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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숙 영풍항공여행사 대표] “중소 여행사 살아야 관광산업도 산다” 

경력 40년의 ‘여행업 대모’ CEO … 서울시관광협회장 선거에 출사표 


▎조태숙 영풍항공여행사 대표. / 사진:김현동 기자
“여행 업계에 아직 열악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으로 중소 여행사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입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말이죠.” 조태숙(58) 영풍항공여행사 대표가 관광업 발전을 위해 시급한 문제로 중소 여행사의 생존 문제를 꼽았다. 여행사가 허가제이던 시절 시작해 40년간 업계에 몸 담은 ‘여행사 대모’가 직접 느낀 국내 관광업의 문제점과 비전을 들어봤다.

여행 업계 과당경쟁에 소비자 피해 심각

올해 말 새로 선출되는 24대 서울시관광협회장직 선거에 중소 여행사의 여성 CEO인 조태숙 대표가 출마를 선언했다. 여행 업계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해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울시관광협회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그는 “현재 5000여 협회 회원사 중 4100개가 여행 업체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며 “이들의 업권 보호와 민원 해소를 위해서라도 관광업에 전문성이 있는 협회장이 나올 때가 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비(非) 여행업 출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시관광협회장 선거는 11월 50명의 대위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조 대표가 서울시관광협회를 통해 가장 먼저 바로잡고 싶어하는 것은 여행 업계에 만연한 덤핑(정상 가격보다 부당하게 싸게 파는 것)과 불공정 관행이다. 우선 항공수수료의 볼륨인센티브(VI)를 문제 삼았다. 규모가 크고 자금력이 있는 여행사가 영세 여행사에 비해 항공권을 싸게 확보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마저 밀리는 영세 여행사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국내 1만여 여행사 중 10개 대형 여행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소 업체의 고용과 경제효과를 감안하면 이들의 생존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관광업도 발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에게 터무니 없이 싼 여행상품을 파는 덤핑 관행도 심각하다. 최근 여행업계가 업체 수 급증으로 과당경쟁 상태에 빠져 있어서다. 서로 자기 이익만 챙기다 보니 소비자 보호 없는 제살깎기식 경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조 대표는 “덤핑으로 인해 영세업체는 더 힘들어지고,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대형 업체는 싸게 팔아서 손해 보는 부분을 다른 부분으로 커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요. 작은 회사는 대응이 어렵죠.”

소비자 입장에선 업계의 경쟁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좋은 것 아닐까. 조 대표는 “싸고 좋은 건 없다”고 말한다. 어차피 어떻게든 원가를 거둬들이는 구조이기 때문. 구석구석 끼워 넣은 쇼핑 일정이나, 동선에 맞지 않아 하루 2~3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호텔 등이 그 예다. 결국 싼 여행상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조삼모사’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조 대표는 “여행업계가 질이 나쁜 상품을 많이 내놓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잃은 국내 여행업계의 신뢰가 관광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불공정 거래의 조정, 전문가 자문단을 통한 공청회 등 업계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최초 세일즈 우먼

‘싼 비지떡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은 조 대표의 성공 비결이다. “경쟁 업체가 많이 생겨도 저희는 가격으로는 승부하지 않습니다. 싸기만 하고 내용도 없이 쇼핑이나 시키면 오히려 신뢰만 잃죠. 큰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게 저의 제1 원칙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영풍항공여행사는 중소 여행사임에도 10년 이상 고정거래 업체가 500곳이 넘을 정도로 업계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영풍항공여행사는 기업 인센티브, 연예인 해외 공연 등 상용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연매출은 약 120억원, 영업이익은 6억원 수준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숱한 위기에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올해로 설립 22주년을 맞은 알짜 업체다. 회사도 오래 됐지만 조 대표의 경력은 더욱 다채롭다. 그는 1978년 여행사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여행 업계에 발을 들였다. 해외 여행 자유화 이전 시절이다.

여행사 입사 후 영업직을 자청했다. 여행 영업이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때다. 국내 여행 업계 최초의 세일즈 우먼이 됐다. 방송국과 연예인 네트워크를 공략해 활동 영역을 넓혀갔고, 1988년에는 한 일간지에 한국에서 비행기 좌석을 가장 많이 파는 여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항공권 판매액이 한 달에 1억원이 됐다. 당시 돈의 가치를 감안하면 큰 규모다. 당시 비즈니스 관련 명함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공중파 방송을 타기도 했다.

고객 수가 빠르게 늘면서 ‘직원’ 신분으로는 관리가 어려워졌고, 1992년 직접 회사를 차렸다. 이후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서울관광협회 국외여행부문 대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9월 15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관광의 날 행사에서 관광산업 기여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그의 다음 사업 계획은 힘들어지는 여행 업계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국내 관광 상품과 슬로시티, 의료관광 등 테마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만, 가파른 성장은 경계한다. “현재 업계 환경이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구조이긴 하지만, 어차피 극소수의 대형 업체가 아닌 이상 실속 없이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알차고 단단한 회사를 만드는 게 시끄럽지 않고 좋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코 앞으로 다가온 서울관광협회장 선거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어차피 개인의 영달보다는 업계를 위한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목표가 이뤄지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회사는 당분간 직원들에게 맡기고 협회 일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1306호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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