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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회적기업② 웹와치㈜] 장애인 웹 접근성 분야의 ‘퍼스트 펭귄’ 

웹 접근성 인증 국가제도 도입 이끌어 … 구성원의 과반이 장애인 

이필재 더 스쿠프 대기자

▎웹와치 직원이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평가하고 있다.
summary | 웹와치는 국내 웹사이트에 대해 장애인의 접근성을 평가하고 정부의 위탁을 받아 접근성을 인증하는 일을 한다. 웹와치 덕에 온라인 세상이 장애인들에게 더 평등해졌다. 구성원의 과반수가 장애인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함께 일하는 통합 환경을 지향한다.

2006년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몇 백 개의 국내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이들 사이트를 장애인이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웹 접근성에 대한 국내 첫 조사였다. 이듬해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보 접근성이 장애인에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사회적으로도 장애인이 자유롭게 각종 기관의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장애인인권포럼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웹 접근성 인증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엔 웹 접근성 인증을 전담할 웹와치사업단을 발족했다. 이듬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웹사이트 수는 100만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웹 접근성 인증을 따는 사이트는 연간 1500~2000개. 인증을 따면 인증 마크를 사이트에 건다. 웹 접근성은 1년 주기로 인증을 하게 돼 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트가 올라오고 주기적으로 사이트를 개편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웹 접근성 수준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장애인의 웹 접근성은 장애인 입장에서 해당 웹사이트를 이용해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접근성이 높은 사이트와 낮은 사이트 간에 외견상으로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웹 접근성에 대한 평가는 웹사이트의 소스를 검토하는 전문가 평가와 사용자 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용자 평가란 자동차로 치면 시승기 같은 것이다. 과거엔 전문가 평가만 했었다. 차를 몰아보지도 않고 제원만 놓고 평가하는 식이었다. 웹와치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사용자 평가에 적임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웹와치의 구성원은 25명. 이 가운데 과반수인 14명이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이다. 다수가 시각장애인. 장애인의 웹 접근성이라는 영역을 개척한 결과 운 좋게 장애인이 참여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창출한 것이다. 웹 접근성에 대한 평가는 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엘리베이터 안 버튼의 배열이 일정하듯이 사이트의 패턴이 균일한가? 스크린 리더처럼 특정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감각 대체 장치가 달려 있나? 손 장애가 있는 사람이 마우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나?

국내 웹사이트는 공유·개방 등 월드와이드웹이 추구하는 가치와 거리가 있었다. 최근엔 국내 웹사이트도 단순해지고 있다. 일례로 팝업창을 과거처럼 많이 쓰지 않는다. 월드와이드웹은 팝업창을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갑자기 팝업창이 뜨면 스크린리더가 시각적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할 수가 있다. 웹 접근성이 높아지면 온라인 세상이 더 자유롭고 평등해진다.

웹와치가 창출하는 또 하나의 사회적 가치가 있다. 장애인의 특성은 고령화와 연관돼 있다. 웹 접근성이 높아지면 시력이 나쁜 고령층도 더 쉽게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웹 접근성 개선으로 노인 복지가 향상되는 것이다.

웹와치는 정부 인증 사업을 위탁 받은 기업이라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 구성원의 평균 급여는 3000만원 수준. 웹와치 측은 “일찍이 웹 접근성 평가 시장을 우리가 개척한 만큼 인증 시장에 안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회적기업으로서 과거 존재하지 않던 하나의 사회적 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랄까? 다른 나라들은 홈페이지 제작 대행사들이 알아서 웹 접근성 기준을 맞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웹와치의 모태인 장애인인권단체가 압력 집단이 돼 웹 접근성 기준이 만들어지고 인증제도가 생기면서 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웹 접근성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다른 나라들은 월드와이드웹이 정한 기준을 웹사이트들이 자율적으로 준수한다. 국내 웹 접근성 분야에서는 웹와치가 ‘퍼스트 펭귄’이라고 할 수 있다.

웹와치는 장애인의 일터일뿐더러 장애인을 위한 웹 서비스를 개선하고 때로는 기획하는 일을 한다. 업무 성격상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출신으로 그 자신 장애인이기도 한 이범재 웹와치 대표는 “우리 회사는 장애인에게 유리천장이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여성에게만 유리천장이 있는 게 아니에요. 웹와치는 장애인에 대한 승진 차별이 없고, 장애인 임금이 비장애인의 90% 수준입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장애인이 주도하는 일이 오히려 많은 회사죠. 이런 식으로 확장하면 장애인 교육, 장애인 건강관리 등 장애와 관련한 사회복지 서비스도 장애인이 더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이필재 더 스쿠프 대기자

[박스기사] 이범재 웹와치㈜ 대표


“장애인 차별 없는 온라인 세상 만든다”

이범재 대표는 “온라인 세상은 오프라인 세상보다 장애인에게 더 평등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웹의 세계에 대한 장애인 등의 접근성을 ‘리얼 월드’에의 접근성보다 높일 수 있어요. 물론 비용이 들죠. 그러나 웹 접근성 개념을 이해하고 웹사이트 설계 단계에서 이를 적용하면 추가 비용이 5~10%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만한 비용도 웹사이트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적지 않습니다.

“비용이란 상대적인 겁니다. 건물에 대한 접근성을 규정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법에 따라 지금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내부의 경계 턱을 없애고 일정 규모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합니다. 복도의 폭도 규정하고 있죠. 과거보다 건축비가 증가했지만 건축주가 이런 법 준수를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웹 접근성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문제죠. 온라인 세상만큼은 장애인이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이트가 설계 단계에서 웹 접근성을 고려하면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까요?

“웹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을 때 100만원이 든다면 10~15만원이 추가됩니다.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비용에 비하면 적은 돈이죠.”

웹와치의 비전은 뭔가요?

“웹 접근성 영역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는 겁니다.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만들려 누군가 처음으로 건물의 계단 턱을 없앴습니다. 우리는 가상공간에의 접근성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앞장서 제거하려는 겁니다. 모바일 앱과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쪽은 아직 전인미답의 세계죠. 이쪽도 접근성 인증 마크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일터로서는 어떤 꿈을 꿉니까?

“장애인이 이른바 통합 환경에서 살아남고, 살아가는 조직입니다. 장애인 차별이 없다고 해서 웹와치가 장애인 게토(ghetto, 과거 유대 교도를 강제로 격리 수용한 거주구)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섞여 일하는 모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죠.”

웹와치는 올해 전구성원이 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다. 처음 있는 일로, 어떤 사람은 걸었고 휠체어로 이동한 사람도 있다. 함께한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1306호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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