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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경제나 바둑이나 맹렬한 中 추격 

중국의 거센 도전에 한국의 1위 품목 줄어 ... 중국 바둑기술도 나날이 향상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이세돌(왼쪽) 9단이 지난해 9월에 열린 10번기 제8국에서 승리한 후 구리 9단과 복기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미래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우리가 1위를 달리는 수출 품목들이 중국의 거센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이 점유율 1위에 오른 64개 제품 중 중국이 2위를 차지한 품목은 12개다. 중국의 거센 도전 앞에 한국의 1위 품목 수는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현실은 바둑계의 상황과 비슷하다. 1990년대에 우리는 일본 바둑을 누르고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섰다. 그 후 일본이 밀리는 사이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하며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한국의 바둑기술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근래에는 판도가 바뀌었다. 바둑계의 상황을 살펴보며 중국에 대한 전략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바둑 주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1988년 이후 바둑 기술력의 현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금메달 세 개가 걸린 바둑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를 모두 차지하고 동메달 1개까지 차지했다. 중국은 은메달 3개로 2위, 일본과 대만이 각각 동메달 1개씩을 얻어 3위에 머물렀다. 중국 안방에서 열린 바둑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싹쓸이하자 중국 바둑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국가대표 감독제, 영재 입단제도 등을 도입하며 한국 따라잡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3년에 중국은 6개 메이저 세계대회를 석권했다. 일본은 미니 세계기전인 TV바둑아시아선수권을 차지했다. 그동안 세계 정상에 군림해온 한국 바둑은 7개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무관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난적 한국을 꺾고 정상을 정복한 중국은 바둑최강국에 올랐다며 대서특필했다.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창하오 9단을 소개시키며 “돌부처를 넘어섰다”고 자랑을 했다. 이창호의 거대한 벽을 드디어 넘어섰다는 것이다.

중국 바둑의 도약에 쇼크를 받은 한국은 유창혁 9단을 감독으로 하는 상비군제도를 도입하여 젊은 기사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그 덕분인지 작년에 한국은 LG배와 삼성화재배를 석권했다. 또한 세기의 대결인 이세돌 대 구리의 10번기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하며 8억여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한국과 중국이 세계 바둑계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상승 국면에 있는 중국에서 바둑교육 열풍이 일며 영재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향후 한국 바둑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바둑 분야의 경쟁에서 한국이 상당히 힘겨운 입장에 있는 것이다.

바둑계의 현황을 살펴보았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한국의 1위 품목을 중국에 빼앗기게 될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 중국의 샤오미가 삼성을 추월하여 ‘샤오미 쇼크’를 일으킨 것이 한 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론상으로 보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여 앞선 기술력으로 승부를 하는 것이 타당한 전략이다. 그러나 맹렬히 추격하는 중국에 계속 앞서 나가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다. 땅덩어리와 인구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소기업의 싸움과 비슷하지 않은가.

거대 중국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은 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섬세한 예술성이 요구되는 디자인 분야나 성형 분야 등 한국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부문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양한 상품 영역 중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부문은 적지 않을 것이다.

바둑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부문이 있다. 대학의 바둑학과다. 한국은 1997년 명지대학교에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를 개설하여 바둑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다. 초기에는 서양 학생들이 유학을 왔는데 요즘은 중국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근래 중국은 바둑열이 엄청나게 높음에도 대학에 바둑학과가 없다. 그 이유는 바둑을 스포츠의 여러 종목 중 하나로 간주하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중국의 체육대학에는 스포츠예술학, 스포츠문학, 스포츠경제학 등 다양한 전공이 있다. 그러나 단독으로 바둑학을 개설하지는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제도에 변화가 올 수도 있으나, 현재 바둑학과 바둑교육 분야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두 번째 전략은 중국의 거대시장에 동참하는 방법이다. 중국의 사업에 파트너나 기술 제휴 등의 형식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하고 있겠지만 중국의 사업에 편승하여 협력하는 전략도 유력해 뵌다. 그렇게 하려면 그 쪽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바둑 분야에서는 중국과 연계하여 세계대회를 유치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농심배 세계대회 등을 중국에서 개최하여 중국과 공유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 대회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중국 프로기사들이 참여하여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중계되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를 통하여 농심 신라면은 중국에서도 인기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 번째 전략은 중국의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씀씀이가 큰 중국 관광객들이 지나갈 경우 쇼핑센터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커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도 이들에게 좀 더 매력도가 높은 관광상품을 제공하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중국과 교류하고 경쟁을 할 때 먼저 중국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했듯이 자신과 상대방을 잘 알 때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중국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상 중국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서운 추격자 중국 이기려면 올바른 이해부터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한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인은 한국인과 사고방식과 문화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한 예로 한국인은 단일민족과 같이 하나로 통일해서 보기를 좋아하는 반면 중국인은 다양한 사고방식과 문화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군을 시조로 모시는 반면 중국은 시조로 염제와 황제 그리고 치우까지 3인을 두고 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중국에서 한국을 꽤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변방 여러 나라 중 하나의 작은 나라로 본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이 중국에 가서 으스댄다든지 하면 어떻게 볼까. 한국인의 관점으로 중국을 대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 및 협력을 올바로 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해 공부를 하여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288호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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