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폭염보다 뜨거운 모바일 게임 시장] ‘앵그리버드2’ 가세로 흥행 열기 고조 

올해 전체 시장 규모 3조원 예상 … 엔씨소프트·넥슨도 도전장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예측치(2조4670억원)를 웃도는 3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외산 대작게임인 ‘클래시 오브 클랜’과 롤플레잉 게임 ‘뮤오리진’ ‘레이븐’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예년과 달리 카카오톡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히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여기에 전통의 명작게임 ‘앵그리버드’와 ‘팔라독’의 후속 게임도 경쟁에 가세했다. 국산 PC게임의 강자들도 속속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손바닥 만한 작은 기계가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바꿔 놓을 것이다.” 2007년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 아이폰이 등장했다. 보통의 사람에게는 조금 예쁘고 기능이 많은 핸드폰처럼 보였다. 거기서 ‘돈 냄새’를 맡은 사람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새롭고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도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그들의 가슴에 빨간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핀란드 로비오가 개발한 게임 ‘앵그리버드’였다.


캐릭터 새를 새총으로 날려 적(돼지)을 물리치는 게임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2012년 10억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8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로비오의 시장가치를 10조원으로 추산하는 리포트도 쏟아졌다. 젊은 창업가 3명이 모여 만든 조그만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까지는 채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앵그리버드의 성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00원 내외의 제품을 팔아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시장. 복잡한 무역절차를 밟지 않고도 전 세계인을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장. 순식간에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도 공장을 증설하지 않아도 되는 시장. 기업인들에게 모바일 앱 게임 시장은 엘도라도처럼 보였다.

너도 나도 뛰어들어 금맥 캐기에 나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말이다. 새로운 문명을 접한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더 흥미롭고, 더 신기한’ 소프트웨어 찾기에 혈안이 됐다. 2012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어 2013년에는 2조3277억원으로 덩치를 불렸다. 1년 사이 300% 가깝게 시장이 성장한 것이다. 국민게임 ‘애니팡’을 필두로 카카오톡 기반의 소셜게임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른 것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식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가 2조4255억원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더 이상 늘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문제가 됐다. 지난해 말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전체 인구의 80%에 도달했다. 그들 중 85%가 이미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카카오톡 기반의 게임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게임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어떻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까’에 초점을 맞추면서 식상한 게임만 시장에 쏟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를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는 2조4679억원으로 예측했다. 2016년에는 2조3369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 거란 전망도 덧붙였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었다. 여러 증권사와 게임 업계가 추산하는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3조원이다. 카카오톡 게임의 빈 자리를 수준 높은 대작 게임이 채웠다. 핀란드 슈퍼셀이 내놓은 ‘클래시 오브 클랜’이 국내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레이븐’ ‘뮤오리진’ 등 모바일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의 인기가 높다.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야구·축구 스포츠게임은 매니어층이 두텁다.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고포류 게임(고스톱·포커 게임)’도 후방에서 힘을 보탠다. 다소 부진했던 국내 게임 업체도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전통의 모바일 게임 강자인 컴투스와 게임빌의 올 2분기 예상 매출은 각각 1007억원과 404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 이상씩 늘었다. 뮤오리진을 앞세운 웹젠은 전년 동기 대비 400%가 늘어난 647억원의 2분기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흥행 열기가 이어질 요인도 있다. 무엇보다 로비오가 7월 30일 신작 ‘앵그리버드2’를 발표했다. 물론 ‘전작의 향수를 가진 이용자들이 다시 한번 앵그리버드에 빠져들 것’이란 낙관론과 ‘수준 높은 게임이 쏟아지는 지금 시장에서 앵그리버드도 많은 게임 중 하나일 뿐’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선다. 국산 모바일 게임 중 가장 성공한 게임으로 평가 받는 페이즈캣의 ‘팔라독’도 후속편인 ‘팔라독사가’를 곧 내놓는다.

다만, 갈수록 거세지는 외산 게임의 국내 시장 진출이 고민거리다.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입지를 넓히는 중국 기업의 약진도 부담스럽다. 예전과 달리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는 시장 구조도 국내 게임산업의 다양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297호 (2015.08.1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