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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종목 투자 전략은] 진입장벽 낮아져? 장기 투자로 접근 

액면분할 후 주가 오르는 종목 많아 … 올 들어 13곳 액면분할 나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8일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분할 했다. 사진은 중국인들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라네즈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 사진:중앙포토
아모레퍼시픽의 5월 13일 주가는 38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3.32%(1만2500원) 오른 금액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8일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분의 1인 500원으로 분할해 재상장했다. 액면분할이란 자본금의 증감없이 기존 주식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분할해 발행 주식의 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5000원짜리 1주를 둘로 나누어 2500원짜리 2주를 만드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재상장 시초가는 38만6000원이었다. 액면분할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4월 21일 주가는 388만4000원의 10분의 1 가격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재상장 이후 시초가 부근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액면분할 후 거래량 폭증


지난해 초 100만원에 거래됐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년 만에 200만원대를 넘어섰다. 4월 20일에는 장중 4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면세점과 홈쇼핑 등의 매출이 크게 늘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4조7119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70년 만에 첫 4조원 돌파다. 영업이익은 6591억원으로 전년보다 40.3% 늘었다. 그렇다면,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은 왜 액면분할에 나선 것일까. 바로 주식 거래량이 적기 때문이다. 올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만~2만주에 불과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만~15만 주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비싸고 유통 물량이 적어 시장에서는 액면분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액면분할제도는 지난 1998년 초에 도입됐다. 이듬해부터는 비상장회사도 액면분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상장사들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액면가를 100원·200원·500원·1000원·2500원·5000원 중 하나로 정할 수 있다.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고액주가 액면분할을 하면 발행주식수를 늘리고 주가를 낮출 수 있어 거래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가가 높아 투자를 하지 못했던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늘면서 유동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액면가 5000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3.3%에 달한다. 코스닥시장(2.8%)보다 훨씬 높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액면분할을 하면 주식 거래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투자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 5월 8일 거래량은 110만6817주로 집계됐다. 이는 액면분할 전인 4월 21일 4만9676주보다 21배 많다. 이날 개인 투자자들은 1287억8200만원어치를 사들이며 아모레퍼시픽을 개인투자자 순매수 종목 1위에 올렸다. 이후에도 하루 평균 거래량은 40만주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증가에도 주가는 아직까진 ‘액면분할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초가 38만6000원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송광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그동안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부담으로 조정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전망은 밝다는 게 중론이다. 중장기 성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향후 3년 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연평균 약 26%에 이를 전망”이라며 “아모레퍼시픽 등 중국인 관광객이 주도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개 증권사가 제시한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는 평균 42만6500원이다.

삼성전자·롯데제과도 검토 중


액면분할에 미온적이던 증시 분위기에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상장사들은 액면분할이 주가 변동성을 높이고 경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주저했었다. 하지만 액면분할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거래량을 느리고, 주가 상승에 낙관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액면분할을 검토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주당 200만원이 넘는 고가주를 액면분할한 것은 과거 SK텔레콤이 유일했다. 2000년 4월 SK텔레콤은 5000원짜리 액면주식을 500원으로 쪼갰다.

한국거래소가 2010년~2014년까지 4년간 액면분할을 시행한 상장사들을 분석한 결과, 주가는 1년간 약 30% 상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 13일까지 액면분할 후 재상장된 기업 4곳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가스밸브 부품회사인 에쎈테크는 1월 14일 재상장한 이후 5월 13일까지 28%가 올랐다. 2월 17일 재상장된 화장품 관련주인 와이지플러스는 현재까지 19%, 2월 25일 재상장된 영풍제지는 8%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7일까지 액면분할을 발표하고 재상장을 준비 중인 종목(코스피·코스닥 포함)은 총 13곳이다. 지난해에는 8곳에 불과했다. 아모레퍼시픽을 시작으로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백광소재·태양금속공업·남성 등이 5월 중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시장에 복귀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난 4월 포스코켐텍·코닉글로리가 액면분할 후 재상장된 데 이어, MBK·디비케이·부산방직·에이모션·국일제지 등이 액면분할에 나선다.

정부도 고가주의 액면분할을 권고하고 있다. ‘배당 확대 →가계소득 증대’란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를 늘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다우지수인 ‘KTOP30지수’(가칭)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OTP30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까지 합쳐 한국증시를 대표하는 30개 종목을 대상으로 지수가 산출된다. 다만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주가 50만원 이하 종목만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때문에 주가가 5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주들은 액면을 분할로 주가를 낮춰야만 KTOP30지수에 포함될 수 있다.

주가 100만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들이 액면분할 분위기에 동참할지도 관심거리다. 5월 13일 기준으로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종목은 롯데제과·롯데칠성·삼성전자·영풍·태광산업 등이다. 실제로 롯데제과 삼성전자 등은 액면분할을 검토하고 있다. 올 초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한 간담회에서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계수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롯데제과 주가는 현재 198만 7000원으로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00여 주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이들 기업들도 액면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경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나 롯데칠성·롯데제과 등은 국내 경제·산업의 대표주인 만큼 금융당국이 도입하려는 ‘KTOP30지수’에 편입되려면 액면분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KTOP30지수 도입이 기업들의 액면분할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액면분할을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액면분할을 하는 상장사에 상장유지수수료인 연부과금을 면제해준다. 또 조만간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기간을 최대 5~6일로 줄이기로 했다.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 공백을 줄이려는 조치이다. 지금까지 액면분할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10일간의 거래정지 기간을 거쳤다.

애플은 상장 후 네 차례 액면분할

해외 증시에서 액면분할은 흔한 일이다. 주가가 높아지면 수시로 주식을 분할해 투자자들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코카콜라·애플 등 우량주들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액면분할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월마트는 상장 이후 총 9회, 포드는 5회, 애플은 4회 액면분할을 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다우지수 편입을 위해 644달러에서 92달러로 7대 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5월 12일 기준으로 애플 주가는 125.86달러로 액면분할 후 현재까지 주가는 36% 늘었다. 신제품 출시와 판매 호조 등으로 실적이 개선되기도 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거래할 수 있었던 것도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액면분할이 개인투자자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맞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할 때 거래대금 규모가 크고 이미 거래가 활발한 대형주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인한 주가 상승은 종목의 이슈 부각에 따른 관심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대금 규모가 큰 대형주는 액면분할 직후 단기적으로 주가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세원 현대증권 연구원도 “과거 액면분할 사례를 통해서 보면 액면분할을 통한 시가총액 상위주를 1년 이상 장기 투자했을 때 기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86호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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