제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혼란에 빠진 소비자는 환불을 요구했다. 문제는 소비자 피해 보상 및 환불 방침이 업체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당장 환불에 들어갔다. 백수오 제품의 구매 시점과 개봉 여부에 관계없이 전량·전액 환불하며 소비자를 달랬다. 문제는 홈쇼핑 업체다. 지난해 백수오 제품 매출의 75%를 차지했지만 ‘배송받은 지 30일 이내의 미개봉 제품’에 한해 환불해 주고 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소비자원에서 다시 나섰다. 5월 4일 소비자원은 CJ오쇼핑 등 홈쇼핑 6개사와 간담회를 갖고 ‘구매 시점이나 개봉 여부에 관계없이 전량 환불해 줄 것’을 권유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난색을 표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환불해 주고 내츄럴엔도텍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지만 기존의 백수오 제품이 가짜라고 입증하기 힘들어서 구상권 청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자칫 유통 업체가 환불액을 전부 떠안게 돼 큰 손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5월 8일 홈쇼핑 6개사는 업체별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츄럴엔도텍도 기존 제품 환불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한 지 30일 이내의 제품은 현행법상 환불해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제품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보관 원료에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든 제품을 회수하거나 환불하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원도 기존 제품에서 가짜가 검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불을 하라는 것이지 조사를 해서 나왔다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식약처와 소비자원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소비자원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환불 길이 막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나섰다. 식약처는 백수오 제품 전량 조사를 시작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백수오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256개 식품제조가공업체와 44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등 300곳에 달한다. 이곳에서 제조한 제품을 전량 검사하는데 아무리 서둘러도 한 달이 걸린다. 검찰과 금감원도 나섰다. 검찰은 백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를 공급한 업체를 압수수색하며 관련자를 검찰에 소환했다. 금감원은 내츄럴엔도텍 주식거래 내역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내츄럴엔도텍의 임원들이 3월과 4월에 걸쳐 자사주를 장내 매도한 배경에 주목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00여 제조업체 제품 전량 조사 시작

당국의 노력으로 한 달 내에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가 밝혀져도 끝이 아니다. 이엽우피소의 유해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이 아직 불명확하다. 대만과 중국에서는 이엽우피소를 식품 원료로 인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한국독성학회에 자문한 결과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홈쇼핑 업체가 환불 불가를 외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무해하다고 정의한 식자재가 포함된 제품을 환불해줘야 할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비자원은 이엽우피소가 간 독성, 신경쇠약, 체중 감소 등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이엽우피소는 우리나라에서 의약품·식품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중국에서 이엽우피소를 먹고 유산한 어미 돼지가 있어 독성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해 여부에 정부가 보이는 입장에 따라 백수오 사건의 결말이 좌우될 수 있다. 학문적인 논쟁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건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래저래 시간이 지나며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제품을 구입한 40·50대 주부를 포함한 소비자일 가능성이 크다.

1285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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