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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점 체제로 변모하는 모바일 게임 업계] ‘김택진? 김정주?’ 모바일은 방준혁((넷마블게임즈 의장)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3위 넷마블이 차지 … ‘규모의 경제’ 이뤄야 생존 확률 높아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양분했던 게임 업계는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며 넷마블을 포함한 3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김정주 NXC 대표.
‘넷마블로 시작해서 넷마블로 끝났다’. 올 상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2000년 전후 온라인 게임 초창기 한게임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넷마블은 이후 침체를 겪었다. 주도권은 ‘리니지’ 제작사 엔씨소프트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대작을 연이어 내놓은 넥슨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넷마블의 화려한 귀환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늘고, 모바일 게임이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콘텐트 시장으로 발전하자 업계에선 또 한 번 치열한 선두 경쟁이 벌어졌다.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끝난 지금, 그 중심엔 넷마블이 있다.

방준혁 의장 지분 가치는 1조2000억원?


상반기 안드로이드 마켓 구글플레이 최다 매출 게임 순위에서 넷마블게임즈는 1~3위를 모두 점령했다. ‘레이븐’ ‘세븐나이츠’‘모두의 마블’이 주인공이다. ‘몬스터 길들이기’가 7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포함하면 상위 10개 중 4개가 넷마블이 만든 게임이다. 일단 큰 기대를 걸었던 레이븐이 연착륙에 성공했다. 3월 12일 출시한 레이븐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 이틀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출시 5일 만에 매출 1위에 올라섰다. 석 달도 안돼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100일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대부분의 게임이 대형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과 연동돼있는 반면 레이븐은 네이버 플랫폼을 사용했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레이븐은 콘텐트가 플랫폼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레이븐과 함께 넷마블게임즈가 상반기 중 선보인 다른 신작들도 대부분 선전했다. ‘다함께차차차2’ ‘마블 퓨처파이트’ 등이 매출 차트 20위권에 포진해있다.

덕분에 넷마블게임즈는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2034억원, 영업이익은 510억원이다. 모바일 게임 매출만 1754억원으로 단연 업계 1위다. 게임 업계 비수기라는 1분기에 거둔 성적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인기 고공행진 중인 레이븐의 매출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곧 발표될 2분기 실적은 더욱 기대할 만하다. 업계에선 넷마블게임즈가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 게임 업체 중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넥슨이 유일하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23일 넷마블게임즈는 미국 모바일 게임업체 에스지앤에 15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에스지앤은 북미와 유럽 지역 매출 10위권 내에 올라있는 게임 ‘쿠키잼’을 비롯해 ‘판다팝’ ‘북오브라이프’ 등을 제작한 회사다. 넷마블은 에스지앤과 함께 북미·유럽시장을 공략하고, 넷마블은 에스지엔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돕는다는 파트너십도 포함됐다. 이승원 넷마블게임즈 글로벌 총괄부사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많은 외부 개발사 및 IP(지적재산권)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며 “해외 게임 출시를 위한 투자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넥슨·엔씨소프트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회사의 엄청난 성장세에 힘입어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의 몸값은 크게 올랐다. 방 의장은 넷마블 창업자이자 넷마블게임즈 지분 32.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지분 가치는 무려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NXC 대표에 못지 않다. 비상장회사라 가격을 정확히 평가하긴 어렵지만 올 2월 엔씨소프트와의 상호 지분투자 결과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신주 9.8%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중국 텐센트가 넷마블게임즈 지분 28%를 5300억원에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 기업 가치가 두 배가량 높아진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벤처 1세대인 방 의장은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한 후 2004년 회사를 CJ그룹에 매각했다. 건강 때문에 한동안 은둔했던 그는 2011년 경영위기에 빠진 넷마블의 구원투수로 현장에 복귀했다. 이후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조직을 빠르게 재편했고, 마구마구·몬스터길들이기와 같은 흥행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3년 만에 회사를 국내 모바일 게임 1위 업체로 탈바꿈시켰다. 그의 달라진 위상은 2월 엔씨소프트와의 상호 지분투자 과정에서 확실히 나타났다. 각각 주력인 모바일과 온라인 분야의 경쟁력을한 곳에 모으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최대주주인 넥슨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상황이었고, 김 대표 입장에서 방 의장이 백기사로 나서주지 않았다면 더욱 곤란한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시점이었다. 결론적으로 그의 중재 아닌 중재 덕분에 엔씨소프트는 한숨 돌렸고, 넥슨 역시 한 걸음 물러났다.

자신감 때문일까? 방 의장은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넷마블 창업자 시절부터 언론 노출을 꺼리는 경영자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런 그가 7월 15일 미디어행사를 열고 기자들을 만났다. 방 의장은 매출 1조원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레이븐이 흥행하고 있지만 기존 게임의 매출이 하락하지 않고 함께 가야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목표를 꼭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방 의장은 “지금의 1등은 과정에서의 1등이지 진정한 의미의 1등은 아니라고 본다”며 “슈퍼셀이나 킹은 물론 일본·중국·북미 등 모든 메이저 업체와 규모와 속도 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가 질주하고 있지만 방 의장의 표현대로 승부가 끝난 건 아니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언제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반기 출시한 ‘용사X용사’ ‘천룡팔부’ ‘탑 오브탱커’ 등으로 흥행에 성공한 넥슨은 당분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표작 ‘FIFA 온라인3’가 건재한 가운데 하반기 출시작도 기대를 걸 만하다. 높은 수준의 그래픽으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3D 액션 RPG(게임 속 하나의 캐릭터를 맡아 전체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형태의 게임) ‘프로젝트 HIT’(개발사 넷게임즈)가 곧 나온다. 야생 환경에 던져진 캐릭터가 거친 환경을 뚫고 가상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개척형 RPG ‘야생의 땅: 듀랑고’도 연내 출시된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를 제작한 이은석 감독의 차기작이다.

최근 넥슨은 모바일 게임사업 부문을 본부로 승격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전문 인력을 늘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우수한 IP를 확보해 모바일로 전환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상반기에만 3개의 IP 게임 계약을 했는데 블록 완구 레고 시리즈를 활용한 RPG가 대표적이다. 내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 자사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도 올해 내로 선보인다.

연이은 ‘중박’ 게임빌·컴투스 형제

상대적으로 모바일 전환이 늦었던 엔씨소프트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1998년 출시한 RPG ‘리니지’는 현재까지 국내 제조사가 만든 모든 게임을 통틀어 최고의 히트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년이 다 됐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엔씨소프트는 회사 매출의 41%(리니지Ⅱ 포함)를 차지하는 이 주력 상품을 모바일 버전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넷마블게임즈와 손을 잡고서다. 넷마블게임즈가 리니지2를 활용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최강자와 온라인 최강자가 만나 최강의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니 그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출시된다.

엔씨소프트의 최대 강점은 리니지를 비롯해 언제든 모바일로 전환할 수 있는 다수의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등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올 하반기 중국에서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다. 국내에서는 ‘아이온 레기온즈’를 선보인다. 최근 온라인 게임 사업을 매각하고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도 하반기 중에 인기 골프게임 ‘팡야’의 모바일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학준 토러스투자증원 애널리스트는 “리니지의 매출이 견고한 가운데 ‘온라인+모바일’의 장기 성장성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멀티플랫폼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본다면 여러 개의 인기 IP를 갖춘 엔씨소프트는 확실히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등장한 스타 기업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게임빌과 컴투스 형제가 대표적이다. 게임빌은 컴투스의 지분 24.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와 게임빌의 ‘별이 되어라’는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에서 각각 14, 15위에 올라있다. 양사의 야구게임인 ‘컴투스프로야구2015’와 ‘이사 만루2015’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컴투스가 지난해 출시한 ‘서머너즈워’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컴투스는 하반기 대작인 ‘원더택틱스’를 출시하고, 게임빌 역시 ‘제노니아S’ ‘크로매틱 소울’ ‘무한던전’ 등 자체 개발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웹젠은 간판 게임 ‘뮤 온라인’의 모바일 버전인 ‘뮤 오리진’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4위에 올라 있는 ‘뮤 오리진’은 올 4월 국내에 출시된 직후부터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웹젠은 ‘뮤 온라인’ 외에 이렇다 할 작품이 없어 고전했지만 한 순간에 대세로 등극했다. 얼마 전 NHN엔터테인먼트는 웹젠 주식 264만주를 매도해 지분율이 26.7%에서 19.2%로 하락했다. 이로써 1대주주도 김병관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됐다. 웹젠의 계열사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지분 매도로 NHN엔터테인먼트는 1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간편결제 등 신규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핵심은 게임사업이다. 올해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 매출이 온라인 게임 매출을 추월할 전망인데 중국과 일본,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나름의 유통망을 보유한 게 강점이다.

2011년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 위메이드는 ‘윈드러너’가 히트에 성공하며 초기 시장을 주도했지만 후속작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실적도 7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인 박관호 의장의 입지도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하반기 중국에서 확실한 성공 카드 하나를 내놓는다. 중국 시장에서 2억명 이상의 누적 회원을 확보한 ‘미르의 전설2’를 모바일 게임으로 바꾼 ‘열혈전기’다. 지난해 중국 시장을 휩쓴 ‘마스터탱커’ ‘전민기적’ ‘도탑전기’ 등이 유명 IP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열혈전기의 성공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애니팡’과 ‘쿠키런’으로 단숨에 업계 리드군에 이름을 올렸던 선데이토즈와 데브시스터즈는 뚜렷한 신작 없이 주력 게임으로 버티고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에 비해 수명이 짧은데 빅히트 게임이라도 매출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며 “꾸준히 신작을 출시하고, 그중 일부가 큰 성공을 거둬야 성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성 있는 회사만 상승’ 게임주 양극화 뚜렷


언뜻 춘추전국시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모바일 게임 업계의 주도권 경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부터 성장 정체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현재 선두권인 일부 공룡이 앞으로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2~3년 전만 해도 친구들 몇 명이 모여서 만든 모바일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늦었다고 본다”며 “RPG를 제대로 개발하려면 제대로 된 투자를 받아야 하고, 개발팀도 30명은 있어야 하는데 작게 시작하면 프로젝트가 굉장히 길어질 테고, 그 사이 트렌드와 멀어지고 비용이 급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근 게임 업계의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가 올 1~5월 신문과 방송 등 5개 매체에 집행한 광고비는 85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11배나 늘었다. 덩치가 큰 회사가 아니면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 광고비가 일종의 진입장벽이 된 셈이다.

그러나 오히려 소형 제작사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퍼블리셔(게임 배급사) 체제가 자리를 잡아갈수록 실력 있는 개발사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형 개발사가 제작도 하고 배급까지 하는 사례는 거의 사라지겠지만 콘텐트만 확실하면 큰 배급사를 통해 투자를 확보하고, 히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산업과 비슷한 원리다. 신민균 케이큐 브벤처스 상무는 “광고를 통해 고객을 끌고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콘텐트 자체에 사람을 붙들 근원적 힘이 있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광고에 열을 올리는 건 모바일 게임이 아직 국내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인데 앞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면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요 모바일 게임회사는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다. 상반기 코스닥은 40% 가까이 상승했지만 게임주는 대체로 소외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나 핀테크 관련주 등에 비해 주목을 덜 받은 탓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그동안 부진했지만 신작에 대한 기대가 큰 일부 종목은 크게 상승한 반면 대작 이후 성장성이 둔화된 종목은 하락하는 형국이다. 위메이드가 연초 대비 56.5%(7월28일 기준) 상승했고, 엔씨소프트 역시 27.2% 올랐다. 지난해 급등해 1분기까지 괜찮은 흐름을 이어갔던 게임빌과 컴투스는 부진을 겪고 있다. 매출이 커지면서 성장성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선데이토즈는 5월 초 바닥을 찍은 후 반등하고 있지만 쿠키런 이후 뚜렷한 성공작을 내놓지 못한 데브시스터즈는 아직 회복 조짐이 안 보인다. 데브시스터즈의 주가는 연초 대비 36.61% 하락했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297호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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