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Letter] 단체미팅 늘린다고 출산율 높아질까? 

 


“아기를 낳고 싶다니, 그 무슨 말이 그러니. 너 요즘 추세 모르니?”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슈퍼스타K 7’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팀인 밴드 ‘중식이’는 ‘아기를 낳고 싶다니’라는 자작곡을 선보였습니다. 리듬은 경쾌한 노래지만 가사는 경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너랑 나 지금도 먹기 살기 힘들어 애만 없으면 돼’라는 대목에서 낮은 취업률, 높은 비정규직 비율 등으로 출산을 꺼리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출산율 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1인당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 수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이는 소비 위축과 경제 성장률 저하로 이어집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입니다. 이대로라면 생산가능 인구는 내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고, 2020년대에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등이 겹쳐 노동력 부족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정부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10월 18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내용입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젊은이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미혼남녀 단체 미팅을 주선한다거나, 청년들이 1년 빨리 결혼할 수 있도록 학제를 개편하는 방안 등을 주요 대책으로 내놨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부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저출산은 구조적 문제여서 정부가 나선다고 쉽게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무려 100조원이나 투입했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출산 문제는 그대롭니다.

일회성 이벤트나 대증요법보다는 차라리 청년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진다면 이른바 ‘헬조선’이란 단어를 언급하는 사람도 줄어들 겁니다. 희망을 심어주는 비전을 좀 더 고민하고, 그걸 이룰 어젠다와 목표를 세우는 게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요?

1311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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