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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 아름다움에 혁신을 더하다 

중국 공략해 매출 4조원대로 끌어올려 … R&D 집중 투자로 최초·최고 추구 


울긋불긋한 피부톤은 많은 한국 여성의 고민거리다. 값비싼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을 발라도 숨기기 어려운 건 인종에 따라 피부톤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이 붉은기 도는 피부를 고민하듯 중국 여성은 노란 피부톤을 감추고 싶어한다. 동남아 여성은 어둡고 칙칙한 피부톤이 불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제각각인 아시아 여성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했다. 그렇게 탄생한 라네즈의 ‘오리지널 에센스 화이트 플러스 리뉴’는 아시아 여성 누구라도 자신의 얼굴색을 한층 더 밝게 만드는 미백 에센스로 유명하다. 중국 고객을 겨냥해 만든 이 제품은 이제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30초당 1개씩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뷰티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이어진 중국 시장 매출 증가로 지난해 매출 4조711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약 44%의 매출 성장률을 보여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이 모든 기록을 한류 효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해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개발한 결과”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동시에 아모레퍼시픽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시장입니다. 1993년 중국 선양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라네즈·마몽드·설화수·이니스프리·에뛰드를 차례대로 선보이며 럭셔리-프리미엄-로드숍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중국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습니다.”

오랜 연구로 특화된 상품 내놓아 성공가도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제품을 살펴보면 현지 고객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라네즈 ‘울트라 모이스쳐 스킨’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중국 동북지역 고객을 타깃으로 개발했다. 고보습 성분을 넣어 춥고 건조한 기후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마몽드 ‘연꽃 마이크로 젠틀 클렌저’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오염에 민감한 중국 사람들의 피부를 보호한다. 먼지가 쉽게 달라붙지 않아 늘 깨끗한 연잎의 원리를 연구해 보호막을 형성하는 제품을 만든 것. 덕분에 미세먼지가 피부 표면에 붙는 것을 막아준다는 설명이다. 라네즈 ‘콜라겐 드링크’ 역시 외모뿐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국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만든 건강기능식품형 뷰티제품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6월 중국에서 출시된 후 한달 평균 1만개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1300억원을 투자해 신축한 중국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기점으로 중국 시장을 장악할 채비를 마쳤다. 새로워진 생산·연구·물류시스템을 통해 중국 대도시를 넘어 대륙 곳곳의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서경배 회장은 “중국 인구의 약 1억명만이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중국 고객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연구를 더욱 강화해 13억 중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이 1945년 회사를 창립할 당시부터 아시아의 미를 세계에 전파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서양인의 얼굴과 피부를 기준으로 한 해외 브랜드와 달리 동양인에 맞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70년 노하우다. 인지도 높은 해외 브랜드에 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경쟁력 있는 국산 화장품을 오히려 해외 브랜드가 따라하는 현상이 생겨날 정도다. 대표적인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탬프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 ‘쿠션 파운데이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복합적으로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제품이다. 이 제품은 국내외 114건의 특허 출원, 13건의 특허 등록을 받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에게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글로벌 밀리언셀러(500만개 이상 판매)로 등극하자 모방 제품이 속속 출시됐다.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랑콤과 크리스찬 디올 등이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밖에 진동 파운데이션이나 퍼프 일체 용기 등 차별화된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여성의 화장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브랜드별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인 것은 물론 해외 브랜드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책정한 것 역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다. 서경배 회장은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으려 노력한다”며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어떠한 제품이 필요한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서 혁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을 보면 상품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객을 보면 상품이 보인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을 때 관광을 비롯한 화장품 업계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서경배 회장은 “단기적인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더욱 집중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뷰티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바로 R&D입니다.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재구매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 이어져 온 끊임없는 ‘혁신 DNA’를 발휘해 뷰티 업계의 ‘최초’와 ‘최고’를 추구합니다.”

아름다움에 혁신을 더해 국내 화장품 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는 아모레퍼시픽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시장 1위다. 북미·서유럽·동남아시아·중국·일본의 세계 5개 권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그중 중국·미주·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해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고,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오늘날과 같이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강한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을 지니고 있는 상품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 여성뿐 아니라 K뷰티의 선두주자로서 전 세계 여성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1305호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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