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다시 시작하자’. 새해 아침도 아닌데 뜬금없이 새롭게 시작하자니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누군가 나서서 ‘새 출발’ 선언이라도 해야 할 듯하다.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힘겹게 하던 한국 경제에 이름도 생소한 메르스라는 전염성 질병이 등장 했다. 마치 과학영화의 상품코드마냥 고유번호를 부여 받은 환자가 늘어나더니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부작용을 양산했다. 급기야 국제적 사태로 확산돼 불과 한두 달 사이에 한국은 기본적인 방역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후진국으로 전락해 버렸고, 국민은 전 세계로부터 잠재적 보균자 취급을 받았다.

이후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었고, 관련 산업은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주가는 흔들리고, 경기는 회복은커녕 바닥을 치는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 달성도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힘들게 쌓아온 의료관광 선진국의 기치가 무색해진 것이 너무나 아쉽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이유는 여러 가지일 거다. 언론이 지적하듯 초기 대응 미흡, 관리체제 부실도 타당한 얘기다. 그러나 경영자의 시선에서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오만한 태도’다. 사석에서 이런 얘기가 오갔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우리 한국인은 수퍼맨과 같은 강인한 체질의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 꽤 많았다고 한다. 중국·홍콩 등 주변국에서 몇 년 사이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수백명이 죽고 고통 받을 때에도 ‘마늘과 김치를 먹고 사는 우리는 괜찮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병이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다는 의미다. ‘의료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착각도 한몫했다. 의료기술은 그럴지 모르나 병원 행정을 포함한 의료 시스템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의심 증상이 있어 환자가 병원을 찾아도 되돌려 보내고, 증상이 나타난 몸으로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니는데 제지하지 않았다. ‘며칠 푹 쉬고 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감기로 치부한 의사도 있었다. ‘우리는 건강하다’ ‘우리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지나쳐 오만과 착각으로 나타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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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3호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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