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Letter] 롯데그룹, 재벌개혁, 그리고 사외이사 

 


재벌가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저는 작가들의 빈곤한 상상력을 질타하곤 했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 모습으로 그리는지…. 황제나 다름없는 회장,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피도 눈물도 없는 형제·친지들의 음모와 탐욕, 세상의 상식과 동떨어진 선민의식, 그들의 밑에서 목숨 걸고 충성을 다하는 참모들, 또 그들을 돕는 정치인과 그들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나거나 적극 동조하는 일부 언론인, 그리고 무력한 시민들….

그런데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참혹했습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는 눈감아왔던 재벌의 민낯과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그들 앞에서 상법이나 주주자본주의 따위는 무력했습니다. ‘시게미쓰(重光) 가문’이 한 해 90조원을 버는 기업을 어떻게 경영해 왔는지 ‘아주 조금’ 드러났습니다만, 그 파장은 클 것 같습니다. 재벌개혁의 방어막 역할을 자임했던 여당 내에서 재벌개혁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 말이죠. 롯데 사태로 다시 불거진 재벌개혁 요구가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지켜보겠습니다.

저는 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롯데그룹 측 얘기대로라면 ‘판단 능력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그것도 지분 0.05%를 보유한 고령의 창업주가 국내 재계 서열 5위 그룹을 사기업 다루듯 하는 동안 ‘고명하신 사외이사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겁니다. 이사회 한 번 출석할 때마다 수백만원씩 받아가면서 정말로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겁니까.

묻겠습니다. 김용재 전 국세청 감찰담당관, 안태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롯데칠성음료),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롯데쇼핑), 정동기 대검찰청 차장, 박석환 전 외교통상부 차관, 박경희 이화여대 교수(롯데케미칼), 최영홍 고려대 법학과 교수, 신영철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강대형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송영천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허철성 서울대 교수(롯데제과),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현대정보기술)…. 이들은 도대체 뭘 했을까요?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1298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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