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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소신(小辛)기업 | 고영테크놀러지 고광일 대표] 기술력 하나로 세계 시장 독보적 1위 

3D 검사장비 전문 업체 ... 전체 직원 중 44%가 연구개발 인력 


▎사진:전민규 기자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는 코스닥 시장에서 대표적인 기술기업으로 꼽힌다. 핵심 기술을 무기로 세계 시장 1위에 올라선 매서운 기업이다. 사실 시장을 새로 만들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틈새시장을 공략해 규모를 키우고 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고영테크놀러지 본사에서 만난 고광일(58) 대표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성장의 지속성을 유지해줄 기틀이 마련된 상태”라며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고영은 전자제품 제조공정에 들어가는 3차원(3D) 검사장비를 만든다. 쉽게 말해 공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불량품을 검사하는 장비로, 크게 납도포검사기(SPI)와 부품실장검사기(AOI)로 나뉜다. SPI는 회로기판 위에 부품이 올라가기 전 납이 제대로 도포됐는지를 검사한다. AOI는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반도체 소자와 여러 부품이 제대로 장착됐는지 확인하는 장비다.

고영은 2002년과 2012년 각각 3D SPI와 3D AOI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전까지 제조업에서는 2D 검사 기술을 사용했다. 평면 이미지로만 기판을 측정해 불량률이 높았다. 전자제품 제조공정은 초 단위로 이뤄진다. 제때 불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잠시라도 결함을 방치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못 찾아 공장 가동을 오랜 시간 멈추게 되면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고영이 자체 개발한 3D 검사장비는 높이와 체적까지 확인해 이를 수치화한다. 고 대표는 “3D 검사장비는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본 원인을 알려주기 때문에 품질은 높이고 인건비는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경쟁력을 내세운 고영은 SPI 시장에서 2006년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전자·자동차·정보통신 기업 1200여 곳이 고영의 장비를 사용한다. 독점적인 지위 덕분에 지난 몇 년 동안 2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고영은 2002년 설립 이후 연평균 40%대의 매출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7.6% 증가한 1428억원이다.

창립 후 연평균 매출 성장률 40%


고 대표는 서울대 공대를 나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로봇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LG전자와 미래산업을 거쳐 2002년 창업했다. 그가 검사장비 시장에 뛰어든 건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었다. SPI의 시장 규모는 최대 2000억원, AOI는 4000억원 정도의 규모다. 수십 조원대 규모의 메인 생산장비 업체는 크게 주목하지 않은 분야다. 고 대표는 “초기 개발비만 300억원 넘게 드는 메인 생산장비와는 달리 파나소닉·후지·지멘스 등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을 피하면서도 자본금 10억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찾던 중 검사장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시는 모바일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전자 부품이 고집적·소형화하던 시점이다. 제조업 라인에서 조금 더 세밀한 검사 장비에 대한 요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이를 감지한고 대표는 10여명의 핵심 인력과 함께 개발에 착수해 1년도 안돼 3D SPI를 개발했다. 제조 업체의 반응은 뜨거웠다. 획기적인 생산성 효과를 본 업체들이 대당 1억원가량의 고가 장비를 너도 나도 사들였다. 틈새시장에 들어가 기술력으로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운 셈이다.

코스닥의 많은 기업이 기술 개발로 반짝 성공을 거둔 뒤 내리막을 걷곤 한다. 고영은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3D SPI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곧바로 SPI 이후 공정을 검사하는 AOI를 3D화 하는데 주력했다. 고객들도 3D AOI의 개발을 요구하고 있었다. 수요가 확보된 상태에서 기술 개발만 남은 것이다. 비교적 단순한 SPI와 달리 AOI의 개발은 복잡한 편이어서 5년의 개발을 거쳐 2012년 3D AOI를 출시했다.

3D AOI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엔진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3D SPI가 회사 매출의 77%가량을 차지했지만, 3D AOI 사업 비중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고 대표는 올해 3D AOI 매출 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3D AOI 매출은 약 500억원 수준으로 2013년 대비 2배 성장했다. 고 대표는 “기존 생산라인의 2D AOI 교체 수요가 기다리고 있는 데다, 경쟁 업체가 생긴 SPI 시장과 달리 이 분야에선 5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성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은 새로운 기술 개발로 매출이 한 사업군에 치우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였다. 또한 세계 각지의 글로벌 업체에 수출을 하고 있어 지역별 매출 분포도 고르다. 2013년 기준으로 매출의 23%를 국내에서, 중국·미주·유럽에서 각각 전체 매출의 29%, 17%, 16%를 올렸다. 예상 밖의 외부 변수로 인해 한 부문이 흔들려도 견딜 수 있는 구조다. 고 대표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성장통도 겪었지만 최근 3년간 회의방식, 구매, 영업관리, 회사 정보 공유 등 전반적인 조직 문화 개혁을 통해 모두 갈무리했다”며 “앞으로 회사의 역량을 더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먹거리가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새 먹거리를 찾아야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다”며 “기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되, 동시에 이 핵심기술을 응용할 만한 신사업 분야를 계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영은 현재 한 해 약 300억원, 매출의 20%를 연구개발비로 쓴다. 본사 직원 중 44%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뇌 수술용 장비도 개발

최근 가시화하고 있는 신성장 엔진은 반도체 실리콘관통전극(TSV)을 검사할 수 있는 3D 장비다. 아직은 개발 단계다.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 반도체 사업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밀링(기계 가공) 공정 검사장비를 통해 검사장비의 영역을 전자제품에서 다른 제조업 분야로 넓히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하버드대와 손잡고 3D 검사 기술을 활용한 의료장비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영의 3D 기술로 실시간으로 환부와 수술 도구 위치를 파악, 신경과 혈관 등 치명적인 부위를 피해 수술하도록 돕는 장치다.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에 한양대와 공동으로 참여하며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고 대표는 “2017년 초부터는 수술용 로봇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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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4호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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