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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지분 정리는] 2조원 규모 주식 보유 한꺼번에 팔아도 ‘쇼크’ 

동생과 연 끊고 새 사업 도전할 수도 ... 신 전 부회장, 꽃놀이패 쥐고 있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벌인 대전(大戰)에서 동생에게 패배했지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얼마든지 게릴라전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 중 하나인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13.46%를 보유한 신동빈 회장이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불과 0.01% 적은 13.45%로 2대 주주다. 물론 그가 경영권을 직접 쟁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70.12%에 달한다. 두 형제가 보유한 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인데, 호텔롯데 8.83%, 한국후지필름 7.86%, 롯데제과 7.86% 롯데정보통신 4.81% 등이다. 이 계열사들은 사실상 신 회장 지배 아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누나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 친인척 지분을 합해도 2%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소액주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도 뒤집기는 어렵다.

그러나 견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 지분 3.95%(신동빈 5.34%), 롯데칠성음료 지분 2.83%(신동빈 5.71%), 비상장사인 롯데상사 지분 8.03%(신동빈 8.40%) 등을 보유하고 있다. 키는 롯데제과다. 롯데제과의 최대주주는 15.29%를 보유한 롯데알미늄(비상장)이다. 롯데알미늄의 주요 주주는 신 회장이 경영권을 쥔 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다. 그러나 롯데제과는 신 총괄회장(6.83%)과 신 이사장(2.52%) 등도 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지분과 합하면 13.3%다. 여기에 롯데장학재단이 보유한 지분 8.69%까지 합하면 약 22%에 달한다.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한 뒤 롯데제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경우 경영권도 노려볼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를 장악하면 롯데쇼핑 지배력도 21.31%로 높아진다. 물론 이 경우도 신 회장의 견제를 감안하면 성공하긴 쉽지 않겠지만 워낙 순환출자 고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여러 빈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영권과 무관하게 지분을 무기로 신 회장의 ‘발목’을 잡을 여지도 있다. 통상 주주총회 개최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지만 우리나라 상법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임시 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 계열사가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등 중요한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반대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사실상 경영권을 되찾아오는 게 어렵다고 판단하면 신 전 부회장이 아예 롯데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 그가 외부에 한꺼번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가치만 해도 1조1000억원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그는 약 2조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아예 동생과 연을 끊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미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든 만큼 신 회장으로서는 신 전 부회장이 쓸 수 있는 여러 카드에 대한 방어 전략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300호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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