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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유효한 아메리칸 드림] 돈·기술 있다면 미국은 기회의 땅 

투자·사업이민 문 열려 있어 ... 자동차수리공, 전기기술자, 온라인 비즈니스 창업 유망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으로 떠난 이민자가 가장 먼저 보던 신대륙 랜드마크였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영주권자는 2013년 1만5800여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힘든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누구나 재산과 자유가 넉넉한 향상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여전히 유효해서다. 다만 과거의 ‘아메리칸 드림’만 생각하고 미국으로 이민 가다간 큰 코 다친다는 게 현지 거주자 다수의 조언이다. 미국으로 이민해 뉴욕·뉴저지·로스앤젤레스에서 헤드헌팅 업체를 운영하는 김성수 에이치알캡 대표는 “막연히 아메리칸 드림만 꿈꾸는 이민은 절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과거엔 허드렛일이라도 3~5년 열심히 하면 미국에서 정착하고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말이다. 이런 업종은 이미 히스패닉 등 다른 인종이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허드렛일은 히스패닉 등이 차지


그럼에도 미국 이민을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본인에게 적합한 이민 방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이민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중 한국인들이 눈여겨볼 만한 유형은 크게 투자이민(EB-5 비자)과 취업이민(H취업비자), 기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단 여유 자금이 충분하다면 투자이민을 고려해볼 수 있다. 투자이민은 ‘미국 내 신규 사업에 50만~100만 달러를 투자해 1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이민 비자를 내주는 제도다. 업종별로 지정된 금액을 투자하면, 미국 정부가 투자자와 투자자 가족에게 12~18개월 동안 조건부 영주권을 준다. 이후 실제로 10인 이상 고용을 창출했다면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영구거주권을 받을 수 있다.

투자이민의 장점은 간편하다는 점이다. ‘합법적 투자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전문성이나 언어 등 다른 이민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 이민을 컨설팅하는 모스컨설팅의 이병인 팀장은 “EB-5 비자의 경우 세무서를 통해 자금 출처가 투명하다는 점만 증명하면, 나이·학력·경력·영어능력 등 자격 요건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투자이민에서 의미하는 ‘투자’란 이민법상 투자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투자나 채권 구입 등 소극적 투자는 이민법상 투자가 아니다. 엄청나게 비싼 집을 사고 가정부 10명을 고용한다고 투자이민 비자를 받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자금이 넉넉지 않더라도 이민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취업이나 사업을 통한 이민이 가능하다. 취업이민은 일명 ‘스폰서 기업’이라고 불리는 미국 기업이 미국인이 아닌 사람의 스폰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이 기업에서 일정 기간 이상 일하는 조건으로 가는 이민이다. 기업에 종사하면서 전문성을 쌓았다거나 주재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익힌 경우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준비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방법도 있다. 비이민 비자인 E2사업비자를 취득하고 향후 이민 비자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유문영 글로텍 사장은 “미국은 자기 ‘기술’만 있으면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국가”라고 말한다. 여기서 ‘기술’은 꼭 엄청난 학위나 전문성이 필요한 지식일 필요는 없다. 유문영 사장은 “한국에서 특정 기술을 연마하고난 뒤 이민을 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단,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과 달리, 사업이민은 2년마다 계속 갱신해야 하는 임시비자를 발급한다. 비이민 비자이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며 향후 이민비자로 전환을 노린다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최상의 조건은 두 가지다. 한국에서 그다지 좋은 직업이라고 평가받진 않는 분야에서 기술력을 충분히 갖췄으면서, 동시에 해당 기술력을 활용해 본인 사업을 꿈꾸는 경우다. 김성수 대표는 “미국은 직업의 귀천이 없고 학력 차별도 없으며 시간당 보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라면 이민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한국에서 관련 기술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이민을 가면 현지에서 자격증을 재취득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창업이민 추천 업종은 배관수리공, 자동차수리공, 냉장·냉동기술 전문가, 전기기술자, 목수,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전문가, 온라인 비즈니스 창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자, 헬스케어 직종 근무 경험자 등이다.

마지막으로 종교이민이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종교이민은 의외로 쉽게 이민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기 때문에 인종별 종교인이 필요한데, 현지 육성이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 거주 지역에 한인 목사 수요가 부족하다는 조사가 나오면, 종교인 비자가 쉽게 나오는 편이다.

한편, 본인보다는 자녀 교육을 감안해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이 모여 있는 국가인데다, 미국 영주권자인 경우 학비 혜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미국 주립대의 경우 외국인 학비로만 연간 약 3000만원 안팎이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주권자의 경우 통상 300만원정도의 학비만 감당하면 된다. 법무법인 한별은 “영주권자는 외국인 자격으로 공부하는 유학생보다 학비가 약 3억원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미국 정부가 의학·법학·첨단 기술 등 일부 인기 전공은 미국인 우선 선발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영주권을 취득하면 자녀 전공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을 전공한 졸업생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는 경우, 인원 제한 없이 이민 자격을 제공하는 ‘재능 있는 고등교육 과정 졸업자’를 위한 법안도 있다.

종교이민은 뜻밖의 블루오션

교육이민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부모가 자녀 학교 일에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일부 이민자는 자녀 교육 차원에서 이민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자녀 탈선 문제로 귀국하기도 한다. 김 사장은 “왜 이민을 가고, 거기서 왜 살아가야 하는지, 꿈은 무엇인지 대화하며 독립적으로 자녀가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어느 지역으로 이민을 갈지 결정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교육이민의 경우 한인 거주 밀집지역으로 갈지, 한인이 별로 없는 지역으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 동부에선 뉴욕·뉴저지, 서부에선 LA에 많은 교민이 산다. 이곳의 장점은 교육 환경도 좋고 인프라 형성도 잘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입에도 인종별 쿼터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프라가 좋은 곳이 꼭 자녀 교육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김성수 대표는 “한인이 많지 않은 동네로 가면 고생은 많겠지만 자녀 교육이나 미국인과의 동화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더 좋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취업·창업이민도 지역 선택은 중요한 문제다. 유문영 사장은 “취업·창업이민의 경우 IT업종은 캘리포니아주, 섬유·문화예술산업은 뉴욕, 바이오·케미칼산업은 뉴저지주, 정유산업은 텍사스 등이 좋다”며 “창업이민을 생각한다면 플로리다 등 법인세를 내지 않는 주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1299호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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