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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 울린 대기업 하반기 공채] ‘스펙→직무능력’ 채용 패러다임 바뀐다 

에세이 중요성 갈수록 커져 ... ‘참신함+안정감’ 겸비해야 합격권 

대기업의 하반기 채용이 시작됐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주요 그룹들은 지난 해보다 신입사원을 더 많이 뽑기로 했다. 채용 규모가 소폭 늘었지만 취업문은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철저한 준비와 맞춤형 전략이 아니면 선택을 받기 쉽지 않다. 주요 기업들은 최근 외국어나 자격증 같은 이른바 ‘스펙’보다는 업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면접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기업별 채용 계획과 빠르게 변하는 채용 트렌드를 정리했다. 최근 1년간 좁은 대기업 공채의 문을 뚫고 입사한 새내기 사원들의 생생한 조언과 취업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승리하는 비결도 짚었다.

주요 대기업이 하반기 채용 규모를 거의 확정했다.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이나 부진한 실적을 고려할 때 녹록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일단 청년고용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기업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10대 그룹 기준으로 약 1만600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6% 정도 늘어난 규모다. 삼성그룹은 9월 7일부터 대졸 신입사원(3급) 서류 접수를 시작한다. 21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4000명~4500명 가량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약 4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3만60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올해 채용 인원인 9500명과 비교하면 26% 정도 늘어난 수치다.

9월 4일 현재 SK그룹은 아직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1300명)보다 규모가 늘어나리란 예상이다. 특별사면 이후 최태원 회장이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만큼 화끈한 채용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는 다른 기업보다 늦은 9월 말쯤 전형을 시작할 계획이다. LG그룹은 9월 1일부터 그룹 통합 채용포털 사이트에서 서류 접수를 시작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그룹 내 3개 회사까지 중복 지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2100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10대 그룹 하반기 채용 전년 대비 6% 증가


롯데그룹과 포스코그룹은 각각 1300명, 1900명을, 현대중공업과 GS·한화·한진 등은 각각 500~600명 정도를 하반기에 채용하기로 했다. 두산그룹과 CJ그룹은 아직 정확한 채용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채용 규모가 가장 크다. 각각 350명의 신입 행원을 뽑을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약 200명 정도의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건 채용 규모보다 어떻게 뽑느냐다. 최근 대기업 공채 시스템엔 큰 변화가 관측됐다.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 공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핵심은 스펙에서 직무 능력 검증으로 인사담당자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하반기 공채부터 학점 제한을 없앴다. 아예 외국어 능력이나 자격증 등을 이력서에 적시하지 말라는 기업이 크게 늘었고, 인적성검사를 폐지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큰 틀에선 유사한 흐름이지만 세부 기업별 응시 전략은 달라야 한다. 그룹마다 인재상이 다르고, 같은 그룹 내에서도 계열사별로 특징이 있다. 이를 잘 살려 맞춤형 인재를 뽑자는 게 최근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똑같은 자기소개서를 회사 이름만 바꿔 내는 식으론 취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처음으로 직무적합성검사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부 성적과 어학 성적만 있으면 서류전형 없이 누구든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옛SSAT)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SSAT 응시자가 10만명을 넘어서며 과잉 논란이 불거졌고, GSAT에 응시할 수 있는 지원자를 골라내기 위한 단계를 신설한 것이다. 직무적합성검사를 통과해야만 GSAT 응시 기회를 주기 때문에 삼성 취업의 첫 관문이 GSAT에서 직무적합성검사로 바뀌는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직무적합성검사는 지원서에 작성한 전공 과목 이수 내역과 활동 경험, 에세이 등을 통해 해당 직무에 얼마나 어울리는 인재인지를 판단하려는 것”이라며 “핵심은 에세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 역시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바꿨다. 실무면접과 임원면접 사이에 창의성면접을 도입했다. 주제가 제시되면 그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창성과 순간적인 대처능력 등을 검증하려는 목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자기소개서에 ‘개인의 가치관’과 ‘회사 지원 동기’ 항목을 추가했다. 2013년부터 하반기부터 실시하는 자체 인적성검사(HMAT)에서는 도전정신과 소통능력, 글로벌 마인드 등을 집중적으로 따진다. 지원자의 역사관을 보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처음 도입한 역사 에세이도 계속 출제된다. 면접은 2단계로 나눴다. 1차는 핵심역량면접·직무역량면접, 2차는 영어면접, 종합면접으로 구성돼 있다. 2차 면접에서의 영어 토론과 1대1 영어 인터뷰는 난이도가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학점 폐지, 현대차는 면접 자율 복장


하반기 공채부터 ‘면접 복장’ 규정을 없애기로 한 것도 특이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에 응할 수 있도록 정장보다는 자유로운 복장을 착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은데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복장까지 신중하게 골라야 하니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는 불평도 나온다. 기아차는 상반기부터 1박2일 합숙 면접을 도입했고, 현대카드는 자신만의 강점과 스토리를 지닌 인재를 뽑기 위해 ‘스페셜 트랙’을 진행한다. 특정 분야에서의 역량과 성취 등을 검증하는 것으로 스펙은 별로지만 독특한 수상경력을 보유했거나, 장인에 가까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뽑는 식이다.

LG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에 직무와 관련 없는 어학성적과 자격증·수상경력·어학연수·인턴 등 스펙 관련 입력란과 가족관계·주소 등 개인정보 입력란을 없앴다. 일부 정보 기입을 제한한 경우는 있었지만 지원자에게 아예 스펙 전체를 내지 말라고 한 것은 LG가 10대 그룹 중 처음이었다. 어학성적이나 자격증은 특정 직무 지원자에 한해서만 받는다. 자체 인적 성검사에서 한국사와 한자 문제를 출제하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한국사 문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 여부를 물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GS그룹 역시 인적성검사에 한국사 문제가 포함돼 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자 시험을 친다.

SK그룹 역시 올 하반기부터 ‘스펙 파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입사지원서에 ‘스펙’ 관련 항목을 완전히 없애고, 지원자 사진도 부착하지 않는다. 학력과 전공, 학점만 기재하면 된다. 자연히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커진다. SK 관계자는 “단순히 지금까지의 경험을 적시하기보단, 그 경험이 직무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득력 있게 기술하라”고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부터 시작한 ‘스펙태클’ 전형을 이어간다. 스펙태클 오디션 입사지원서에는 이름과 연락처 외 모든 스펙 사항을 기입하지 않고, 오로지 직무와 관련된 에세이로만 평가한다. 불합격자에게 평가 결과를 알려주는 피드백 프로그램도 계속한다. 세부적인 면접 전형별 점수를 지원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탈락했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채워나가라는 취지다. 지난해 처음 도입했는데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하반기 공채부터 직무적성검사(PAT)를 도입한다. 서류 전형 때 직무 에세이도 신설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올 상반기 새로 도입한 인재선발검사(HATCH)를 중심으로 직무 역량을 검증한다. 이와 달리 2013년 인적성검사를 폐지한 한화는 계열사별 특성을 살린 심층면접이 특징이다. 계열사별로 PT·합숙·상황·영어 등 다양한 형태의 전형 방식이 있다. 별도의 필기시험이 없기 때문에 면접에 자신 있는 지원자가 직무에 잘 맞춰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진그룹 역시 올해부터 면접 비중을 키웠다.

크든 작든 기업이 채용 방식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서 취업 준비생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차라리 스펙만 준비하던 때가 낫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토익 점수나 학점·자격증 등 스펙보단 실제 자질을 검증하는 형태로 채용 방식이 바뀌는 건 피할 수 없는 변화다. 구직자가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자기소개서나 에세이의 비중을 키우는 건 정해진 답보단 자신의 색깔과 소신을 가진 인재를 찾겠다는 기업의 의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참신함’과 직무와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안정감’을 겸비한 인재라는 점을 잘 어필해야 합격권에 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3~4년 후 취업 시장에 뛰어들 지금의 대학생이라면 미리 글쓰기 능력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인크루트가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취업 준비 기간을 물었더니 전체의 47%가 ‘6개월 미만’이라고 답했다. ‘6개월~1년 미만(28%)’이 뒤를 이었다. 전체의 83%는 ‘취업 준비 기간과 합격 여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여러 곳에 지원해 역량이 분산된다는 지적이다. 전략을 잘 세워서 단기간에 승부를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박스기사] ‘공채의 바로미터’ 삼성의 특징 - 창의성면접 도입하고 전공 능력 중시

삼성은 그동안 대기업 채용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왔다. 삼성은 약 60년 전인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공개 채용을 도입했다. 1990년대 직무적성검사와 인턴제도 등을 도입해 국내 기업 전체로 확산시킨 것 역시 삼성이었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삼성 공채가 취업 준비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이유다. 이번 삼성그룹 하반기 공채는 여러 면에서 변화가 있다. 그 특징을 Q&A로 정리했다.

전형 절차와 일정은?

“9월 7일부터 14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이번에 처음 도입하는 직무적합성평가를 9월 중 진행하고,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는 10월 18일 실시한다. 3단계 면접은 11월에 실시한다. GSAT은 직무적합성평가 통과 후 응시할 수 있다.”

직무적합성평가는 무엇인가?

“지원서에 작성한 전공과목 이수내역과 활동경험, 에세이 등을 통해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대한 역량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한 내용을 검증하는 것이다.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일체 반영되지 않는다. 특히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은 이수한 전공 과목의 수와 난이도, 취득성적 등 전공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전공을 충실히 이수한 지원자를 우대하겠다는 의미다.”

에세이 주제는 모든 계열사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나?

“지원하는 회사 및 직무와 관계없이 모든 지원자가 동일한 주제로 작성한다.”

학점 제한을 폐지했는데?

“더 많은 사람이 지원할 수 있도록 기존의 학점제한 기준(4.5 만점에 3.0 이상)을 하반기 공채부터 적용하지 않는다. 제한을 없앴다는 것이지 학점을 전혀 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직무별로 전공 과목 이수 현황을 제출해야 하고, 전공 과목을 많이 듣고, 학점이 높을수록 좋은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공계는 여전히 학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학점 제한은 없앴지만 회사·직군별로 영어회화 성적 기준은 유지한다.”

직무적성검사의 명칭이 바뀌었다.

“2015년 5월부터 삼성직무적성검사의 영문 명칭이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로 변경됐다. 검사의 구성과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로 언어논리·수리논리·추리·시각적사고·상식 영역에서 총 160 문제가 출제된다.”

면접은 어떻게 구성되나

“임원면접(30분), 직무역량면접(30분), 창의성면접(30분)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창의성면접은 2015년 하반기 공채부터 새롭게 도입된 면접이다. 지원자가 제시된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발표하고 면접위원이 추가 질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 전개 과정을 평가한다.”

기존 동일회사 지원횟수 3회 제한은 그대로 적용되나?

“이번 공채부터 지원횟수 제한 규정이 없어진다. 다만, 동일한 접수 기간엔 1개 계열사에만 지원할 수 있다.”

1302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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