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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6차 산업’과 ‘스마트 팜’은 선택 아닌 필수 

농가 소득 증대, 체감형 복지 확대에 보람 ... “등대·신호등·치어리더 역할 꾸준히”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우선 과제로 ‘소통과 배려를 통해 농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꼽았다. / 사진:전민규 기자
평생 ‘농업’이란 주제를 껴안고 살았다. 농경제학 박사(미주리대)를 마치고 돌아와 공무원으로, 연구원으로 뛰었다. 그리고 장관이 됐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얘기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장관으로 임명돼 2년 반째 일하는 4명의 장수 장관 중 하나다. 9월 9일 이 장관을 만났다. 동네 아저씨 같은 소박한 인상이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계획과 논리가 가득했다. 그는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시간 없어서 일을 못했다는 변명도 안 통하게 됐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장관에 취임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취임 이후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질병과 쌀 관세화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과제가 정신 없이 몰아쳤다. 하나 같이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그래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농업인과 유관기관이 잘 협조해준 덕분이었다. 취임한 뒤 최우선 과제로 삼은 건 소통과 배려를 통해 농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농업계·언론·시민 등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국민공감농정위원회를 만들고, 6~7개월 간의 치열한 토론 끝에 박근혜정부 농정의 로드맵을 확정했다(농식품부는 2013년 10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5대 대과제, 25대 중과제, 100대 소과제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농업도 경쟁력을 갖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옳은 지적이지만 모든 농가가 그렇게 될 순 없다. 농가별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 정책을 적용시켜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 농가 112만호 중 약 60만호는 1년 매출액이 500만원 정도에 불과한 영세 고령 농가다. 이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농촌 어르신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수준을 상향시켰다. 사소하지만 실생활에 꼭 필요한 체감형 복지도 효과를 보고 있다. 농촌 어르신들을 위한 공동생활홈·작은목욕탕 같은 공동 이용시설을 확충했고, 행복택시 등 농촌형 교통 모델도 확대했다. ‘한결 편해졌다’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정책은 아무래도 생산보다 관리가 중요할 텐데.

“좋은 지적이다. 그러려면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다. 경영주·농지·재배작물 등 93개 정보를 담은 농가 경영체 DB를 구축해 보조금 관리부터 농가의 경영 실적까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여러면에서 낭비를 줄였다. 협업도 중요하다. 부처나 기관별로 영역이 나눠져 있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많았다. 버섯 하나만 놓고도 농촌진흥청과 산림청의 업무 영역이 다른 식이다. 함께 지혜를 모으면 훨씬 일하기 편해진다. 보건복지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도 울타리를 많이 텄다.”

나머지 50만 농가는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선도농 20만 정도는 들녘경영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여러 농가가 공동 경영을 통해 재배 농지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공동 작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숫자가 늘고 있다. 전문성과 규모를 갖춘 들녘경영체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면 얼마든지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른바 ‘스마트 팜’과 연결되는 부분인가?

“스마트 팜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ICT를 비닐하우스·축사 등에 접목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고, 노동력을 절감하는 형태다. 당연히 생산성이 높아진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 긴 겨울의 농한기 등 우리 농업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스마트 팜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농가에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스마트 팜의 전제 조건인 온실 및 축사의 자동화 장비 설치도 지원하고 있다.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컨설팅을 실시해 농업인의 실제 운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농업·농촌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자주했는데.

“농업인의 90% 이상이 6차 산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나머지 30만 농가는 6차 산업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6차 산업 지원법’을 제정하고, 컨설팅·판로개척 등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을 도별로 설치하는 등 기반 마련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이 덕분에 지난해 6차 산업 창업자 수가 전년 대비 8.8% 증가했고, 성공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성과가 알려지면서 9월 초 중국 농업부 고위공무원 일행이 우리나라의 6차 산업 정책, 지원 조직 및 체계, 성공 사례 등을 배우고 갔다. 6차 산업은 우리가 꼭 챙겨야 할 미래 성장산업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자리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농가 소득을 높이고, 경영 안정을 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직불금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그동안 직불금이 비현실적이란 목소리가 높았는데 2012년 헥터당 70만원이었던 쌀 고정직불금 지급 단가를 올해 10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농가 이전 소득이 크게 늘었다. 재해 보험 대상품목을 늘리고, 과수 보상도 강화했다. 2012년 가입 금액의 60~80% 수준이던 보상 수준 역시 올해 85~90%로 높였다. 안정적인 농가 소득을 위해 올해 콩과 포도·양파를 대상으로 한 ‘농업수입보장보험제도’도 도입했다. 시장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를 어느 정도 보전해주는 제도다. 앞으로 보장 품목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귀농·귀촌이 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 농업과 농촌 전원생활에 인식 변화 등으로 귀농·귀촌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큰 틀에선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려면 정주 환경 개선과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상담서비스·기본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수원에서 서울로 이전해 접근성을 높였다. 초기 정착 실패를 최소화하도록 임시 주거지와 영농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귀농 창업자금 및 주택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조건도 완화했다.”

남은 임기 동안 목표가 있다면?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농업의 핵심은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량을 공급하는 일이다. 이 책임을 다할 때 농업이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데, 납득이 안 될 만큼 답답한 일이 여전히 많다. 이와 달리 음지에서 열심히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는 농업인도 많다.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관은 크게 등대·신호등·치어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을 찾고, 방향을 설정하고, 응원을 한다는 의미다. 초심을 잃지 않고, 농업과 농촌의 본질적 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303호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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